공무원이 편하면 군민은 힘들다

  • 기사입력 2019.01.29 08:03
  • 최종수정 2019.01.31 00:09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이서노 기자
이서노 기자

공무원이 편하면 군민들이 힘들어 진다는 얘기가 있다.

민선 7기 들어서 ‘완전히 새로운 부안’, ‘생동하는 부안’을 만든다고 했는데 요즘 부안군을 보면 실망스럽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지난 22일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설치와 관련한 부안군 담당 직원의 전화였다.

앞서 기자는 부안뉴스에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 등을 위해 설치된 점자블록의 문제점을 보도했다.(‘부안군 공사 관리감독 ‘엉망’…공직기강 해이?’ 17일자 기사 참조) 점자블록 위에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가 설치되고, 두 줄로 선형블록이 설치된 점, 또 꺾어지는 지점에 설치되어야 할 점형블록이 설치되지 않고, 횡단보도 넓이의 절반 정도만 점형블록이 설치된 점 등을 지적했다.

이 보도가 나간 이후 담당 직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에 확인요청을 했는데 점자블록 설치한 게 문제가 없다고.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황당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설치된 점자블록위에 길을 막는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는데도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봐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이 담당직원은 공사가 완료된 후나 기사가 보도 된 후에도 현장에 나가서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부안군에 점자블록 설치와 관련해 확인을 해 준 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직원 역시 점자블록 설치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이 직원은 기자와 처음 전화통화를 할 때 부안군 담당직원의 말처럼 점자블록 설치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점자블록위에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는데 문제가 없느냐고 묻자, 그때서야 부안군 담당직원과 함께 현장을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하더니 점자블록 위에 볼라드가 설치된 것은 잘못됐고 개선조치 할 것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분은 특별히 잘못된 게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예규 제266호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비춰볼 때 점자블록은 상당부분 잘못 설치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점자블록 위에 다른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이동식 장애물을 놓아두어서는 안 되며, 방향 전환시에 보행 방향이 직각으로 꺾어지는 굴절점에는 점형블록을 선형블록의 2배 넓이로 설치해야 한다. 또 점형블록의 가로폭은 횡단보도의 폭만큼, 세로폭은 연석과 평행하게 60센티미터 폭으로 설치해야 한다.

부안군은 점자블록 설치기준을 잘 알지 못하면서도 관련 기관 등에 자문을 구하거나 국토교통부 등에는 질의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사회적약자이면서 교통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한 시설인데도 부안군은 문제가 없다고 준공까지 마쳤으니 군민들이 어떻게 이런 행정을 믿고 따라야 할지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번 일은 담당 직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언론에 보도가 됐으면 윗선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원인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개선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렇게 하지 못했다. 부안군 공직사회가 복지부동, 탁상행정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과연 생동하는 부안, 완전히 새로운 부안을 만든다는 민선 7기의 약속이 지켜질 수나 있을까?

군민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원한다. 느슨한 행정은 공무원이야 편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군민들의 삶은 힘들어진다는 것을 부안군은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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