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규제봉 설치로 사라지는 군민 혈세

굳이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 시설돼
업체를 위한 특혜성 아니냐는 의혹도 나와
부안군 관계자 “주민 민원 때문에 설치했다” 해명

  • 기사입력 2019.02.14 15:01
  • 최종수정 2019.02.19 19:15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부안농협 하나로마트 앞 인도에 설치된 규제봉이 마치 가두리 양식장처럼 인도를 둘러싸고 있다.
부안농협 하나로마트 앞 인도에 설치된 규제봉이 마치 가두리 양식장처럼 인도를 둘러싸고 있다.

부안군이 예정에 없었던 곳에 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 규제봉을 설치하는가 하면 도로 갓길 등에도 무분별하게 이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군민의 혈세를 함부로 사용해 예산낭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석동지구 안전한 보행환경 개선사업(목포냉동~부안수협)을 보면 부안군은 이 사업을 하면서 인도와 차도의 높이를 동일하게 조성한 뒤 주차 방지를 목적으로 인도에 400여개의 규제봉을 설치했다. 이 규제봉 설치는 당초 예정에 없었던 것으로 개당 3만원(설치비 포함)에 육박하며 그 금액은 1000만원이 넘는다.

이렇게 군민의 혈세를 투입해 조성된 시설물이 불과 몇 개월만에 상당수 휘거나 뽑혀 사라졌다. 당초 인도 경계석을 높여 조성했더라면 규제봉 설치가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관리할 필요도 없었다.

또 부안농협 하나로마트 앞 경비실 부근은 가두리 양식장처럼 규제봉으로 인도를 빙 둘러 설치돼 있고, 부안성모병원 앞 인도도 규제봉으로 막아놔 그 사이로 주민들이 통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당마루 앞도 규제봉으로 인도를 막아놨다.

장애인들의 휠체어 이동이나 어르신들 실버카, 유모차 등의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규제봉이 촘촘하게 설치되면서 보행자 편의를 위해 조성된 인도가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본 한 주민은 “이런 기형적인 시설은 처음 본다, 어떤 생각으로 규제봉으로 인도를 막아놓을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졸작은 부안읍, 행안면 등 도로 주변에도 규제봉이 무분별하게 설치된 장소가 여러 곳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조성된 제3농공단지 진출입로 인근 신봉마을 앞 도로를 보면 폭이 1미터도 안 되는 간격으로 약 100여개 가까이 규제봉이 도로 갓길에 설치돼 있다. 물론 부안군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했다고는 하지만 이 마을은 가구 수도 얼마 되지 않고 보행자들 역시 많지 않기 때문에 촘촘하게 규제봉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동영파크 맨션 2차 앞 2차선 도로도 경계석이 높게 설치돼 굳이 규제봉이 필요 없는데도 차도에 규제봉이 수십 개나 설치돼 있고, 부안성모병원 옆에 위치한 공영주차장도 인도와 주차장 사이 경계석에 규제봉이 1미터 정도 간격으로 20미터 넘게 설치돼 있다.

이렇듯 일관성 없게 규제봉이 설치되다 보니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규제봉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업체를 위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민 A씨는 “왜 필요도 없는 곳에 규제봉을 설치를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며 “불필요한 곳에 규제봉을 설치해 돈 낭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운전을 하면서 도로를 여러 곳을 다니는데 횡단보도 옆이나 교차로 주변 등에 규제봉이 설치되어 있다”면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쓰러지거나 군데군데 이빨 빠진 것처럼 없어져 이런 것들이 오히려 거리미관을 해치고 차량흐름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 관계자는 “대부분 규제봉 설치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설치된다”면서 “안전한 보행환경 개선사업도 주변 상가들의 요청으로 경계석을 낮게 시설을 했지만 운전자들이 인도에 차를 주차하면서 주민들이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했고 예정에 없었던 규제봉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규제봉이 없어진 것은 알고 있고 누가 뺐는지 심증은 간다”면서 “이달 내 CCTV가 설치되면 관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봉마을 앞 도로에 규제봉이 100여개 가까이 설치돼 있다.
신봉마을 앞 도로에 규제봉이 100여개 가까이 설치돼 있다.
부안농협 하나로마트 맞은편 인도. 1미터 간격으로 설치된 규제봉이 볼트 자국만 남긴채 사라져 차량을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어졌다.
부안농협 하나로마트 맞은편 인도. 1미터 간격으로 설치된 규제봉이 볼트 자국만 남긴채 사라져 차량을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어졌다.
부안성모병원 옆에 위치한 공영주차장. 인도와 주차장 사이 경계석에 규제봉이 설치되어 있다.
부안성모병원 옆에 위치한 공영주차장. 인도와 주차장 사이 경계석에 규제봉이 설치되어 있다.
학당마루 식당 앞 인도. 규제봉이 인도 중앙에 설치돼 보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학당마루 식당 앞 인도. 규제봉이 인도 중앙에 설치돼 보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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