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빼앗기고도 반성은커녕 안도하는 ‘부안군’

해상 경계구역 권한쟁의 심판 고창군에 완패
준비부족과 안일한 대응이 패착
우려의 목소리 듣지 않고 해수과 TF팀 고수
군, 양적으로는 지고 질적으로는 이겼다는 변명에…
군민들 “지고도 정신 못 차린다” 비판 쏟아내

  • 기사입력 2019.04.22 06:56
  • 최종수정 2019.04.23 09:59
  • 기자명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고창군은 군정의 총괄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우리(부안)군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만약 우리 바람대로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지 의문이 든다.”

부안군의회 한 의원은 부안-고창 해상 경계구역 권한쟁의 심판 청구사건에 대한 부안군의 대응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일 부안군과 고창군이 법적 다툼을 벌인 해상 경계구역 권한쟁의 선고에서 사실상 고창군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부안군은 약 5000ha에 이르는 부안앞바다를 고창군에 빼앗기게 됐다.

부안-고창 해상구역경계 분쟁은 ㈜한국해상풍력이 2016년 고창 구시포와 부안 위도 앞바다 사이에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키 위해 부안군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부안군이 공유수면 점·사용료로 한해풍에 1억 2천여만원을 부과하자 고창군이 무효라며 부안군을 상대로 해상경계선 권한쟁의 심판 소송을 헌재에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맞서 부안군도 지난해 8월 곰소만에 대한 고창군의 어업면허 처분에 대해 ‘자치권한이 침해됐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다툼이 본격화 됐고, 군은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해양수산과에 TF팀을 구성·운영하는 등 해상경계선 권한쟁의 심판에 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헌재는 부안군이 공유수면 점·사용 신고 수리한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하는 동시에 3차례에 걸쳐 이뤄진 공유수면 점용·사용료 부과처분도 무효임을 확인했다.

또 곰소만 경계에 대해서도 갯골 남쪽은 고창군, 북쪽은 부안군에 관할권이 있다고 결정하는 등 대부분 고창군의 주장을 수용했다.특히 곰소만의 경우 그동안 헌재가 취해온 입장과 달리 등거리 중간선의 원칙을 예외로 인정하면서까지 고창군의 입장을 들어줬다.

고창군의 철저한 준비와 대비가 돋보이는 반면 부안군의 안일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안군의 안일한 대응이 패착을 불러왔고 바다를 빼앗기는 원인이 된 셈이다.

그런데도 부안군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권익현 군수는 최근 간부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헌법재판소에서 획정도면 없이 결정요지만 나와 있어 전체 해상경계선 획정 구역에 대해 정확히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담당자 분석결과 위도 해역에서 5000ha 가량이 고창군으로 넘어갈 듯하다”면서 “그러나 이는 고창군이 요구한 면적의 5%에 불과하고 곰소만 해역에서는 1000ha 가량이 우리에게 넘어온다. 이곳은 양식장 등 개발 잠재력이 높은 해역”이라고 밝혔다.

권 군수는 그러면서 “많은 군민들이 마치 위도 해역의 상당 부분이 고창군으로 넘어간다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에 대해 잘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군이 패소한 게 아니라 선방했다는 뜻이며 양적으로는 진 것처럼 보여도 질적으로는 이겼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군민들 사이에선 ‘지고도 정신 못 차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니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는 점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부안군은 지난해 10월 해양수산과에 TF팀을 구성한 것부터 패착을 뒀다.

군정을 총괄하는 부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법무에 관한 업무를 하는 곳도 아닌데 단지 해양수산을 담당하는 부서라는 이유만으로 해양수산과에 TF팀을 구성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TF팀이 해양수산과에 설치되자 담당과장은 의회를 찾아 “이렇게 대응하다간 큰 코 다친다”면서 강한 우려감을 표출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부안군의회 문찬기 의원과 김광수 의원 역시 “승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TF팀을 총괄부서인 기획감사실에 두어야 한다”고 수차례에 걸쳐 집행부에 요구했다.

특히 문 의원은 군정질문과 보충질의를 하면서까지 부안군의 준비와 대응자세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TF팀을 소송전담 부서로 이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부안군은 승소할 수 있다며 이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면서도 대응 전략은 상대군 공무원들도 예상이 가능할 만큼 뻔했다.

대응방안 또한 등거리 중간선 원칙만 고수했다.

부안군은 천수만 등 그동안 헌재가 등거리 중간선 원칙을 적용했다는 것에 집착해 안일하게 대응했다.

반면 고창은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로 플랜을 세워 헌재를 노크해 실리를 챙겼다.

이에 비해 부안군에는 승소할 수 있는 플랜이 없었다.

게다가 헌법재판관들의 마음을 움직일 절실함과 간절함도 보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결국 재판도 지고 민심까지 동요하고 있다.

물론 TF팀만의 책임은 아니다.

다른 이들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군수와 부군수 등 집행부의 독선과 오만이 참패를 가져온 것이다.

때문에 책임도 집행부가 떠안아야 하고 군민들에게 죄 지은 심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이번 패소가 군민들에게 얼마나 큰 상실감을 안겼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상식에 문제가 있다.

지고도 여전히 반성 없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부안군은 이번 패소가 집행부의 안일한 대응에 따른 예견된 참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목소리를 오해나 여론몰이 등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속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면 군정이 깊은 수렁에 빠질지도 모른다.

다른 의견 또는 비판의 목소리라 할지라도 존중해주고 귀담아 주길 부안군에 바란다면 아무래도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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