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동진면 상리마을 백로떼 장관

대부분 길조로 반기지만 소나무 고사 등 피해도 적지 않아

  • 기사입력 2019.05.14 14:18
  • 최종수정 2019.05.14 14:50
  • 기자명 김태영 기자
13일 오전 부안 동진면 상리 앞산 소나무 숲에 백로 등 여름 철새 수백 마리가 둥지를 틀고 생활하고 있다.
13일 오전 부안 동진면 상리 앞산 소나무 숲에 백로 등 여름 철새 수백 마리가 둥지를 틀고 생활하고 있다.

부안 동진면 내기리 일대에 백로 등 여름철새 수백마리가 무리지어 생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우아한 자태를 지닌 철새들이 모여들면서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며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철새 분비물로 인해 이 일대 소나무들이 고사되는 등 피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부안 동진면 내기리 상리마을 앞산 소나무 숲에는 백로 등 여름철새 수백 마리가 둥지를 틀고 생활하고 있었다.

백로 떼가 소나무 숲 위에 하얗게 앉아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백로 떼의 나니는 모습 또한 주변경관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며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멀리서 바라볼 때에는 새하얀 백로 떼만 보였는데 가까이 가보니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등 새 종류도 다양했다.

철새들은 이 숲속 여러 종류의 나무 중 유독 토종소나무인 육송만 골라 둥지를 틀고 있었고 소나무 한 그루에 많게는 십여 개가 넘는 둥지가 있었다.

그렇게 철새들은 이 숲에 있는 수십여 그루의 육송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철새들이 둥지를 튼 숲은 멀리서 바라본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철새들이 둥지를 튼 소나무는 대부분 말라죽거나 고사하기 직전이었다.

썩어서 쓰러진 소나무도 얼핏 봐도 십여 그루가 넘었고 소나무 숲 바닥에 쌓인 철새 배설물과 먹이 그리고 깨진 알들의 썩은 냄새가 진동했고 새들의 울음소리로 매우 시끄러웠다.

다행히 민가와는 수백 미터 떨어져 있어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덜했다.

다만 철새배설물로 인해 소나무들이 말라죽거나 고사하고 있다는 점과 철새들이 둥지를 튼 숲 바로 옆에 있는 논들이 모내기철에 피해를 입는 다는 게 문제였다.

상리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철새 떼가 이곳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14년경으로 5년이 돼간다. 처음엔 10마리 정도가 날아와 서식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수백 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이들 새들은 철새임에도 1년 내내 텃새로 살고 있다.

철새들로 인해 소나무들이 고사하는 등 피해도 있으나 주민들은 길조로 여기는 분위기다.
철새들이 이곳에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인근에 고마제 등 저수지와 습지가 많아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상리 마을 앞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백로는 예부터 길조로 불리는 새”라며“초저녁이나 새벽녘에는 새떼 소리에 시끄럽기도 하지만 수천마리가 아침이나 저녁 무렵 먹이활동을 하러 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저 산에는 외송(해송·곰솔·니기다 소나무 등)도 많은데 꼭 하필이면 육송에 집을 지어 좋은 나무를 죽이는지 모르겠다”며“다행히 산주가 서울사람이라 나무가 죽어도 시끄럽게 안 해서 동네사람들이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새들 때문에 농사를 망친다고 원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동네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거에 대해서 감사해하고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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