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 청호리 주민들, 새만금 공사차량 마을 앞 도로 과속 운행에 '무섭다' 호소

삼현·농원·노곡 등 4개 마을 주민 불안에 떨며 생활
도로 폭 좁고 갓길 없는 곳 상당수, 사고 우려 높아
새만금 공사차량·승용차 추돌했다는 주민 증언도 나와
규정 속도위반 및 중앙선 침범 등 교통위반 밥 먹듯 해

  • 기사입력 2019.05.15 19:23
  • 최종수정 2019.05.21 14:18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중앙선을 침범한 채 운행하고 있는 공사차량.
중앙선을 침범한 채 운행하고 있는 공사차량.

새만금 공사차량이 매일같이 쉴 새 없이 마을 앞 도로로 운행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영농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 운행이 크게 늘어난 데다가 도로 폭은 좁고 갓길도 없는데 마을 인근 텃밭으로 이동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인사사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덤프트럭과 승용차 간 추돌사고도 발생했다는 주민의 증언까지 나오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나 농촌에 노령층이 많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까지 도로를 통행해 이를 둔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통학 차량에서 내려 이동할 때도 위험에 노출돼 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또 분진 때문에 오디 등 농작물 피해 우려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집으로 먼지가 들어와 창문을 못 열고 빨래도 밖에 널어놓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주민들의 고충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마을은 하서면 청호리 삼현, 농원, 노곡, 청호 등 4개 마을로 주민들에 따르면 1~2개월 전부터 흙을 운반하는 덤프트럭과 커다란 돌을 실은 대형 트럭 등이 매일같이 마을 앞 도로로 운행되고 있다.

애초 공사차량들은 하서면 장신리 양지, 평지, 불등 마을 앞으로 다녔지만 장신리 마을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공사업체가 차량 운행 경로를 변경했고, 그 불똥이 청호리 마을로 튄 것이다.

부안군 등에 따르면 토석을 운반하는 덤프트럭 등은 13~15대로 이 차량 1대가 하루 8~9회 정도 운행된다고 하니 하루에 120여대의 공사차량이 마을 앞 도로를 통행하는 셈이다.

주민들에게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공사차량 120여대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넘게 마을 앞 도로를 질주하다시피 운행되다 보니 주민들의 고충과 불만은 심각했다.

지난 14일과 15일 두 번에 걸쳐 해당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현장을 둘러보면서 심각함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14일은 오후 1시경 지역의 유지급인 삼현마을 주민 한 분을 만났다.

이 주민과 30분 넘게 얘기를 하고 도로 침하 현상이 발생됐다고 주장하는 현장을 살펴보는 동안에도 수십 대의 공사차량이 속도를 내며 마을 앞을 통과했다. 어떤 때는 차량 두 대가 교차해 가기도 하고 2~3분에 한 대꼴로 이어 운행되기도 했다.

이 주민은 분진으로 인한 오디 등 농작물 피해, 소음, 진동, 도로파손, 교통사고 위험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주민 A씨는 “차량들이 무섭게 달린다. 겁난다. 마을 앞은 규정속도가 30km인데 50~60km는 달리는 것 같다”면서 “특히 골목에서 트랙터 등 농기계가 도로로 진입할 때 위험하다, 실제 지난 4월경에 덤프트럭과 승용차가 추돌한 사고가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A씨는 “물을 뿌리기는 하지만 날이 더워 금방 마른다”며 “조금 있으면 오디 수확철인데 차량 운행으로 발생되는 분진 때문에 오디를 팔지도 못하게 생겼다”고 하소연 했다.

또 A씨는 도로가 침하된 곳을 안내하며 “공사차량들이 다니면서 도로가 주저앉았다”며 “도로도 부안군의 재산인데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주민과 헤어진 뒤 삼현마을에서 돈지 삼거리까지 승용차로 달려봤다. 도로 폭이 좁은 상황에서 덤프트럭을 마주하니 위압감이 느껴졌다. 더구나 내리막 경사가 심하고 커브길도 많은 데다가 갓길이 없는 곳이 여러 곳 있어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도로 구조였다. 뿐만 아니라 도로에 경운기와 트럭까지 세워져 있어 추돌 위험까지 우려됐다.

다음 날인 15일에는 이장 몇 분과 전화 통화를 하고 주민들을 만나봤다.

전화 통화에서 이장들은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지난 10일경 농생명용지, 환경생태용지 공사현장 사무소 몇 곳을 항의 방문했다고 했다.

마을 이장들은 “오디가 익어가니까 수확이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달라. 먼지가 날리면 체험객들이 오디를 안 사간다”며 “5월 25일부터 6월 25일까지 한 달간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 어르신들이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하고 집이 도로 옆에 있는 주민들은 차량 진동 때문에 울려서 머리가 흔들릴 정도라고 한다”면서 “과속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도 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마을에 가 주민 몇 분을 더 만났다. 이 주민들은 익명을 요구하며 고충을 털어놨다.

주민 B씨는 “다른 도로는 없느냐, 왜 우리 마을 앞으로만 차들이 다니느냐”면서 “큰 트럭들이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 다니는 것 같은데 어떤 때는 공사차량이 2~3대가 줄지어 간다.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방지턱이 있어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빈차들은 방지턱 지날 때 더 쿵쿵 거리고 시끄러워 낮잠을 자다가도 깜짝 놀라 깬다”며 “특히 청호리 마을은 커브길이 많아 사고위험이 높다. 지난번에는 읍내에 갔다오다가 커브길에서 덤프트럭을 만나 놀라 급정거 하면서 아내가 차 앞으로 고꾸라졌다”며 당시 아찔했던 경험을 전했다.

밭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95세 어르신도 밖에 나오고 실버카를 밀고 나오는 분들도 계시는데 어떤 때는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에 어르신들이 깜짝깜짝 놀란다”면서 “파킨슨병에 걸린 분도 있는데 밖에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와 차에 치일까 봐 불안하고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밖에도 주민들은 공사차량들의 신호 무시, 중앙선 침범 등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이날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도 덤프트럭 2대가 연이어 지나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처럼 청호리 주민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지만 공사업체는 여전히 공사차량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부안군과 경찰서는 청호리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과속을 단속하는 카메라를 설치한다고는 하지만 설치되기 전까지 주민들은 불안에 떨며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안전이 직결된만큼  관련 기관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뿐만이 아니라 교통위반을 밥 먹듯 하는 공사차량들의 집중 단속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덤프트럭 2대가 줄지어 마을 앞을 지나가고 있다.
덤프트럭 2대가 줄지어 마을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로 바로 옆 밭에서 주민들이 참깨를 심고 있는데 공사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도로 바로 옆 밭에서 주민들이 참깨를 심고 있는데 공사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사석 운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채 운행하고 있다.
사석 운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채 운행하고 있다.
주민이 주장하는 도로 지반 침하 지점.
주민이 주장하는 도로 지반 침하 지점.
공사차량이 다니는 도로 옆에 세워진 차량.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다.
공사차량이 다니는 도로 옆에 세워진 차량.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다.
돈지 삼거리 부근. 공사차량이 다니는 도로에 경운기가 세워져 있어 사고 위험이 우려된다.
돈지 삼거리 부근. 공사차량이 다니는 도로에 경운기가 세워져 있어 사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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