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화·하서 주민들, 뻘먼지·공사차량 피해 허락하지 않았다

  • 기사입력 2019.05.22 09:39
  • 최종수정 2021.08.01 13:15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이서노 기자.
이서노 기자.

2~3개월 전부터 계화·하서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새만금공사현장에서 발생되는 뻘먼지와 공사차량에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을 받으면서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특히 주민들은 오염된 바다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준설토가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건강을 해칠까 더욱 우려하고 있다.

공사차량과 뻘먼지 문제는 훨씬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지만 이번처럼 집단행동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현상은 올해가 처음인 듯싶다.

지난 3월에는 하서 장신리 마을 주민들이 마을 앞 도로를 1키로미터 넘게 가두행진을 벌이며 시위를 벌였고, 5월에는 계화리 9개마을 주민들이 4일간 공사업체를 비롯한 새만금사업단 및 개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달 말까지 집회 신고가 돼 있어 주민들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언제 또 시위가 벌어질지는 모른다. 계화선주 협회에서도 같은 시기 집회신고를 내고 시위를 벌였고, 또 최근 의복리 돈지 6개마을 주민들도 마을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투쟁 초읽기에 들어갔다.

청호리 마을 주민들도 마을 앞 도로로 공사차량인 덤프트럭 등이 하루 100여 대 넘게 운행되면서 안전을 위협받고 또 소음과 진동, 분진 등에 고충을 호소하고 있어 향후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모른다.

뻘먼지와 공사차량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은 모두 하나같이 새만금사업으로 인해 생활 터전을 잃고 소외받고 있는 새만금 주변 지역 주민들이다.

과거 주민들의 생계를 잇는 터전이었던 땅은 농업법인 등이 조사료를 재배하며 소득원으로 이용되는데도 헐값에 생계터전을 내준 주민들의 몫은 그 땅에 없고 원하지도 않은 뻘먼지에 공사차량 소음·진동·분진 등의 피해만 있으니 주민들이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 얘기를 이 시점에서 적용하면 무리일까.

이 얘기는 한 사람이 빌린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하자 고리대금업자가 돈을 빌려간 사람에게 약속했던 심장 부근 살 1파운드를 요구한다. 약속대로 살을 떼어낸다면 돈을 빌린 사람은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재판관은 계약서에 오로지 '살'만 적혀있을 뿐 '피'는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해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다. 덧붙여 "털끝만큼이라도 1파운드에서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하나 더 붙이면서 고리대금업자는 결국엔 물러선다.

다소 황당한 얘기 같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피해를 보는 주민들로서는 현명한 판결이라는 데 공감을 할 것이다.

주민들은 땅만 내줬을 뿐 뻘먼지가 발생되는 것과 마을 앞으로 공사차량이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까지는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이 재판관을 불러와 재판을 벌여 공사를 하되 뻘먼지가 안 날리도록 하고 공사차량도 마을 앞 도로로 다니지 말라는 판결을 받아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사실 새만금사업단이나 공사업체들은 공사를 하기 때문에 뻘먼지 피해 등은 주민이 감수해야할 몫으로 너무도 당연시 하며 예방대책을 제대로 세워놓지 않고 공사를 해왔다.

또 문제를 제기해도 비용 등의 문제와 광범위한 면적을 거론하면서 난색을 표하고 조사료 씨앗을 파종했다느니 기껏 마을과 가까운 주변 일부에만 황토흙이나 차광막을 덮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공사업체나 새만금사업과 관련한 기관도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공사를 빨리 끝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공사를 진행할지 그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 17일 새만금사업단의 태도를 보면 기대감은 엿보이질 않는다.

이날 계화리 200여 주민들은 뻘먼지 피해 대책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김제 새만금사업단에서 사업단장을 만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사업단장이 출장을 가면서 만날 수 없었다.

어떤 약속이기에 뻘먼지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이 생계를 뒷전으로 하고 버스 3대를 대절해 사업단을 찾아간 주민들의 만남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듯싶다.

주민들도 이번에 쉽게 뒤로 물러나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를 새만금개발사업 기간 동안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나온 시간보다 더 많은 세월을 고통 받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새만금사업과 관련된 기관이나 공사업체도 공사를 하니까 뻘먼지 발생은 어쩔 수 없다 당연 시 해서는 안 되며, 특히 이번 주민들의 외침을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듯이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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