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사건을 예방하려면

  • 기사입력 2019.05.22 09:43
  • 최종수정 2019.05.31 09:46
  • 기자명 정헌구 원장
정헌구 원장 / 부안 하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헌구 원장
부안 하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지난 4월 17일 오전에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안모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나서 2층 계단으로 내려간 후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안씨는 전에도 이웃의 현관과 엘리베이터에 오물을 뿌리고 관리사무소 직원과 다툼이 잦았고 이웃을 위협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안씨는 조현병 환자로 밝혀졌고 수년간 치료를 받지 않아 증상이 악화 되었습니다. 안씨의 형이 증상이 심해졌다고 판단하고 수차례 입원을 시키려 하였으나 입원을 시키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이후 조현병이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은 일반인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치료를 받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몇 달전에 있었던 임세원교수 피살사건도 망상이 있는 치료가 중단된 조현병 환자에 의해 발생하였습니다.

조현병은 망상, 환각, 비현실적인 언어와 행동, 음성적인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의미있는 기간 이상 존재할 때 진단을 내립니다. 진주사건에서는 안씨의 피해망상이 문제였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피해를 주고 나를 해치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피해망상입니다. 아파트 윗 층에서 화장실 물을 내리거나 바닥에 쿵쿵 소리를 일부러 내서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거나 주변에서 짜고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안씨도 자신이 그동안 많은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을 공격하는 행동을 하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안씨가 증상이 심해지기전 또는 그 뒤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망상이 있는 조현병 환자는 자신은 문제가 없고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즉 병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인은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을 찾지만 피해망상이 있는 조현병 환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병식이 없다보니 병원에 가는 것도 약을 먹는 것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씨 역시 병식이 없었을 것입니다.

병식이 없어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환자를 입원을 시키려면 현행법상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 2명의 동의를 필요로 합니다. 보호자는 배우자나 직계가족입니다. 안씨 형은 보호자에 해당되지 않아 입원시키기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조현병 환자가 중년이 되면 부모님이 고령이거나 돌아가시기도 하고 형제들은 다 독립하여 자신의 가정을 꾸리기도 바쁩니다. 환자가 피해망상이 심해 그 동안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면 부모형제는 그 환자를 만나기도 무섭고 피하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자에게 입원치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병식이 없이 망상이 심해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는 법원의 판단으로 입원을 하는 사법입원이 필요합니다. 미국, 독일에서 현재 시행이 되고 있으며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며 환자의 인권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씨가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만 있었다면,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이나 경찰에 의한 응급입원이 되었다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행정기관이나 경찰에 책임을 지우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른 입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국민의 안전뿐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인권까지 지켜지는 입원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다시는 진주사건과 같은 끔찍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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