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들 목소리는 울림 없는 메아리인가

  • 기사입력 2019.05.22 09:52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이서노 기자.
이서노 기자.

부안군이 부안군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부안군은 지난 14일 권익현 군수와 양정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안군지부장 등 교섭위원 9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노조가 요구한 총 101개 항목 가운데 수정․통합․삭제를 거쳐 90개 조항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부안군이 공개한 주요 협약사항은 근로자의 날 특별휴가 실시, 5일 이내 포상휴가 규정 신설,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조합 활동 보장 등이다.

그런데 이 90개 조항 안에는 군민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받았던 역사문화탐방 조항이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사항에서 협약사항으로 공식적으로 인정이 된 것이다.

앞서 부안뉴스는 ‘부안군 공무원노조, 수천만 원 제주 워크숍에 이어 이번엔 백두산 탐방’(4월 24자 보도)을 보도했다. 백두산 탐방은 역사문화탐방의 일환이다.

당시 부안뉴스는 제주 워크숍이나 역사문화탐방 일정 모두 하나같이 근무시간이고 주말이나 휴일은 철저하게 뺀 점과 수천만원의 군민의 혈세가 노조를 위한 경비로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또 “뻔뻔하네”, “공무원 노조도 문제지만 예산을 세워준 부안군이 더 큰 문제다”라고 꼬집은 군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런데 부안군은 이런 군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노조의 요구안대로 협약을 체결했으니.

단체협약서는 비공개 자료라고 부안군이 밝혀 90개 조항 모두 확인할 길은 없지만 군민들의 비난을 샀던 역사문화탐방 조항조차 부안군이 삭제하지 않은 것을 볼 때 군민의 혈세가 공무원 노조의 복지라는 명분으로 상당액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드러난 것만 해도 지난 4월 워크숍에 2000만원의 군민의 혈세가 사라졌고, 6월과 8월 예정된 백두산 역사문화탐방에 또 3500만원이 쓰일 예정이다. 모두 군민들을 위한 것과는 무관한 예산이다.

공무원은 말 그대로 공적인 일을 하는 조직이며, 일반 회사와는 다른 국민들을 위한 봉사하는 직으로 평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국민들을 위해 애썼다는 뜻에서 노후를 일정 부분 책임져 공무원 연금을 지급하는 것 아닌가. 일반 회사라면 회사 경비로 워크숍을 하고 역사문화탐방을 가고, 여행을 가더라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그건 공적인 일이 아니고 또 국민의 혈세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일을 잘해 부안군민들의 삶이 편리해지고 풍요로워졌다면 지금처럼 군민들도 비판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군민들은 부서 간 민원을 서로 떠넘기는 핑퐁 업무 등 때문에 부안군 행정에 불신과 불만만 가득하다.

군민들의 맘이 이런데 노조가 근무시간에 군비를 펑펑 쓰고 다니면 시선이 곱지 않은 당연지사다.

군비는 노조의 쌈짓돈이 아니다. 공무원노조는 이제라도 변해야 한다. 잿밥에만 관심 두지 말고 부안군민들로부터 불신이 아닌 신임을 먼저 얻도록 해야 한다. 또 어용노조라는 불명예 소리를 듣지 않도록 자기검열을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부안군 역시 선물 보따리로 공무원노조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지 말고 군민의 작은 목소리도 귀를 쫑긋 세워 군민의 목소리가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민의 엄중한 심판이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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