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있다’VS’없다‘…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장기오거리 회전교차로, “생각없는 행정” 원성 높아
기형적인 구조 혼란 부추기며 사고유발 일으켜
전방시야 확보 안 되고 교통섬 기형적으로 설치 돼
초행길 운전자나 밤 운전 땐 안전위협 매우 커
주민“자기들 돈이면 이렇게 하겠나” 부안군 비판
전문가“근본적인 해결하지 않는 한 사고 위험 도사려”
부안군, 땜질 처방으로 마무리 ‘사고위험 계속될 전망’

  • 기사입력 2019.06.04 23:16
  • 기자명 김태영 기자
한쪽으로 치우친 데다 도로면 또한 기울어지고 교통섬들마저 기형적으로 조성돼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장기오거리 회전교차로. (드론촬영)
한쪽으로 치우친 데다 도로면 또한 기울어지고 교통섬들마저 기형적으로 조성돼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장기오거리 회전교차로. (드론촬영)

최근 부안군에 설치된 일부 회전교차로가 주변 교통 환경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설치되면서 주민 및 운전자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멀쩡했던 곳이 위험지역으로 바뀌고 사고까지 발생하자 생각 없는 행정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안군 및 주민들에 따르면 부안군은 최근 교통사고예방 등을 위해 군내 주요 교차로에 잇달아 회전교차로를 설치했거나 설치 중이다.

하지만 일부가 기형적인 구조를 띠면서 사고를 유발하는 등 오히려 운전자 등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전교차로는 정부가 지난 2010년 교통운영체계 선진화방안으로 도입해 2015년부터 일반국도 등에 확대 설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안군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군내 주요교차로에 회전교차로 14개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고마제 인근에 위치한 동진면 장기오거리와 행안면 변산로사거리 등 두 곳은 설치 중에 있고, 부안읍 모산사거리에 조만간 설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 회전교차로 중 일부가 면밀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사고를 유발시키는 등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로 3억 6,500만원이 투입된 장기오거리 회전교차로는 내달 최종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설치하자마자 사고가 발생하는 등 운전자 등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벌써부터 ‘마의 구간’으로 불리며 주민 및 운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회전교차로가 한쪽으로 치우친 데다 도로면 또한 기울어지고 교통섬들마저 기형적으로 조성되는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 회전교차로는 주변 교통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설치되면서 초행길이나 야간운전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23일 오후 5시께 부안읍 방면에서 이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던 승용차가 무게중심을 잃고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회전교차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운전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설치되자마자 사고를 유발시키는 장기오거리 회전교차로. 지난달 23일 이곳을 지나던 승용차가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차와 경찰 등이 출동해 수습하고 있다.
설치되자마자 사고를 유발시키는 장기오거리 회전교차로. 지난달 23일 이곳을 지나던 승용차가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차와 경찰 등이 출동해 수습하고 있다.

대형화물차기사들 사이에선 부피가 높은 화물을 적재할 경우 무게중심이 한 쪽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전복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오거리가 마의 구간이 된 데는 주변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회전교차로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설치한 부안군의 안일함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장기오거리 회전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견되자 부안군은 2000여만원을 새로이 투입해 지난달 28일부터 일부 교통섬을 철거하고 규제봉과 과속방지턱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민 및 운전자들은 부안군이 치우친 회전교차로를 옮기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단 속도 감소를 위한 부분적인 땜질처방에 그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등 비판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부안뉴스는 지난달 29일과 6월 2일 토목전문가와 주민 등과 함께 장기오거리 회전교차로를 수차례 걸쳐 둘러봤다.

2일 둘러본 이곳은 29일과는 다르게 노선마다 과속을 막기 위한 방지턱과 규제봉 등이 추가로 설치돼 있었고 일부 교통섬은 철거돼 있었다.

가장교통량이 많은 부안읍에서 고마제를 거쳐 회전교차로를 향하는 길에는 방지턱을 알리는 표지판부터 자전거주의, 제한속도표지판 등 각종 표지판 5개가 연달아 어지럽게 설치돼 있었다.

부안읍에서 출발해 회전교차로로 가는 구간은 수차례 다녔는데도 회전교차로에 거의 다가서고야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회전교차로 20여M 전방에 과속방지턱과 규제봉, 표지판 등이 설치됐지만 커브길 이다보니 도로 옆에 위치한 창고 등이 회전교차로 앞을 막고 있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량이 가장 많은 부안에서 김제방면으로 가는 길. 회전교차로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창고 등이 시야를 가려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초행길과 야간에 사고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교통량이 가장 많은 부안에서 김제방면으로 가는 길. 회전교차로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창고 등이 시야를 가려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초행길과 야간에 사고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초행길이나 야간시간대에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보였다.

게다가 교차로 바로 앞에 설치된 교통섬은 차량을 직진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회전교차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용도였지만 또 다른 위험 요소였다.

최근엔 이 교통섬에 승용차의 바퀴가 올라타면서 차량이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회전교차로에 진입해서는 교차로가 한쪽으로 급격히 치우치다보니 쏠림현상도 매우 컸다.

대형화물차기사들의 우려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더욱이 이곳 회전교차로의 경우 원이 적어 회전반경이 작은데다 편도 1차선 이다보니 대형차량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트레일러의 경우 회전이 매우 어려워 보였다.

게다가 부안읍구간에서 옛마촌구간으로 향하는 코스는 좌회전 거리가 가까워 역주행하는 차량들이 빈번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반면 김제방면에서 부안읍 쪽으로 향하는 교차로는 거의 직진코스로 돼있어 옛마촌 방향에서 나오는 차량과 충돌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도 1차선의 좁은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노선마다 설치된 교통섬은 도로를 더욱 좁게 느껴지게 하는 동시에 운전자들의 혼돈 유발과 대형차들의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받기에 충분했다.

부안뉴스와 함께 이곳을 수차례 둘러본 전문가와 주민 등은 한 결 같이 회전교차로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데다 기울어졌다며 사고위험이 매우 큰 불량한 회전교차로란 평가를 내렸다.

주민 A씨는 “공사할때부터 수차례 찾아와 이렇게 공사하면 사고유발 교차로가 되니 회전교차로 중심을 위쪽(옛마촌)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더니 그냥 허투루 듣더라. 결국사고가 났다”면서“이곳 회전교차로는 차량 통행량이 많은 부안읍∼김제노선을 중심으로 놓고 설계했어야 했는데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자 그곳 노선에 맞춰 교차로를 설치하다보니 이런 기형적인 회전교차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이렇게 할 거면 머하러 했는지 모르겠다. 운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사고만 일으키게…”라며“그리고 혈세 들여 개선한답시고 방지턱과 규제봉만 세워놓고 도대체 이게 머 하는 짓이냐. 돈만 아깝게. 자기들 돈이면 이렇게 하겠나”라고 부안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문가 B씨도“일반적으로 회전교차로는 서행하라고 시야가 확 트인 교차로에 설치하는 것인데 이 교차로는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하다보니 가장 통행량이 많은 주 노선에서는 교차로가 보이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면서“개선공사를 했다고 하지만 구조적인 변경은 최소한에 그쳐 여전히 사고 위험이 도사린다”고 지적했다.

B씨는 “부안군이 내놓은 개선책은 대부분 방치턱과 규제봉, 그리고 표지판 설치 등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며 “다시한번 말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내려앉은 회전교차로를 위에로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이곳 회전교차로는 위치를 잘못 잡다보니 모든 것이 잘못됐다”며“회전교차로 진입 입구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한 것도 그렇고…. 부안군은 행안농공단지에 위치한 회전교차로도 기형적으로 설치해 사고를 유발시키더니 또다시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한다. 정말 어리석은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부안군은 지난달 23일 사고가 발생한 것을 두고 부안뉴스가 현장방문과 전화통화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문제점을 제기하자 27일 기자를 참여하게 한 뒤 회전교차로 설계업체와 도로교통 안전공단 관계자 등과 함께 안전진단을 내렸다.

당시 이들은 모두 회전교차로에는 아무문제가 없다고 했고 사고를 낸 차량운전자의 부주의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기자가 조목조목 잘못된 곳을 지적하며 반박하자 이곳을 지나던 주민들이 모여들면서 회전교차로에 문제가 많다며 기자의 지적에 힘을 실어주었고 부안군은 결국 개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주민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땜질식 처방으로 마무리를 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사고 위험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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