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져…상인 수십 명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위기

문중 사람들 간 갈등에 상인 생계터전인 영업장 폐쇄돼
상인들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이냐” 울분 토로
문중 관계자 “우리와 관련 사항 없어 책임질 일 없다”
부안유통 관계자 “재 임대해 상인들 피해 안 가게 하겠다”

  • 기사입력 2019.06.14 11:56
  • 최종수정 2019.06.18 21:59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상인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라며 내걸은 현수막.
상인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라며 내걸은 현수막.
지난 11일 3미터에 가까운 높이의 양철판으로 농산물 공판장 입구를 막고 있다.
지난 11일 3미터에 가까운 높이의 양철판으로 농산물 공판장 입구를 막고 있다.

문중 사람들 간의 갈등으로 문중 땅에서 유통업을 하고 있는 상인 등 수십명이 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

이들은 수십 년간 지켜온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고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되자 “신씨 문중과 부안유통 관계자는 합의하여 부안유통 중매인 10명과 10여 명의 하매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농산물 경매가 이루어지는 공판장 등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신씨 문중에서 부안유통 대표와의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단이 됐다.

부안유통 대표는 같은 신씨 문중 사람으로서 1995년에 문중과 토지 사용 임대계약을 맺고 2년 뒤인 1997년 부안유통을 설립해 수차례 재계약을 거치면서 22년여 간 부안유통 농산물 공판장을 운영해 왔다.

그런데 신씨 문중은 작년 12월 30일자로 부안유통과의 계약이 만료되자 이번엔 재계약을 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안유통 대표는 사무실을 비워주게 됐고, 하루아침에 부안유통 소속이었던 중매인 등 상인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문중에서 부안유통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은 문중 회장과 부안유통 대표와의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안유통의 권리가 문중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문중은 농산물 공판장으로 차량 출입이나 사람들이 왕래할 수 없도록 지난 11일 인부를 시켜 3미터에 가까운 높이의 양철판으로 입구를 막아버렸다.

출입로가 막히면서 중매인들은 이날 오전 마지막 경매를 끝으로 일손을 놓게 됐고 이미 매입한 야채 등도 처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대비해 중매인 등은 지난 7일 문중 회장을 찾아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부탁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고, 결국에는 농산물 공판장은 폐쇄 됐다.

하루아침에 생계터전을 잃은 일부 중매인들은 생존권을 보장을 위해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매인 A씨는 “생존권도 보장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문을 닫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거래처도 있고, 나가라고 하면은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문중과 서로 합의하면 문제가 해결되는데 합의가 안 됐다”며 “법적 다툼을 해서라도 반드시 생존권을 보장 받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문중 관계자는 “우리가 어떻게 생존권 보장을 하느냐. 우리하고 계약을 한 것도 아니다”면서 “우리 하고는 하등에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임대를 해주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는 “재계약을 못 해주게 생겼으니까 재계약을 안 해주는 것이다. 재계약을 하게 생겼으면 왜 안 해주겠느냐”면서 자세한 설명은 회피했다.

이에 대해 부안유통 관계자는 “재임대를 해줄 줄 알았다. 또 재임대를 받기 위해 보증금과 임대료를 올려준다고 문중에 의사를 밝혔다”면서 “그런데 문중에서 거절을 하면서 사무실을 비워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는 재임대만이 해결 방법”이라면서 “어렵더라도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재임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부안유통 관계자와 중매인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태의 해법은 재임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중의 실권자인 회장은 재임대의 뜻이 없어 보여 재임대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높아 보인다.

한편, 부안유통이 영업이 중단되면서 중매인이나 하매인들 뿐만 아니라 생산자, 도매상인 등의 피해도 우려된다.

이곳에다 생산된 농산물을 경매하고 또 물건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최소 40~50명에 이른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이곳에서 경매로 거래되는 농산물의 50%정도는 부안에서 생산된 것으로 판로 문제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도 예상 된다.

유통업계 한 종사자는 “부안군 관내에 야채·과일 등을 경매를 통해 유통하는 업체는 2곳인데 부안유통이 사라질 경우 1곳만 남는다”며 “그렇게 되면 독점의 폐해가 생길 수 있고 아무래도 생산자는 제 가격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종사자는 “경매할 곳이 한 곳밖에 없으면 물량을 처리할 공간도 부족할 것”이라면서 “또 부안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들은 다른 지역에 가서 농산물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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