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정책진단] 부안군 다문화정책 이대로 좋은가?

  • 기사입력 2019.07.02 23:16
  • 최종수정 2019.07.04 18:02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부안군 다문화가족이 400세대가 넘어섰다. 배우자 자녀들을 포함하면 적어도 다문화 인구는 1500명 이상은 될 것으로 추산되며, 부안군 전체 인구(5만4030명. 올해 5월말 기준)의 3%정도는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부안군에 통계자료가 없어 수치상으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의 이혼도 점차 늘고 재혼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다문화가족은 해를 거듭할수록 마실축제 등 행사 참여와 봉사활동 등을 하며 부안군민으로서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안의 다문화 정책 등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아직도 결혼이주여성들에 비해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어 차별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익산시장이 다문화가족 자녀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퇴진을 요구하라는 목소리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다문화가족 인식 개선 요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부안뉴스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정착 시 어려움은 무엇이고 그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또 앞으로 다문화가족을 위해 부안군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지 부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결혼이주여성 등을 통해 진단해봤다.   / 편집자주

 

취업교육 미용사반.
취업교육 미용사반.

결혼이주여성들이 정착하면서 겪는 어려움

부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따르면 부안군으로 시집온 이주여성은 412명이다. 2017년도에 조사한 수치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다문화가족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국적취득 후 이름을 개명해 오랫동안 살면서 이주여성으로 기록이 남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의 국적은 베트남,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일본,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하다. 

이들은 시집을 온 후 거의 대부분 말과 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문화의 차이는 고부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기혼 여성들도 대부분 고부간의 갈등을 겪으며 살고 있지만 낯선 타국에서 살다 온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런 갈등에 적응하기 더 힘들 것이다. 

한 예로 더운 날씨의 기후에서 살다 온 결혼이주여성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늦게 일어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이 부분을 문화의 차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잔다고 나무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며느리와 시어머니와 간 갈등이 생기고 자칫 시어머니와 남편과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해 결국에는 분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음식에 대한 문제도 있다.

며느리가 음식을 만들어 주면 먹지 않고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버린다는 것이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애써 만들어 준 음식인데 시어머니가 버리다 보니 서운한 감정을 느끼면서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것.

언어소통까지 어렵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또 다문화 자녀들의 대한 차별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한다. 

몇 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한 학생이 따돌림을 못 견디고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로 상급학교에 진학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다문화가족의 가장 어려운 점은 말 즉, 언어이고, 갈등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이해 부족, 여기에 경제적인 어려움과 다문화가족에 대한 차별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중언어환경조성사업.
이중언어환경조성사업.

다문화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어떤 게 있나

2018년도 기준 부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87여개의 프로그램 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대다수 프로그램이 연간 20시간도 안 되는 게 많아 실효성을 위해서는 시간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 가운데 정기적으로 운행되는 프로그램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다문화 마을학당 자녀학당 ▲태권도교실 ▲문화이해교육 다같이 놀자 ▲부모 방문교육 ▲이중언어(부모자녀 상호작용) ▲자녀생활 방문교육 ▲관광통역 안내사반 ▲요양보호사 양성과정 ▲검정고시 종합반 ▲다문화 마을학당(성인학당) ▲한국어 방문교육 등으로 취업, 언어, 문화교육, 학위취득과 관련한 12개 사업정도다. 

이 밖에 주요 사업으로 ▲글로벌 친한친구 캠프 ▲레인보우 기타교실 ▲다문화가족 자조모임‘글로벌 맘’ ▲다문화가족 자조모임 ‘in 다문화’ ▲베트남 전통춤 자조모임 ‘영웅’ ▲부안군 다문화중창단 ‘多사랑’ ▲다문화인식개선프로그램 ‘多문화 多함께 Let’s Go‘ ▲다문화가족 고향 나들이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김장나누기 행사에 참여한 결혼이주여성.
김장나누기 행사에 참여한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족 프로그램 참여율 높여야

부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8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20시간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따르면 상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결혼이주여성은 70~80여 명으로 다문화가족 전체 가구 수의 20%도 안 된다.

참여율이 낮은 데에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출산,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홍보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부안으로 시집을 온 지 몇 년이 됐는데도 센터를 방문한 적이 거의 없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동안 다문화 사업과 관련한 프로그램 등의 정보를 받아 본 일이 없는 사실상 다문화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이들도 다문화 정책이나 취업정보, 다문화 관련 행사 및 프로그램, 국적취득과 같은 서류 등과 같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휴대폰 문자나 우편물 등을 통해 소식을 받아 보기를 원한다.

또한 결혼이주여성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취업에 대한 프로그램 사업도 직업의 종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양성이 떨어지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참여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글 교육을 받고, 검정고시로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교까지 진학하려는 것은 취업과 연관성이 크다. 

그런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난 2016년~2018년도까지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프로그램을 보면 ▲관광통역 안내사 ▲미용사자격증과정 ▲검정고시과정 ▲간호조무사과정 ▲요양보호사 과정 ▲이중언어 교사 양성과정 등 3년간 6종류의 취업 프로그램만 운영됐다. 

참여자도 요양보호사양성과정 11명을 제외하면 각 프로그램 참여자는 1~7명 수준이고 총 참여 인원도 58명에 불과하다. 58명이면 1년 기준 전체 결혼이주여성의 5%도 안 되는 인원수다.

부안군은 더 많은 결혼이주여성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취업 프로그램에 다양성을 갖추고 언어와 문화, 취미, 가족, 여가활동 등의 프로그램 시간 확대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가족 자조모임.
다문화가족 자조모임.

결혼이주여성들의 바람

결혼이주여성들은 다양한 직업 프로그램을 바라면서도 일자리를 제공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취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경제적 자립과 자존감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편에게 생활비나 용돈을 타서 쓰다 보니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고 돈을 벌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구매하거나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싶어서다.

때문에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적합 직종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직장을 다니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주말에도 한글 방문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다문화 프로그램 대부분이 평일로 진행되다 보니 직장인들은 한글 교육이나 자격증반 등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집을 온 후 몇 년이 흘러도 한글을 쓸 줄 모르는 상황이다.

친정 부모 초청 사업이나 고향 나들이 사업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생활을 하면서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수년간 고향을 못 갔는데 고향에 가면 더 없이 좋겠지만 못 가더라도 부모님을 초청해 만날 수 있다면 살아가는 데 힘이 되겠다는 것이다. 

친정 부모 초청사업은 모든 결혼이주여성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 중 하나라고 한다.

고향 나들이 사업의 확대 목소리도 높지만 정말 어렵게 살면서 고향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하소연의 얘기도 나왔다.

본인에 비해 잘사는데도 고향 나들이를 간 대상자가 있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이다. 

부안군이 결혼이주여성에게 무관심하다는 말도 나왔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정착해서 잘사는지, 못사는지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가까운 곳에서 들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밖에도 결혼이주여성들은 대출금 이자지원, 대학교 학비 지원, 한글 방문교육 확대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베트남전통놀이.
베트남전통놀이.

부안군 다문화 정책 능동적으로 변해야

부안군이 다문화가족을 위한 움직임을 보면 수동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문화 정책을 제대로 추진을 하려면 먼저 통계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확실한 통계작업이 없기 때문이다. 

통계작업이 없다는 것은 한마디로 내비게이션 없이 목적지를 향해가는 것과도 같다. 그냥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취업률은 몇 %인지, 어느 직종 어느 분야를 바라는지, 또 결혼이주여성들이 요구하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지 등을 데이터화 해 체계적으로 다문화가족지원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안 결혼이주여성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나 전화상담을 통해 그들이 정착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데이터화 해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아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정부나 전북도 정책에만 머물지 말고 부안군 자체 다문화정책을 발굴하는 적극성도 가져야 한다. 

군민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부안군은 뒤 따라 가지 말고 타 지자체 보다 앞서가는 정책을 펼치면 안 되느냐고. 

일각에서는 다문화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문화 식당’, 다문화 전통의상을 입고 운영하는 ‘다문화 찻집이나 카페’ 등 다문화의 장점을 살려 결혼이주여성들의 취업률도 높이고 부안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이는 하나의 예지만 행정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취업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찾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안된다에서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서가는 다문화정책을 개발해 다문화가족의 삶이 조금은 더 아름답게 변화될 수 있도록 부안군의 분발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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