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어처구니없는 주차장’, 지금은 ‘쓰레기장’… 애물단지로 전락한 테마파크 야외주차장

막대한 예산 쏟아 붓고도 접근성 떨어져 활용 못하면서 ‘역대최악’ 오명 얻어
당시 산 절개하는 데만 13억여원 투입 ‘환경파괴·혈세낭비’ 비판일기도
현재는 어구와 잡동사니 등이 점령 ‘눈살’…부안군 어민핑계로 ‘수수방관’
일부주민 입장차로 갈등조짐…조만간 노인 통합지원센터 건립 예정

  • 기사입력 2019.10.11 00:24
  • 최종수정 2019.10.12 13:06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지난 6일 부안군 변산면 격포 인근에 자리 잡은 영상테마파크 야외 주차장.

서해안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격포채석강에서 솔섬과 모항 등을 향하는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이 주차장은 지난 2004년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촬영지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급증하자 부안군이 이들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2005년 군유지인 임야를 절개해 조성했다. 

하지만 이곳은 주차장조성 당시부터 환경파괴 및 혈세낭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13억여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산을 절개해 7025㎡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했지만 정작 영상테마파크와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주차장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빚어졌다.  

때문에 당시엔 이곳을 두고 멀쩡한 산을 파괴해 어처구니없는 주차장을 만든 담당 과장의 이름을 따 ‘13억원짜리 ***주차장’이라고 부르는 등 비판여론이 팽배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이 주차장은 지금까지도 부안군의 행정 중 ‘역대최악’이란 오명을 얻고 있다. 

그런 이곳이 최근엔 어구 등 잡동사니 등이 점령하면서 주변 관광지 이미지마저 크게 실추시키는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떤 상황인지 그곳을 찾아 살펴봤다. 

자동차를 타고 가며 스치듯 보니 쓰레기장처럼 보였고 내려서 봐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우선 도로변 주차장의 경우 그물 등 잡동사니가 울타리처럼 에워싸면서 얼핏 보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차장 안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군데군데 쌓인 정체 모를 적치물들도 눈에 들어왔다. 

어구 등으로 보이는 그물 등도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었다.

주꾸미를 잡는 소라방도 곳곳에 쌓여있었다. 

주차장 앞쪽에 조성된 공연장역시 대나무부표 등 각종 어구 등이 흐트러져 있었다.

곳곳에서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쪽에는 알 수 없는 대형 마대자루가 줄지어 서있었다. 

이곳에 방치되고 있는 적치물은 소라방부터 그물, 부표, 마대자루, 잡동사니 등 종류도 다양했다. 

각종 무더기들이 족히 수십여 개는 되어 보였다.

이런 불법 적치물 등이 방치되면서 격포 채석강 등 주변관광지의 이미지는 얼마만큼 훼손됐을까. 주민들의 고충은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한 주민이 그곳을 지나며 분통을 터트렸다. 

민박집과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이었다. 

그는 “관광지 인데 그물 등 잡동사니들이 쓰레기처럼 쌓여있다 보니 관광객들이 한마디씩 한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조치가 취해졌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방치되고 있는 어구 등 각종 잡동사니들은 언제 누가 놓았을까. 

취재결과 인근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들이 항 주변에 소라방 등 어구 등을 쌓아둘 곳이 없자 수년전부터 하나 둘씩 이곳에 적치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격포항에 대한 미항공사가 진행되면서 그곳에 있던 어구 등이 옮겨지며 현재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로 인한 주민 간 갈등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석강 등 주변 관광지에서 숙박시설과 식당 등을 운영하는 일부 주민들은 관광지의 이미지를 해치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행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반면, 몇몇 어민들은 이곳을 아예 그물 등 어구 적치장 및 작업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행정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공무원은 “처음 주차장 조성할 때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더니 끝까지 애물단지처럼 속을 썩이고 있다”며 “한쪽에선 어구 적치장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치워달라고 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안군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곳 주차장에 15억원을 들여 2021년 말까지 노인 통합지원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군은 이를 위해 올 초 이곳 주차장에 대한 용도를 폐지했으며 내년 1월 사업을 착수할 계획이다. 

문제는 어민들이 이 기간 내에 이들 적치물 등을 순순히 치워주느냐이다. 

현재로서는 이들 어구 및 잡동사니 등을 옮길 장소가 마땅치 않아 자칫 주민과 행정 간의 마찰이 빚어질까 우려된다. 
부안군의 적절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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