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읍 시가지 또다시 ‘악취대란’…주민들, 너도나도 “못 살겠다” 분통

역겨운 냄새, 바람타고 옮겨 다녀 새벽에 가장심해
한 주민 “살기 좋다는 말은 옛말, 냄새 때문에 살수 없어”
부동산중개업자 “악취 때문에 부안읍 아파트값 떨어질 수도 있어”
결혼식 하객 “여기 사람들 정말매너 없다” 지역이미지 크게 실추
부안군, 악취진원지로 ‘남부안액비유통영농시설’ 지목

  • 기사입력 2019.10.21 21:08
  • 최종수정 2019.10.21 21:12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아니 좋은날 예식장 옆에서 이게 무슨 지독한 냄새야…”

“어머 누가 똥물 뿌렸나봐 무슨 일이래 이 동네사람들 정말매너 없다”

19일 오전 11시 10분 부안읍 인근에 위치한 한 웨딩홀 앞.

결혼식 하객으로 타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웨딩홀로 가며 한마디씩 했다.

다른 일행들도 인상을 찌푸리면서 웨딩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차장에서 웨딩홀로 향하는 다른 사람들도 손바닥 등으로 코와 입을 가리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역한 악취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옛 오륜의 집(식당) 쪽은 악취가 더욱 심했다.

정상적으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최근 저녁시간대와 새벽시간에 부안읍 일원 곳곳에서 발생했던 악취와 비슷한 냄새였다.

오륜의 집 주차장에서 웨딩홀로 향하던 한 여성은 “어휴 냄새가 너무 지독하다 예식장도 옆인데 여기 사람들 참 너무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같은 일행으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은 “그러게 어디 음식이나 먹겠어. 예식장을 이런데 잡았는지 몰라”라며 언짢아했다.

인근 S주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주유소직원은 “냄새 때문에 살수가 없는데 부안군은 머 하는지 모르겠다. 시도 때도 없이 냄새가 나니 큰 걱정”이라며 “새벽에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시내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A씨는 “액비를 뿌린 것 같다”면서도 “악취 때문에 부안읍 지역에 있는 아파트 등 부동산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부안군민들은 그걸 알려나 모르겠다. 빠른 시간 내에 냄새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그걸 알고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주민(공무원)도 “부안이 예전에나 살기 좋았지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옛날에는 생거부안이라 할 정도로 살기 좋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냄새 때문에 살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악취문제가 수년째 해결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고통과 불만이 끊이질 않는 것은 물론 지역 이미지 실추 등 각종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부동산 가격하락 등 자칫 2·3차 피해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악취문제는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부안군은 지난해에 비해 악취가 다소 저감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부안군이 악취저감을 위해 전담반까지 만들어 가동하고 있지만 악취배출시설물 등이 워낙 많은데다 관리인력 마저 부족한 현실의 한계점에 부딪히면서 악취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여기에 악취배출시설물 등이 노후화 되면서 이로 인한 피해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악취배출시설물 등이 철거되지 않는 한 주민들은 악취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악취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해결할 의지마저 부족해 보인다는 데에 있다.

특히 일부 공무원의 경우 악취와 관련한 민원제기 및 언론제보에 대해 “냄새도 안 나는데…”라며 따지는 등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부안뉴스의 악취보도에 대해 왜곡된 보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취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부안뉴스가 부안군을 흠집 내기 위해 악의적으로 보도한다고 보고 인터뷰 등에 응한 주민들에게 격한 반응을 보인 것.

실제 한 주민은 악취문제와 관련해 부안뉴스와 인터뷰했다가 불편한 상황을 맞아야 했다.

냄새도 안 나는데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주민은 “악취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바람에…, 더 큰일날까봐 말을 아낀다”면서도 “냄새가 나는 게 사실인데 안 난다고 하니 참 웃기더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부안군은 19일 한 웨딩홀 일원에서 발생한 악취진원지로 부안읍 모산리에 위치한 가축분뇨공동자원화 시설을 지목했다.

부안군 관계자는 이날 “악취발생지를 찾기 위해 고마제 돈사와 웨딩홀 주변에 있는 논밭 등을 둘러봤는데 없었다”면서 “그런데 남부안액비유통영농시설(가축분뇨공동자원화)을 갖더니 거기에서 나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봤더니 (저장소)뚜껑이 열려 있더라”면서 “현재 이곳은 악취 저감을 위해 내부 공사 중인데 직원이 뚜껑이 열려있는 걸 모르고 안 닫고 간 것으로 보인다. 주의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안뉴스는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이 악취진원지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21일 오전 9시경 이곳을 둘러봤다.

시설 입구인데도 악취가 심해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업체는 현재 악취배출로 인해 2차 경고를 받은 상태이며 한 번 더 경고를 받을 경우 악취배출업소로 지정되게 된다.

이럴 경우 시설개선명령이 떨어지고 만일 이후에도 악취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조업까지 정지될 수 있다.

부안읍 인근에는 이 업체 말고도 악취배출업체가 여럿 있다.

동쪽으로는 이 업체와 함께 부안군하수슬러지처리시설이 자리하고 있고 서쪽으로는 참프레와 제2농공단지 폐수종말처리장, 북쪽으로는 산들FC와 주밀금속이 위치하면서 악취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때문에 부안시가지에 악취가 몰려온다 해도 어디서 배출했는지 어떤 냄새인지 단정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담당공무원들 역시 악취배출 시설물들이 부안시가지를 감싸고 있는데다 날씨와 바람 등에 따라 악취가 옮겨다니다보니 어떤 냄새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어 단속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하고 있다.

부안읍 일원은 방향과 기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악취가 날마다 발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만 봐도 19일 오전에는 한 웨딩홀 일원에서 발생했고 20일 저녁엔 신운리 일대에서, 21일 오전에는 시내버스 터미널 부근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악취 종류도 발효되지 않은 역한 액비 냄새부터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개선책은 요원하다.

단속 장비와 인력도 부족한데다 악취방지를 위한 부안군의 보다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악취로 인한 부안군민들의 불평불만과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부안군에서 악취배출기관으로 지정되거나 특별 관리대상으로 분류된 업체와 시설물, 돈사 등은 참프레와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부령산업, 진영축산 등 이십여 곳에 이른다.

이중 참프레가 악취배출업체로 지정됐으며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과 부령산업이 2차 경고를,

하수슬러지처리시설 등 몇몇 곳이 개선명령 등을 받은 상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