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막마을 주민들 “부안군 답변 더는 못 기다리겠다” 무속행위 강행키로

주민들 “스트레스 받고 죽으나, 고발당해 감옥가서 죽으나 마찬가지다”
‘무속인들 기도나 굿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수일 내 현수막 내걸 듯
무속인들 “수성당은 당제 지내왔던 곳, 무속행위 막으면 안 된다” 주장
부안군 “무속행위 강압적으로 막지 않겠지만 고발할 사항이면 고발하겠다”

  • 기사입력 2019.11.06 16:35
  • 최종수정 2019.11.07 10:53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무속인 일행이 재단 앞에서 기도를 하고 내려오고 있다.
지난 2일 한 무속인 일행이 수성당 재단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수천년 이어져 내려온 죽막동 제사유적지를 관리하며 지켜온 격포 죽막마을 주민들이, 부안군이 이곳에서 무속행위를 못하게 막으면서도 주민들이 요구하는 민원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자 "부안군의 답변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무속행위를 강행키로 했다. (9월 26일자 기사 참조)

최근 주민들은 마을 회의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무속인들에게 ‘무속행위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미 무속인들이 굿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주문한 상태이고 수일 내로 마을 진입로와 수성당 주차장 등에 현수막을 내걸 예정이다.

마을 주민들이 이처럼 강경한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부안군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펜션에서 매일 같이 꽹과리 징 등을 치는 굿판이 벌어지고 어떤 때는 하루 종일 한다”면서 “그런데도 부안군은 사유지라면서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고 있지 못하면서도 수천년간 제사 등이 행해져 온 이곳에서는 무속행위를 못하게 막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주민들은 “얼마전에도 부안군청에서 가서 담당부서 과장과 팀장을 만났는데 과장은 무속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데 담담 팀장은 부정적으로만 얘기를 한다. 같은 부서에서도 생각이 다르다”며 “또 문화재청에 알아보고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10일이 넘도록 아무런 소리도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다.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죽거나, 무속행위를 해서 고발당해 감옥에 가서 죽거나 죽는 건 매 한가지”라며 무속행위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은 부안군의 엇박자 행정을 비롯한 과도한 단속이 빚어낸 결과물로 보인다.

부안군은 한편에서는 수성당제를 지낸 모습과 함께 ‘부안의 또 하나의 자랑, 동아시아 최대해양 제사유적 그 가치를 인정, 1500년 역사·문화 자연 숨결 살아나, 세계유산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내용으로 죽막동 제사유적에 대해 홍보를 하면서도 정작 이곳에서 오랫동안 행해져 왔던 무속행위는 검문검색까지 하는 등 과도한 규제 및 단속을 해왔다.

동아시아 최대해양 제사유적이라고 해놓고는 제사유적의 기능은 부안군이 앞장서서 막는 꼴인 셈이다.

부안군의 죽막동 제사유적 무속행위 단속은 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펜션에 굿당이 차려지는 황당한 풍경이 연출됐고, 이곳에서 수시로 꽹과리 징 등을 치며 무속행위가 이루어지면서 인근 죽막마을 주민들은 소음으로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됐다.

펜션에서 꽹과리와 칭을 치며 벌어지는 굿은 마을뿐만 아니라 수성당까지 크게 울려 퍼지면서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도 “이게 무슨 소리냐”며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무속인들도 부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게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부안군은 문제만 일으켜 놓고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수성당에서 무속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성당에서 무료로 무속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돈을 내고 펜션에서 굿을 하려던 손님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민원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것.

무속인들도 부안군이 제사유적지에서 무속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수성당 입구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이 지난 9월 태풍에 부러진 후 방치돼 있다. 수성당제 외 일반 무속행위 일체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보인다.
수성당 입구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이 지난 9월 태풍에 부러진 후 방치돼 있다. 수성당제 외 일반 무속행위 일체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보인다.

부안뉴스는 주말인 지난 2일 수성당에서 기도하러 온 무속인들을 만났다.

처음엔 기도를 하고 있는 한 일행에게 인터뷰를 하기 위해 “무속에 관련한 일에 종사하느냐”고 물었는데 그들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는 무속인이었다. 과거 부안군이 검문검색 하듯 과도한 단속을 하면서 생긴 학습효과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왔다는 이 무속인은 수성당과 인연은 20년정도 됐다고 했다.

이 무속인은 “무속행위를 할 수가 없어 인사만 드리러 왔는데, (개양) 할머니에게 또 언제 올지 모르겠다고 하고 나왔다”면서 “수성당은 당제를 지내왔던 곳이고 제사 유적지다. 무속행위를 못하게 하면 수성당이 필요 없는 것 아니냐, 그럼 그냥 관광지밖에 안 된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된 국사 성황사에서도 무속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수성당에서 무속행위를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부안뉴스가 6일 강릉시에 확인한 결과 실제 그곳에서는 무속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릉시 문화재 관련 담당자는 “국사 성황사 건물을 포함한 프로그램이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다”면서 “(국사 성황사를) 무속인들이 활용을 하고 있고, 하루에도 몇 팀이 방문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건물이 생명력을 지니려면 행위가 이루어져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전시형태밖에 안 된다. 생명이 오히려 끊긴다”며 무속행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경북 청송에서 왔다는 또 다른 무속인은 “이곳(수성당)에서 말문이 열렸는데 9월부터 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제야 왔다”면서 “안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아침부터 부랴부랴 챙겨 차를 타고 5시간 걸려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곳에서 무속행위를 못하게 하는 것은 나쁘게 생각하면 화도 난다”면서 “강압적으로 못 하게 하면 안 된다. 술이나 소금, 음식물 등을 뿌리는 일은 잘못됐다. 그런 부분은 무속인들이 스스로 자제를 해야 한다”며 무속행위가 유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와 관련 부안군은 기존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고, 문화재청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무속행위 등을 허가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안군 관계자는 “(죽막동 제사유적에서) 무속행위를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문화재청에 확인을 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무속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강압적으로 막지는 못하겠지만 증거는 채증해 고발할 사안이면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부안군은 수성당 입구에 문화재보호법 제42조(행정명령)에 따라 수성당제 외 일반 무속행위 일체를 금지한다는 안내 표지판을 세워놨었다.

이 안내판에는 제단차림 및 술,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소음(징소리, 북소리, 꽹과리, 고성 등) 발생을 금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현재 이 안내 표지판은 지난 9월 태풍에 부러진 후 수성당 입구 한쪽 편에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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