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무속행위 막지 않겠다더니 무속인 일행 얼굴 촬영은 왜?

무속인 일행, 얼굴 사진촬영 하려하자 “기분 나쁘다”며 분개
결국 수성당서 무속행위 포기하고 굿당이 차려진 펜션으로 가
주민들 “상 차린 것과 뒷모습 찍으면 됐지 얼굴은 왜 찍으려 했느냐” 반발
부안군 관계자 “단속의 개념 아니고, 보고하는 차원이었다” 해명

  • 기사입력 2019.11.11 21:46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죽막마을 주민들이 수성당 입구 부근에 무속행위가 가능하다는 현수막을 걸고 홍보를 하고 있다.
죽막마을 주민들이 수성당 입구 부근에 무속행위가 가능하다는 현수막을 걸고 홍보를 하고 있다.

‘죽막마을 주민들 “부안군 답변 더는 못 기다리겠다” 무속행위 강행키로’(부안뉴스 11월 6일자) 기사 보도 후 부안군이 주민들의 요구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수성당에서 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초상권 침해 논란이 벌어졌다.

주민에 따르면 이날 멀리 안산에서 내려온 한 무속인 일행이 수성당 옆 정자에서 상에 음식을 차려놓고 무속행위를 하려는데 부안군 특별관리반이 얼굴을 촬영하려고 했던 것.

부안군은 이곳에서 무속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단속하지 않고 다만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해서만 사진촬영 등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얼굴까지 촬영을 하려고 했을 정도면 단순히 행위에 대한 자료 확보가 아니라 불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증거 수집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상차림을 할 때 얼굴이 나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촬영을 허락했고 또 특별관리원도 처음엔 그렇게만 촬영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까지 나오게 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

무속인 일행 중에는 자녀가 공무원이 있어 얼굴이 외부에 노출되면 불편한 상황이었다.

부안군의 사실상 단속행위에 무속인 일행은 기분 나쁘다며 음식을 차려놨던 상을 걷어 펜션 굿당으로 가버렸다.

펜션에서 벌어지는 무속행위 때문에 주민들이 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부안군이 오히려 그곳에서 무속행위를 하도록 도와준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주민들도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주민은 “안산서 어느 보살이 아픈 사람이 있어 빌려고 내려왔는데 정자에서 상을 차려놓고 일(무속행위)을 하려고 했다”면서 “군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사진을 찍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근무하는 사람이 얼굴을 나오게 찍어야 된다고 했나 보다. 그러니까 그분들이 일을 하다가 ‘기분 나쁘다고, 왜 얼굴을 찍느냐’고 했다”면서 “그분들이 처음부터 얼굴을 찍지 말라고 했는데 상 차리는 것하고 뒷모습 찍으면 됐지 왜 얼굴까지 찍으려 하느냐”며 화를 참지 못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한 주민도 분개하며 “한 마디로 행정에서 욕먹기 싫어서 겉으로만 우리가 못하게는 안 한다고 하는 식인 것 같다”면서 “무속행위를 하는 사람들 얼굴을 찍어야 한다? 이건 주민들을 약올리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무속인들도 인격적으로 굉장히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행정도 입장바꿔 생각해 주민들과 무속인들을 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곳에서 무속행위를 하는 것은 문화재청도 불법이라고 단정지어 말을 하지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 9월 부안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곳(죽막동 제사유적)에서 무속행위가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정해진 건 없다”면서 “꽹과리나 징을 치며 굿을 하는 행위는 부안군에서 방향을 정해서 특정 시간대라든지, 특정 날짜라든지 어떤 지침을 갖고 해야 되는 부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그곳은 마을 주민들이 사적 이전부터 관리해왔던 곳이고, 제사유적이기 때문에 무속행위를 금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부안군도 문화재청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내용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부안군은 여전히 수성당에서 행해지는 무속행위를 불법행위 단속하듯 하며 주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번 일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단속의 개념이 아니고 보고하는 차원이었다”며 “어떻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재 주민들은 예정대로 수성당 입구 등에 ‘마음이 답답하고 힘드시죠!!(기도비 일체 사절), 수성당 기도도량 활성화 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매일 같이 수성당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현수막 때문인지 무속행위를 할 수 있는지 문의가 잇따르고 있고, 펜션으로 굿을 하러오는 무속인들 역시 단속하지 않으면 수성당에서 무속행위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

주민들의 제안대로 수성당에서 무속행위가 이루어지면 펜션 굿당에서의 무속행위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안군은 이 일이 벌어지기 앞서 지난 9일 주민 민원을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답을 찾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즉, 죽막동 제사유적에서 무속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부안군은 전국 지자체 문화재 구역 내에서 제사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를 모아 그걸 토대로 문화재 위원 등에게 자문을 받아 방침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그 결과를 가지고 문화재청에 지침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답을 찾아 무속행위에 대한 범위를 정해 허가를 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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