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의 안일한 행정이 벌인 페스티벌 ‘찬물 끼얹기’

8∼9일 페스티벌 열렸지만 군 청사 공사에 발목 잡혀
행사기간 내내 소음발생…참가자 관람객모두 짜증
부안군, 사전에 소음 발생 감지하고도 무 대응 ‘빈축’

  • 기사입력 2019.11.11 23:15
  • 최종수정 2019.11.12 07:41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문화예술을 향한 생활문화동호회 여러분들의 열정이 지구촌 사람이 모이는 문화관광 도시 부안을 실현하는 주축돌이라는 생각으로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 주시길 당부 드리며 부안생활문화동호회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2019년 부안군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에 대한 권익현 부안군수의 축사다.

권 군수는 더 나아가 페스티벌에 참가한 문화예술동호회원들과 관람객들에게 “행사기간동안 멋진 공연과 음악 등을 감상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보여준 부안군의 모습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 제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안군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은 부안지역 생활문화예술동호회가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로 8회째를 맞고 있다.

이번행사는 ‘부안생문동 JUMP!! & RUN’이란 주제로 부안지역 68개 동호회 중 30여개 동호회가 참여한 가운데 8∼9일 부안군청광장 일원에서 개최됐다.

행사는 공연과 체험, 전시 등 다채롭게 마련됐지만 행사장 바로 뒤에서 군청사 증축공사가 진행되면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사장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행사가 진행되자마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행사가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공사장에서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이로 인해 행사장은 뿌레카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를 절단하며 발생하는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 같은 굉음은 8일 권 군수의 축사 때부터 시작해 울리다 말다를 반복하며 9일까지 행사기간 내내 이어졌다.

부안지역 생문동회원들이 1년간 준비한 행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렇다고 공사를 강행한 업체를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 공사는 부안군이 발주한 군청사 증축공사로 내년 2월말 완공을 목표로 지난 4일 착공해 6일부터 콘크리트절단 및 제거잡업에 들어갔지만 소음 고통을 호소하는 공무원들의 민원이 쏟아지면서 이틀 동안 8시간가량 공사가 중단돼 일정에 차질을 빚은 데다 10일 비 예고마저 잡혀있어 공사강행이 불가피했다는 것.

특히 이 업체는 착공에 들어가기 전 관련부서를 통해 공사 중 소음 등이 발생해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6일부터 8일까지 이에 대한 양해와 대책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행사관련부서도 공사 소음이 행사에 악영향을 줄 것을 사전에 감지했다는 것.

공사 관련부서 관계자는 “어찌됐던 소음으로 인해 행사에 지장을 준 점 너무나도 죄송하다”면서도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부안군청 모든 부서에 공사로 인해 소음과 진동 등이 발생하니 이점 유의해 업무에 임할 것을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소음으로 인해 원활한 업무처리가 안 된다는 민원이 많아 공사가 자주 중단되다보니 공사 일정에 문제가 생겼고 일요일에 비까지 온다고 하니 공사를 중단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면서 “비가 올 경우 그대로 들이칠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행사에 지장을 준 것은 미안하고 잘못된 일”이라며“행사부서와 더욱 꼼꼼한 협업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행사관련부서는 “공사가 행사에 지장을 줄 것을 걱정해 장소를 예술회관으로 옮길까 검토했었는데 주최 측인 부안군생활문화예술동호회가 군청광장을 원해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주최 측을 더 설득해서라도 옮겼어야 했는데 죄송하게 됐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하겠다”고 사과했다.

역지사지 현판 작품이 눈길을 끈다. 행사장 바로 뒤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입장 바꿔 생각해 공사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절묘한 위치에 전시되어 있다.
역지사지 현판 작품이 눈길을 끈다. 행사장 바로 뒤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입장 바꿔 생각해 공사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절묘한 위치에 전시되어 있다.

주최측 관계자도 “소음으로 인해 행사가 다소 어수선한 건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동호회 여러분들이 개의치 않고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한 달 전부터 이곳(군청광장)을 염두 해 두고 행사를 준비하다보니 이곳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다음에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미안한 맘을 전했다.

비록 사정이 있다 할지라도 이 행사의 사실상 주관인 부안군은 만반의 준비를 갖췄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고 행사기간 내내 행사장에 굉음이 울려 퍼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부서 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행정실수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낯부끄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공사 관련부서는 사전에 양해와 대책마련을 공지했다고 했다.

이때가 이달 초. 페스티벌 행사준비까지는 다소 시간이 있어 장소이전 등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부안군과 주최 측 모두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굉음 등이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줄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부안군과 주최 측은 8일 군수의 축사 중 굉음이 울려 물의를 빚자 부랴부랴 공사장 쪽을 향해 공사 중단 요청을 했다. 응급처치를 한 것이다.

그러나 물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소리의 크고 작고에 대한 차이가 있었을 뿐 소음은 행사기간 내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행사에 참여한 생문동회원들과 관람객들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커녕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부안군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최고의 축제다.

이와 같은 축제를 준비하면서 축제장 주변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부안군 행정의 현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군수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라고 하니 동호인들과 관람객들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부서 간 ‘역지사지’로 소통했더라면 이 같은 실망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작가의 역지사지 현판 작품이 공사장에 공사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절묘한 위치에 전시되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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