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부안 백산면 동진강둔치.
이곳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경작지로 사용됐지만 새만금 수질개선과 하천생태계보전을 위해 정부가 최근 수 백 억원을 들여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익산국토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576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4년 말부터 올해 말까지 정읍시 신태인읍 신용리부터 부안군 동진면 동전리까지 왕복 20여㎞에 이르는 동진강 유역을 3공구로 나눠 하천환경정비 사업을 완료했거나 실시하고 있다.
이들 동진강유역에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원과 생물서식처, 초지 등이 조성돼 있다.
이중 백산 동진강둔치 곳곳은 하얀 억새꽃으로 넘실거렸지만 대부분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경작지가 생태공원 등으로 바뀌면서 양미역취가 급속도로 번식했기 때문이다.
양미역취는 국화과에 속하며 미국미역취와 비슷하지만 줄기와 잎, 꽃피는 시기가 약간 다르다.
5월 초 싹이 나기 시작해 9∼10월에 노란 꽃이 핀다.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지만 우리나라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물에 잠기지 않는 하천변에 집중적으로 자라며 번식력이 왕성하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한번 뿌리를 내리면 다른 식물들이 들어설 자리를 없앨 정도로 그 일대를 잠식해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미역취가 동진강유역에 얼마나 많이 분포돼있는지 알아보기 정읍시 신태인에 위치한 동진강 중류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의 광활한 노란 물결이 펼쳐져 있었다.
군데군데 갈대와 억새 군락지가 있었지만 강둑과 둔치 등 대부분의 동진강 유역을 양미역취가 점령하고 있었다.
심지어 강둑길까지 양미역취가 잠식하는 곳도 있었다.
신태인대교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희한한 광경이 눈길을 끌었다.
이 지점은 동진강과 정읍천이 합류하는 곳으로 대교 북쪽으로는 동진강이 남쪽으로는 정읍천이 흐르는데 동진강 쪽은 양미역취가 점령한 반면 정읍천변은 억새가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읍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니 양미역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새하얀 억새꽃이 끝없이 펼쳐지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다시 동진강유역을 관찰하기 위해 신태인대교를 건너 반대방향으로 동진강 하류쪽으로 향했다.
이 지역 또한 양미역취가 점령하고 있었으며 동진강을 전망하기 위해 신태인대교 인근에 만든 전망대에도 양미역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류쪽으로 내려가자 주민들을 위해 조성한 공원에도 양미역취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배수로 공사가 한창인 김제쪽 동진강 둔치역시 양미역취가 상당했다.
정읍쪽 보다는 상황이 덜 심각했지만 상당부분 양미역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고 확산하는 추세였다.
동진강 휴게소 뒤편 둔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양미역취는 정읍 신태인대교부터 부안 동진강대교까지 동진강 유역을 대부분 잠식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하천환경정비사업이 펼쳐진 둔치에 더욱 두드러졌다.
부안군청 환경과관계자는 “부안지역 하천 곳곳에도 양미역취가 자라고 있어 걱정이 많다”며“양미역취는 생태교란종으로 관리대상이어서 부안군도 연간 천여만원을 들여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동진강 유역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매우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제거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그렇지 않을 경우 동진강유역에서는 조만간 다른 식물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동진강 둔치에는 주민들에게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익산국토관리청이 최근 크고 작은 공원을 조성했지만 관리소홀 등으로 풀숲으로 뒤덮히면서 주민들이 접근하지 못해 벌써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공원이 사람 왕래가 없는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어 혈세 낭비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읍시 신태인에 산다는 한 주민은 “동진강 수변공원은 사전에 주변파악과 활용계획 등을 검토하지 않고 조성한 것 같다”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공원을 만들어 놓고 관리까지 제대로 하지 않아 누구하나 이용하는 사람도 못 봤고 앞으로도 이용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