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안군, 궁색한 변명 말고 문제 해결하는 생동하는 행정의 모습 보여야

  • 기사입력 2019.12.04 10:32
  • 최종수정 2019.12.04 18:04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지난 3일 부안읍 버스 정류장. 섶못, 돈지 노선 번호는 620번인데 버스 LED 전광판 화면에는 620-6번으로 되어 있다.

 

이서노 기자.
이서노 기자.

부안군 행정이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군민은 불편하든지 말든지 업무처리나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세월이 좀먹나’ 하세월이다.

부안군은 올 8월에 군민의 편의 등을 위해 4억원을 투입해 버스정보시스템(BIS) 구축사업을 했다. 그러면서 목적지 등을 안내하는 전광판도 새롭게 교체하고 버스 앞면을 비롯해 뒷면, 옆면까지 노선 번호를 볼 수 있게 LED 전광판으로 설치했다.

그런데 설치 작업이 끝난 후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벌써 3개월째다.

버스 도착 시간이 정확하게 안내되지 않은 문제점도 나타났지만, 버스 이용 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버스 노선 안내 번호와 행선지가 제멋대로 전광판 화면에 뜨는 일이 벌어졌다.

노선에 없는 번호가 뜨는가 하면 목적지와 전혀 다른 엉뚱한 번호가 뜨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를 들자면 노선 번호는 620번인데 노선에도 없는 620-6번이 뜨거나, 당상리 방향 버스인데 70번 간척지 노선이 뜨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한 주민은 전광판 화면에 노선 번호가 잘 못 뜨는 바람에 행선지와 다른 방향의 버스를 타 엉뚱한 목적지를 가게 되는 황당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그 차는 막차였고, 이 주민은 할 수 없이 그 버스를 다시 타고 부안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했다.

부안군은 돈 쓰고, 주민은 골탕 먹은 상황이 연출 된 것이다.

특히 전광판에 노선 번호 뒤 ‘-’가 붙은 번호가 뜨는 경우에는 화면 전환 기능이 마비가 돼 행선지 표시가 아예 안 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부안군 담당자는 번호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코스를 더 들렀다 가는 경우라고 해명을 했다.

정말 그렇다면 부안군은 바뀐 노선표를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버스 승강장이나 군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안내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특히나 부안군은 올 4월 1일부터 시행이라며 버스 승강장 마다 LED 노선번호 안내판을 붙여놨다. 여기에는 620번은 있어도 620-6번은 없다. 뒤에 ‘-’가 붙은 번호는 애당초 없다는 얘기다.

부안군의 해명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또 부안군은 이런 문제점을 취재하는 데도 비협조적이었다.

기자가 버스정보시스템 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 했는데 내용만 살짝 보여주고 자료를 주지 않았다. 비공개 자료라는 이유에서였다.

며칠 뒤 다시 방문해 또 자료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자료 제공을 꺼려했다.

계속해서 자료를 요청하자 마지 못해 준 게 보도자료 였다.

보도자료에 사업 내용이 설명돼 있다고 준 것이다.

기자로서 처음 겪는 황당한 한 경험이었다.

그날 담당부서 팀장에게 얘기를 해서 자료를 받긴 했지만 그것 마저도 올해 사업계획서가 아닌 작년 사업계획서였다.

실제 사업 내용과도 달랐다. 버스정보안내기(BIT) 설치된 곳이 실제로는 33개소인데 30개소로 되어 있었고, 설치장소 등도 내용에서 빠져있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당사업에 대한 개요가 있기 마련인데 그마저도 만들어 놓지 않았는지 작년도 사업계획서를 준 것이다.

부안군 행정이 얼마나 나사가 풀렸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버스 전광판 안내 오류는 최근까지도 개선되지 않아 일부는 정상적, 또 일부는 비정상적으로 작동되면서 주민들에게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

지난 3일 저녁 7시경에도 버스 운행 중 행선지와 다른 번호가 노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간척지(70번)를 가는데 320-7번이 전광판에 뜬 것이다.

이로 인해 한 학생이 주춤 거리다 버스를 탔다.

버스 앞면에 꽂아진 행선지와 노선 안내 번호가 달라 혼동을 일으켜 벌어진 상황이다.

노선 번호만 봤다면 이 학생은 버스를 놓쳐 추위에 떨며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할 뻔 했다.

버스 운전기사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저녁이나 주로 막차 시간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은 전광판 번호를 보고 버스를 타는 게 아니라 버스 앞문에 꽂혀 있는 아크릴로 제작한 행선지 안내 표지판을 확인하며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운 겨울이 시작됐는데 노선 안내 번호 오류 등의 문제가 계속해 발생 된다면 자칫 농어촌버스 주 이용 계층인 학생들과 어르신들의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현재 부안군의 행정의 움직임을 볼 때 올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군민의 편익 등을 위해 시행한 사업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안군은 군정 목표처럼 생동하는 행정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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