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사육 거리 제한, 축산업계 “완화해야” VS 주민들 “안 돼”

부안군, 지난 20일 가축사육 거리 제한 개선방안 토론회 열어
주민들 “냄새 때문에 살 수가 없다, 목숨 걸고 막을 것” 입장 표명
축산업계 “거리 제한 완화 및 주민동의 비율 낮춰야 한다” 요구
부안군 관계자 “조례 개정 아닌 의견 듣기 위한 자리였다” 밝혀

  • 기사입력 2019.12.26 22:48
  • 최종수정 2019.12.27 08:03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지난 20일 부안예술회관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가축사육 거리 제한 개선방안을 위한 토론회 모습.
지난 20일 부안예술회관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가축사육 거리 제한 개선방안을 위한 토론회 모습.

수년 전부터 부안군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축사 신축과 증축이 가능 하도록 축사 거리 제한 완화 등의 요구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이 우려된다.

축산업 종사자들은 거리 제한 완화 및 주민동의 비율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주민들은 “가축분뇨 등의 냄새 때문에 살 수가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군은 올 2월 부안군 가축사육 제한 조례를 일부 개정하면서 소, 젖소, 말, 사슴, 양, 염소, 닭, 오리, 개 등은 500미터 이내에서 1키로미터 이내로, 돼지는 1키로미터 이내에서 2키로미터 이내로 거리 제한을 강화했다.

당시 부안군은 축사 인허가 신청이 급증하자 대규모 축사 집단화와 주민들의 악취 우려 민원 등 때문에 조례를 개정했다.

이로 인해 축사 신축 구역은 크게 줄고 증축마저 어렵게 되자 축산업 종사자들의 거리 제한 완화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안군의회 의원까지 나섰다.

오장환 의원은 지난달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외지사람들 때문에 조례가 개정이 됐는데 군수님이 각 면 단위 축산농가를 만나 면담결과 소규모 축사는 1년 후에 다시 조례를 개정해 하게 끔 해주겠다고 했다”면서 “10년이상 거주한다든가 부안 관내에 있는 사람, 타지 사람은 안 되고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느냐. 군수님 공약도 있고 본 의원은 이것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오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주민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어떻게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의원이 일부 축산인들을 대변하는 발언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

표는 축산인들 보다 주민들이 더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

축산업 종사자들과 의원까지 나서면서 결국 부안군은 가축사육 거리 제한 개선방안을 위한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부안군은 지난 20일 오후 2시 부안예술회관 다목적강당에서 축산 종사자들을 비롯한 주민 등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10개분임으로 나눠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예상대로 축산업 종사자와 주민 간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축산업 종사자 등이 요구하는 안은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부안군에 5년~10년이상 거주한 주민이나 현재 축산업 종사자에게는 조례를 개정해 거리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축사 신축이나 증축 시 필요한 주민동의 100% 비율을 60~70%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주민들은 거리 제한 완화에 대해 단호하게 “안 돼”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주민들은 “부안에 축사가 너무 많이 들어섰다. 사람이 살아야 하는데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저기압일 때는 냄새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창문을 못 열고 있다. 도로 옆에는 축사가 들어서지 않게 해야 한다”는 등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날 토론회는 축산업 종사자와 주민 간 입장 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

토론회가 끝난 며칠 뒤인 지난 24일, 축사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의 실상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백산면 하청리 신흥마을과 월천리 봉서마을을 찾았다.

이곳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을 만나 축사로 인한 주민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 들어봤다.

축사로 인해 받는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고충은 생각 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주민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가야지 거리를 완화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목숨 걸고 막을 것”이라면서 “축사가 들어오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기 좋고 살기가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냄새 때문에 아침에 돌아다니질 못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봐라, 자식들도 왔다가 냄새 난다고 하룻 밤 자고 금방 간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면서 "이곳 마을은 축사 인허가가 전면 제한된 계화면과 똑같은 지역”이라면서 “축사에서 오염물들이 나올 텐데 그것이 어디로 가겠느냐, 동진강으로 흘러가 새만금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26일 축산업계의 얘기도 들어봤다.

축산업계는 종사자 간 약간의 의견 차이를 보였다.

한 축산업 종사자는 “거리 제한은 1키로 미터로 해도 관계가 없는데, 주민동의 100%는 문제가 있다”면서 “증축 시 부안에 10년 이상 거주한 농가들에게는 주민동의 비율을 60%정도로 낮춰줘야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다른 종사자는 “부안은 쌀 다음 한우가 소득이 가장 높을 것”이라면서 “2세농이나 농가의 소득 향상을 위해 복합영농을 할 수 있도록 거리를 500미터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거리에 따라 주민동의 비율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 권역별로 거리 제한 조건을 달리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현재 부안군은 가축사육 거리 제한 완화 요구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부안군은 “조례 개정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고 서로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면서 “앞으로도 토론회를 갖는 등 축산 종사자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더 청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여론조사를 통해 군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뜻도 보였다.

한편, 부안군이 거리 제한을 강화하면서 축사 인허가 신청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부안군에 따르면 거리 제한 강화 이후 축사 인허가 신청 건수는 3~4건에 불과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다.

지난 2016년 15건이던 게 2017년에는 32건으로 배 이상 늘었고, 2018년에는 86건으로 2016년 대비 무려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도 거리 제한 강화 이전까지만 해도 26건(1월 23일 기준)이나 축사 인허가 신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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