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농가 침수피해 예방사업…무책임한 행정과 민원발생에 하세월

군수 지시에도 사업 1년 6개월 째 방치…공직기강 무너져?
예산 확보하고 공사업체까지 선정해놓고도 사업추진 못 해
민원 발생하자, 행정은 뒤로 빠지고 공사업체에 떠맡긴 것도 모자라
담당 공무원이 피해 농가에 ‘사업 취소해달라고 요청해라’ 강요하기도
피해 농장주“귀농인이라 불이익이 많아, 귀농인의 현실 안타까워”

  • 기사입력 2019.12.30 23:07
  • 최종수정 2019.12.30 23:38
  • 기자명 김태영·이서노 기자
작년에 침수피해를 입은 동진면 한 오리 농가.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이면 수로에서 물이 넘쳐 농장으로 유입되면서 수년째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작년에 침수피해를 입은 동진면 한 오리 농가.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이면 수로에서 물이 넘쳐 농장으로 유입되면서 수년째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부안군이 2018년 7월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침수피해를 입은 동진면 한 오리농가에게 침수예방을 위해 배수관로를 시설해 주기로 해놓고도 1년 넘게 사업추진을 못하면서 무능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권익현 군수가 직접 지시한 사업인데도 장기간 방치되면서 부안군정 공직기강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피해사례는 지난해 7월 동진면에 위치한 한 오리농가가 태풍으로 인해 오리 사육 하우스 16개동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키우던 오리 1만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이 같은 상황은 지상파 방송과 종편, 신문 등 전국단위의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권 군수는 취임 다음날인 지난해 7월 3일 침수피해를 입은 이 오리 농장을 방문해 현장에서 농장주에게 침수대책으로 배수관로를 시설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 자리에는 동진면장이 함께 있었다.

그런데 이런 군수의 지시는 소리 없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동진면에서는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배수관로 시설을 위한 사업추진을 하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진면장이 정기인사로 자리이동을 하면서 권 군수의 지시는 후임자에게 조차 전달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군수의 지시사항 또한 허공에 붕 뜬 상황이 돼버렸고 농장주는 그 것도 모르고 공사를 언제 해줄지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부안뉴스가 피해농장주로부터 제보를 받아 취재한 결과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이농가에 대한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사업은 없었다.

당연히 사업비조차 세워지지 않았다.

권 군수의 침수피해를 예방해 주겠다는 약속은 헛구호에 그친 된 셈이다.

이후 부안뉴스가 다시 취재에 들어가자 부안군은 뒤 늦게 예산을 세우며 올 초에 사업계획을 세웠지만 발주를 늦게 하면서 농장주는 올 여름에 또 다시 침수피해를 겪어야 했다.

침수피해 예방에 앞장서야 할 부안군이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은 군수의 지시가 내려진지 1년 6개월 가까이 된 현재까지도 추진을 못하고 있다.

민원을 이유로 부안군이 소극적인 행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수의 지시대로라면 이사업은 지난해 가을걷이 이후 곧바로 했어야 맞다.

배수관로 공사를 하기 위해선 배수로 옆 논을 일부 점유해야 하는데 이들 논들은 이모작을 하고 있어 이때가 아니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많아서다.

때문에 공사 시기로는 지난해 11월경이 적절했다.

하지만 부안군은 지난해 7월에 약속했던 일을 수개월 째 방치하다가 올 5월에서야 겨우 2차 추경에 공사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6900여만원의 예산을 확보한 뒤 공사업체를 선정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여름철에 앞서 추진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부안군은 여름철에 앞서 침수피해 예방사업을 못했고, 결국 이 오리 농가는 올 여름 또다시 농장 일부가 물에 잠기는 침수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농장주는 “군수의 약속만 믿고 침수예방 시설을 해줄 것이라고 기다렸는데 결과는 ‘침수’였다”고 한탄했다.

작년 침수피해 상황. 빗물이 유입돼 축사가 물바다가 됐다.
작년 침수피해 상황. 빗물이 유입돼 축사가 물바다가 됐다.

부안군이 서둘러 사업을 추진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침수피해였다.

이사업은 지금까지도 사업을 추진할지 말지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배수로 옆 논 경작농민의 무리한 요구가 원인이지만 부안군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부안군은 이농민이 논 일부를 사용대가로 보상을 요구하자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시공업체에 이 같은 요구사항을 떠넘겼고 농민과 시공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부안군 담당공무원은 그것도 모자라 시공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이번에는 농장주에게 전화를 걸어 “군수님께도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보고 했으니 사업을 취소해 달라”고 강요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담당 공무원의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인 행태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농장주 등에 따르면 이 담당 공무원은 지난 11월경 전화를 걸어 “일부만(배수관로 공사를) 하던지, 아니면 안 하던지 내일까지 답변이 없으면 안 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소식을 들은 부안뉴스가 취재에 들어가자 부안군은 민원 때문에 그런다면서 경작 농민과 오리농장주를 불러 타협해 보겠다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도 담당 공무원의 거짓말과 비상식적인 행태는 계속됐다.

그는 부군수와 산업건설국장에게 이미 농장주와 농민과 문제해결을 위한 미팅날짜 등을 잡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농장주는 이 담당에게 이 같은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

이런 사실은 당시 부안뉴스가 산업건설국장실에 들러 국장에게 상황을 물어보자 국장이 이 담당에게 전화를 걸어 들어본 뒤 해결을 위해 미팅하기로 했다고 전해줬고 부안뉴스는 그 자리에서 농장주에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부군수 역시 이 담당으로부터 그렇게 보고 받았다고 알려왔다.

이 또한 거짓 보고였다.

그는 부안뉴스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취재하자 뒤늦게 농장주에게 전화를 걸어 12월 13일 오후 4시에 부군수실에서 민원인(옆 논 경작자 조모씨)과 만나기로 했으니 20분전에 자기에게 오라고 요구했다.

부군수와 국장에게는 미리 시간 등을 잡았다고 보고한 뒤 농장주에게는 그때밖에 시간이 없으니 맞추라는 식이었다.

그는 11월 초에도 오리농장을 방문해 “조씨 친한 농민께 들었다”면서 “보리를 갈아놔서 장비가 들어가면 대략 필지 당 240만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농장주에게 귀띔했다.

사업을 하려면 조씨와 합의를 보라는 얘기였다.

문제가 불거지자 그는 11월 중순경 다시 오리농장주를 군청으로 불러 “자기가 돈 얘기한 게 아니다”면서도 “급한 마음에 주무관이 돈 얘기를 한 것으로 하자”고 권유했다.

이어 “공무원입장에서는 양쪽 다 민원인이라 중재하기 어렵다”며 조씨와 둘이 해결하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면서 “원래 면사무소 사업을 군청으로 넘겨받아 하는 사업이라 본인도 노력하였으나 조씨 쪽에서 너무나 완강하여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면서 “(시공)업자가 조씨에게 연락을 하니 오리축사 뒤쪽을 3미터씩 철거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축사시설에는 원칙적으로 (침수예방사업을)시행 할 수 없는 사업이고 경작주가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시행 할 수 없으니 축사 아래쪽 100미터정도만 진행하거나 포기하거나 해야 할 거”라고 포기를 요구했다.

침수피해를 입은 축사 밖의 모습.
침수피해를 입은 축사 밖의 모습.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무책임한 행정을 펼친 것도 모자라 비상식적인 행태를 취하고 있는 이 담당공무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권 군수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시만 해놓고 상황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리농장주는 지난해 12월경과 올 3월경 두 차례에 걸쳐 행사자리 등에서 권 군수에게 사업이 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권 권수는 “아직도 안 됐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는 것.

이는 권 군수가 침수예방사업을 해준다고 약속했을 뿐 그 후에 일은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무책임하고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이사업은 군수와 공무원들이 안일한 태도를 취하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

부안군은 내년 3월쯤 공사를 할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씨가 논 점유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데다 부안군도 사업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애꿎은 농장주만 마음을 졸이고 있다.

농장주는 “우리가 귀농인이라 그런지 여러 가지 불이익이 많다”면서 “내년 여름철까지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또 침수피해를 당해야 할 처지에 놓이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해에 피해를 당할 당시 바로 사업을 추진했더라면 조씨도 피해상황을 눈으로 봤으니까 사업을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면 진즉 공사가 끝났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군에서 내년에 한다고 하는데 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중 모터수를 늘려 침수피해에 대비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이 또한 귀농인의 현실인거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 했다.

이와 관련 보상 등을 이유로 사업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조씨는 오리농장으로 인해 7년간 피해를 입었으니 그에 대한 변상을 요구하고 있다.

조씨는 “오리하우스 뒤편 논에서 지난 7년간 농사지으며 피해를 입었다”며 “변상을 하든지 아니면 자기 오리하우스 3m 헐고 공사를 하던지 알아서 해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변상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임대로 경작하고 있는 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귀농귀촌인 모임 및 오리농가. 동진면 인근마을 주민 등을 대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무리한 요구라는 것.

한 오리농가 주민은 “오리하우스 16개 동을 3m씩 헐고 공사하라는 것은 억지 중에 억지”라며“이는 이곳에서 오리농장을 하지 말라는 말과 똑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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