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공감 부족한 부안읍 지역 중학교 남녀공학 실현되나

학생들 52.9% 남녀공학 전환 희망 안 해
설문조사 찬성 비율 53.3%로 전환 조건은 충족
일부 학부모들 “학생들 의견 존중해야 한다” 주장
부안교육지원청 “남녀공학 조건 충족 했다” 전환 시사

  • 기사입력 2020.01.16 16:45
  • 최종수정 2020.01.16 16:56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부안교육지원청.
부안교육지원청.

작년부터 부안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부안읍 지역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결정이 임박하면서 최종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이달 말경 협의회를 거쳐 전환 결정을 한다는 방침이다.

전환 대상 학교는 부안여중(사립, 5학급)과 부안중(공립, 2~3학급), 삼남중(사립, 2~3학급) 등 3개 학교이다.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면 사실상 남녀공학 전환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작년 10월경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인데 조건을 충족하는 결과가 나왔다.

협의회는 응답률 60%이상, 조사대상 중 찬성 비율이 과반을 넘기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로 협의했고, 그 결과 응답률 83.3%에 찬성이 53.3%(820명)로 과반을 넘었다. 반대는 46.7%(719명).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당사자인 학생들의 공감대가 부족한 결과로 나타나면서 남녀공학 전환 결정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은 884명(초등학교 4·5·6학년, 중학교 1학년)이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과반이 넘는 52.9%가 반대 의견을 보이며 남녀공학을 희망하지 않았다. 찬성은 47.1%.

반면 학생들을 제외한 학부모와 교직원, 학교운영위원들은 찬성 비율이 높았다.

학부모(382명)는 찬성 62.0%, 반대 38.0%, 교직원(246명)은 찬성 60.2%, 반대 39.8%, 학교운영위원(27명)은 찬성 70.4%, 반대는 29.6%.

표본수 1,848명 중 1,539명이 설문에 참여했으며, 학생들은 각 학교에서, 학부모를 비롯해 그 밖의 조사대상은 모바일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찬성 이유로는 남녀의 자연스러운 교육환경 조성(44.3%), 학생들의 학교선택권 보장(41.6%), 기타 (8.4%), 통학여건의 개선(5.7%) 순이었고, 반대는 남자중학교, 여자중학교 각각의 특성과 장점 때문(48.3%),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25.3%), 기타(14.0%), 현재의 남자중학교, 여자중학교의 역사와 전통 때문(12.1%) 순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반대 비율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학부모 A씨는 “설문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높게 나왔더라도 학생들의 남녀공학 반대 비율이 높다면 논의가 더 필요한 것 아니냐”면서 “실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B씨는 “남녀공학 전환에 찬성을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금 늦더라도 논의할 시간을 갖고 결정하는 게 잡음이 없을 것 같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와 다른 의견도 있었다.

학부모 C씨는 “아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는데 남녀공학이 되면 성과 관련된 문제로 얽혀 피해를 볼까봐 걱정스러운 면은 있다”면서도 “시대적 흐름이 중학교는 남녀공학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대 비율이 높더라도 추세에 따라가야 한다”며 찬성 쪽의 손을 들었다.

학부모들의 신중론이 언급되면서 협의회도 남녀공학 전환 결정에 부담감을 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남녀공학이 쉽게 결정이 된다면 실제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을 배제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또 남녀공학 전환 후 예기치 못한 부작용 등이 발생한다면 그 비난의 화살은 설문조사 방식부터 전환 결정을 한 협의회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안교육지원청은 남녀공학 전환을 시사했다.

부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 과반이 넘어 남녀공학 전환 조건이 충족이 됐다”면서 “이달 말경 협의회를 열어 전환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각 학교별 학급수는 기존과 변동이 없다. 다만, 전환시기는 시설물 신축 등 예산확보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후가 될 수 있다는 게 부안교육지원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부안교육지원청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남녀공학 전환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생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협의회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은 전북도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추진됐다.

도내에서는 부안을 비롯한 고창, 김제, 정읍, 익산 등 5개 시군이 대상이다.

도의 남녀공학 전환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첫 번째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대 보장이고, 두 번째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비공학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 불균형 개선이다.

세 번째는 남녀 학생이 함께 성장함으로써 올바른 성 가치관 정립, 마지막 네 번째는 양성의 각기 다른 장점을 학교 활동에 반영, 다양한 교육 활동과 문화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부안도 작년 3월 28일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추진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고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공청회를 여는 등 남녀공학 전환을 주진했다.

그동안 부안여중은 반대, 부안중은 찬성, 삼남중은 찬성에 가까운 입장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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