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상수도행정…수돗물도 줄줄줄, 혈세도 줄줄줄

누수신고 접수받고도 두 달간 나 몰라라 한 ‘부안군’
늦장대처로 농경지 침수…수중 모터 2대로 물 퍼내
피해주민 “샌 수돗물 수백 톤 넘어, 돈으로 환산하면 엄청나”
부안군 관계자 “위탁 준 곳이다 보니 안일하게 대응, 죄송하다”

  • 기사입력 2020.02.13 22:21
  • 최종수정 2020.02.13 22:24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동진면 신리 논경지. 누수된 수돗물로 논이 침수돼 수중모터를 이용해 물을 빼내고 있다.
동진면 신리 논경지. 누수된 수돗물로 논이 침수돼 수중모터를 이용해 물을 빼내고 있다.

부안군이 상수도 누수신고를 접수받고도 누수사업을 위탁했다는 이유 등으로 미온적으로 대처해 보수작업이 두 달여 만에 이루어지면서 엄청난 양의 수돗물과 함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누수 된 수돗물로 인해 논경지가 침수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는 등 비판이 일고 있다.

부안 동진면민들에 따르면 최근 2년 전부터 동진면 신리마을 앞 도로 밑에 있는 농경지가 이유 없이 침수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농경지 경작인은 물을 빼내기 위해 수중 모터 2대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가동해야만 했고 농경지 인근 주택 주민과도 갈등을 겪어야 했다.

논에 유입된 물이 이 주택에서 발생한 하수도 물로 보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자 주택 주민은 “아무래도 상수도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며 상수도 누수신고를 경작인에게 권유했다.

이에 따라 경작인은 지난해 11월경 부안군청 상수도사업소를 방문해 상황을 설명하고 누수검사를 요청한 뒤 검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부안군청은 검사는커녕 깜깜무소식이었다.

두 달이 지난 뒤에야 롯데건설이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수작업을 벌였지만 이 자리에 상수도 관련 공무원은 없었고 담당부서 또한 이곳에서 보수작업이 이뤄지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실제 부안뉴스가 지난달 28일 보수작업 현장을 취재한 결과 상수도관에서는 물이 줄줄 새고 있었고 현장에는 롯데건설 직원만 있었을 뿐 관련공무원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상수도사업소에 전화를 걸어 소장과 담당, 담당자 등에게 관련 공사에 대해 물었더니 그 누구도 이 같은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전화를 받고서야 현장에 출동하겠는 답변을 내놨다.

누수에 따른 도로 굴착작업을 하면서 안전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누수에 따른 도로 굴착작업을 하면서 안전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담당 공무원들에게 부안뉴스가 “주민건강과 직결되는 상수도 보수작업을 하는데 어떻게 관련부서가 모를 수 있느냐”고 묻자 한 공무원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어수선해서 누수신고 접수건 등을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특히 이 지역은 상수도현대화사업 구간으로 롯데건설에 위탁을 준 곳이다 보니 안일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피해 경작인은 “신고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보수작업을 하다 보니 그 기간 동안 수돗물이 논으로 유입되면서 아까운 수돗물은 수돗물대로 낭비되고 그물을 빼내느라 모터를 돌리니까 전기료는 전기료대로 들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논으로 흘러내린 수돗물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아마 수백 톤은 넘을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엄청날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옆에 있던 마을 주민도 “상수도 복구작업을 하는데 군청이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2차선 도로를 굴착하면서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표시도 없이 하는 것도 큰 문제”라며“많은 공사현장을 봐왔지만 업체가 상수도공사를 하면서 군청에 연락도 없이 하고 도로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굴착하는 건 처음 본다. 무슨 행정이 이러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주민여러분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면서 “지적하신 모든 것들이 잘못된 것 같다”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해 11월경에 신고접수를 받아 위탁업체인 롯데에 이관했는데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유야 어찌됐든 꼼꼼히 확인하고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위탁업체가 뒤 늦게 처리한 것과 관련해서는 “책임을 물어야할 일이 있으면 묻겠다 ”면서 공사현장 안전조치 미흡에 대해서도 “변명의 여지없이 잘못된 것 같다.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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