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계선생유적지…시설은 잘 정비되어 있는 반면 관리는 허술

데크와 돌길로 조성된 진입로 기대치 높이지만 ‘거기까지’
주차장 옆 화장실 뒤편에 이정표와 알림판 널부러져 있고
서당 가로등은 대낮에도 켜있어…키오스크와 TV는 ‘먹통’
높게 설치된 안내판은 불편 초래, 파손된 진입로는 안전위협

  • 기사입력 2020.02.27 21:53
  • 최종수정 2020.02.27 22:12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반계서당.
반계서당.

18일 오후 3시 30분 우반동(보안면 우동리)에 위치한 반계선생유적지.

반계서원으로 알려진 반계유적지는 실학의 비조로 불리는 반계 유형원 선생(1622~1673)이 학문을 연구하며 조선 후기 국가개혁안의 교과서라 평가받는 ‘반계수록’을 집필한 곳으로 1974년 9월 전라북도기념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부안군은 반계유적지를 보다 편리하게 관람하고 체계적으로 보존관리 할 수 있도록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5억여원을 들여 진입로 개보수작업과 함께 키오스크 등 다양한 미디어기기를 설치 운영 중이다.

부안뉴스는 이날 부안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보수한 이들 시설물들이 잘 정비되어 방문객들에게 편리함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반계유적지를 둘러봤다.

그 결과 진입로 등 시설은 잘 정비된 반면 관리는 허술했다.

문제점은 진입로에 들어서기 전부터 발견됐다.

유적지를 안내하는 이정표 등이 공중화장실 옆에 방치돼 있다.
유적지를 안내하는 이정표 등이 공중화장실 옆에 방치돼 있다.

유적지 등을 알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각종 이정표와 알림판 등이 주차장 인근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뒤편에 쓰러진 채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이를 뒤로 하고 유적지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자 데크로 조성된 진입로가 눈에 들어왔다.

이 길은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었고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과 오디오시설은 반계서당과 유형원선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익한 정보를 주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다만 파손되거나 흔들림 현상을 보이는 곳이 두서너 군데 발견돼 이곳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몇몇 안내판 역시 파손되거나 부식돼 개선이 요구됐다.

데크길이 끝나자 고즈넉하니 멋스러운 돌길이 맞이했다.

이 길은 반계유적지까지 이어지며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반계선생 유적지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너무 높게 설치돼 있다.
반계선생 유적지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너무 높게 설치돼 있다.

반계서당 입구에 설치된 반계선생유적지 안내판은 너무 높게 설치돼있어 내용을 읽기에 불편함을 줬다.

여기에 반계서당 앞마당에 설치된 3개의 가로등은 환한 대낮인데도 켜져 있어 관리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부 미디어영상 시스템도 문제를 드러냈다.

유형원선생의 업적 등을 영상으로 알리기 위해 서당 마당과 방에 설치된 키오스크와 TV 등은 아예 작동되지 않았다.

사람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작동된다고 되어 있는 키오스크는 먹통이었고 TV화면은 꺼진 상태였다.

이처럼 이날 둘러본 반계유적지는 정비 불량 및 관리소홀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반계수록을 집필한 유형원선생의 업적마저 가벼이 보일까 우려됐다.

또한 이곳의 허술한 관리로 인해 부안군의 이미지까지 손상될까 걱정이 앞섰다.

반계서원을 안내하는 키오스크가 고장나 방송과 화면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반계서원을 안내하는 키오스크가 고장나 방송과 화면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부안뉴스는 이날 반계유적지를 보고 느낀 점을 부안군 문화재관련 공무원에게 전하며 문제점 등을 지적한 뒤 문화재 관리 매뉴얼을 물었다.

그는 이에 대해 “인력이 부족해 문화재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적된 부분은 빠른 시일 내에 보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키오스크는 외부에 설치되어 있다 보니 고장이 잦은 것 같다”며 “지난해에도 고장이나 수리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이후 작동되지 않았던 미디어영상기기는 대부분 고쳐진 것으로 전해졌다.

부안군 관계자는 부안뉴스가 지적한 바로 다음날인 19일 현장을 방문해 고장 난 키오스크와 TV를 수리했다고 25일 밝혔다.

반계 유형원 선생이 집필한 ‘반계수록’은 26권으로 이루어졌으며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제도 개혁의 방법을 다룬 저서로 당시 정치에는 반영되지 못했지만 이익과 정약용 등에 영향을 주면서 실학사상의 기초가 되었다.

반계수록에는 조선후기 당시 현실 법제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안정된 국민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있으며 지역적인 불균등과 신분적인 특권을 해소해 모든 사람이 자기 몫을 차지할 수 있는 사회의 실현에 목표를 둔 대안도 실려 있었다.

유형원 선생은 이 같은 개혁안을 통해 개혁을 꿈꾸었지만 그의 개혁안은 실현되지는 않았다.

한편, 부안군에는 반계유적지를 비롯해 23종 334점의 국가문화재와 35종 54점의 도문화재 등

총 58종 388점의 유·무형문화재가 존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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