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풍력발전기…폐기물 처리방법 없어 ‘논란’

재료에 대한 폐기방법만 있을 뿐 전체 폐기물에 대한 매뉴얼은 없어
환경부 등 공공기관은 답변 못하고, 업체는 안 걸리면 되지 식 ‘편법처리’

  • 기사입력 2020.03.16 22:22
  • 최종수정 2020.03.16 22:26
  • 기자명 김태영 기자

풍력발전기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전국각지의 육상은 물론 해상까지 확산하고 있지만 발전기 폐기물에 대한 처리기준은 애매모호 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안뉴스가 최근 20여 일간 ㈜한국해상풍력과 부안군, 전북지방환경청, 환경부, 부안신재생에너지센터에 위치한 재료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풍력발전기 날개 폐기물에 대한 처리방법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날개재료인 유리섬유에 대한 처리기준은 있어도 날개폐기물에 대한 처리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았다.

파손되거나 폐기할 풍력발전기 날개 처리방법에 대해 묻자 환경부는 “지금까지 이런 사례가 없어서…”라며 20여일 째 답변을 미루고 있다.

전북환경청도 관련법과 지침이 애매해서 환경부에 질의했지만 아직까지 회신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부안군 역시 “제주도와 강원도 등 풍력발전사가 있는 지자체 등과 환경부 등에 물어봤지만 이 같은 사례가 없었다는 말만 들었다”며 “자신들도 답답하다”고 오히려 호소하고 있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처리하고 있다”고만 말할 뿐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재료연구소 또한 “다른 데하고 똑 같이 처리 한다”며 상세한 설명은 피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환경부와 환경청, 부안군 등의 공공기관은 관련법과 지침이 애매해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반면, 생산자와 시공사 등 사업자는 처리는 한다면서도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이들 공공기관들은 왜 이렇게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사업자는 무슨 이유에서 숨기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풍력발전기의 날개 크기가 한 원인일 것이다.

풍력발전기 날개는 유리섬유 등으로 만들어져 폐기하려면 관할 지자체장에게 신고한 뒤 폐기물 소각장에서 소각해야 한다.

하지만 발전기 날개가 작게는 50미터에서 크게는 160미터에 이르는 등 워낙 크다보니 한 번에 옮길 수가 없는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날개 폐기물을 소각장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잘게 부스거나 잘라야 한다.

문제는 날개를 부스거나 자르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가루가 공기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유리섬유 등의 폐기물은 별도 기관을 통해 처리되지 않고 강이나 토양에 방치되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루의 경우 피부나 눈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호흡에 곤란을 주는 등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따라서 날개를 잘게 부스거나 자를 때는 유해물질이 가급적 공기 중에 배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분해 작업을 할 시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하든지 밀폐한 뒤 해야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업체 등은 분해 작업을 밀폐된 공간에서 하지 않고 오픈된 공간에서 하고 있다.

밀폐된 작업공간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업체 등은 환경오염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 걸리면 되지’식으로 공공연하게 음성적으로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부안뉴스는 지난달 27일과 28일 부안신재생에너지 재료연구소가 발전기 날개 2개를 포크레인과 인력을 이용해 노출된 공간에서 분해 작업을 하는 걸 목격했다.

작업자들은 모두 방호복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작업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가루와 쾌쾌한 악취는 그대로 공기 중으로 날아갔다.

업체와 작업자들은 자신들을 위해서는 철저한 예방조치를 했으면서도 정작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오염에는 나 몰라라 한 셈이다.

부안뉴스는 이 업체의 날개 폐기물 처리과정을 지켜본 뒤 문제가 있다고 보고 앞서 말한 환경관련기관 등에게 관련 법률에 대한 질의를 했지만 현재까지 들을 수 없었다.

다만 부안군은 현장을 확인한 만큼 환경부에서 회신이 오는데도 행정 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풍력발전기 폐기물 처리에 대한 법률과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보니 환경오염과 편법을 유발시키며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풍력발전기 폐기물 처리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이 사안과 관련해 정부와 관계기관의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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