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하서면 석상리 산 54-1 일원.
윙~, 뚝, 뚜둑~
굴삭기 1대가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날 이 작업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됐고, 멀쩡한 나무들이 상당수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져 나갔다.
훼손된 산림 면적도 적지 않았다.
굴삭기로 작업한 자리는 풀 한포기가 없을 정도로 깨끗했지만 그 주변에는 뿌리째 뽑힌 나무들과 부러진 나무, 잡목들이 한데 뒤엉켜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마을 주민 A씨가 굴삭기 1대를 동원해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이 모습을 본 부안뉴스가 A씨에게 개인 땅이냐고 묻자, A씨는 국유림이고 정읍국유림관리소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읍국유림관리소 관계자에게 넝쿨을 걷어내도 되느냐는 얘기를 하고 작업을 한다고 했다.
작업이 많이 이뤄지지 않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 후 몇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확인했을 때 산림을 훼손한 면적은 처음 봤을 때 보다 훨씬 더 넓어졌고, 넝쿨제거가 아닌 성인 팔뚝 굵기만한 나무들도 뿌리째 뽑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A씨가 처음 얘기한 내용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A씨는 국유림인줄 알면서도 나무까지 훼손하도록 작업자를 그대로 놔둔 것이다.
작업자는 죽은 나무라고 해명을 했지만 누가봐도 멀쩡히 살아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또 부안뉴스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읍국유림관리소에 알아봤지만 해당지역에 넝쿨이나 잡목제거 등의 작업을 허락한 사실은 없었다.
A씨는 정읍국유림관리소의 허가도 받지 않고 임의대로 국유림을 훼손한 것이다.
이번 국유림 훼손과 관련해 정읍국유림관리소의 안일한 태도와 늦장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부안뉴스는 지난 18일경 정읍국유림관리소에 전화를 걸어 산림이 훼손된 장소를 설명하고 국유림인지 확인을 부탁했다.
그런데 국유림 훼손과 관련해서는 보호팀에서 담당한다며 그쪽으로 연결해줬다.
보호팀에 또 다시 위치를 설명하고 국유림인지를 물었다.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국유림에서 관리하는 곳이 아니고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구역이라고 했다.
변산반도국립공원에 확인해봤지만 국립공원 관리지역은 아니었다.
다시 정읍국유림관리소에 전화를 걸어 보호팀이 아닌 다른팀을 통해 확인하자 국유림이 맞다고 했다.
보호팀에서는 뒤늦게서야 잘 못 알았다며 국유림이 맞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유림을 단속하는 팀에서 국유림인지조차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읍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다음날 부안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어이없는 말을 했다.
“사방댐이 있는 자리는 사유림이고, 관리자체는 전라북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주변에 넝쿨제거나 잡목제거는 연구소에서 사방댐 관리차원이나 유지보수 하는 차원에서 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산림훼손 현장에 가서 확인도 해보지도 않고 사유림인지 국유림인지 정확히 알 수도 없는데도 이 같이 해명을 한 것이다.
앞서 부안뉴스는 산림을 훼손한 곳이 사방댐 인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서둘러 현장을 확인해 증거 등을 수집해야하는데도 정읍국유림관리소는 부안뉴스와 통화 후 며칠이 지난 23일에서야 산림훼손 현장을 찾아 조사에 착수했다.
국유림 산림훼손에 대한 문제가 접수되면 현장 상황이 정리되기 전 상황 파악을 위해 신속성이 필요한데도 늦장대응을 보인 것이다.
한편, 정읍국유림관리소는 국유림 훼손 행위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6일 정읍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국유지를 훼손해서 (행위자를) 송치할 예정인데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 “내사에 들어갔다는 정도만 말 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은 수사 중이라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