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에 건물이”…수생정원입구 건축자재 건물 ‘특혜논란’

  • 기사입력 2020.03.31 21:55
  • 기자명 김태영 기자
건물 옆 모습.
건물 옆 모습.

“어떻게 맹지에 이렇게 큰 건물이 들어설 수 있나요. 주민들은 지금껏 건물 앞이 공영주차장이라 당연히 맹지가 아닌 줄 알았어요. 근데 알고 보니 맹지였더라고요. 맹지에다 큰 건물을 지은 것도 모자라 공영주차장을 자기 앞 마당처럼 사용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특혜가 어디 있나요.”

최근 부안수생정원이 주민들의 관심을 끌면서 수생정원입구에 건축된 한 건물이 도마 위에 오르는 등 특혜논란에 휩싸였다.

부안군이 수년전 주차장(구거)을 현황도로로 인정해 사실상 맹지인 토지에 개발행위허가와 건축허가를 승인해 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구거는 건축허가 승인당시 이미 부안군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 공영주차장을 조성한 상태였다.

때문에 이 구거는 점용허가 대상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부안군은 이 공영주차장 일부를 현황도로로 인정해 개발행위 등을 신청한 A씨에게 개발행위허가와 건축허가를 승인해 줬다.

군의 승인으로 맹지였던 A씨의 토지는 ‘금싸라기’땅으로 둔갑했고 A씨는 이 토지에 2012년 연면적 496㎡ 규모의 3층 건물을 신축한데 이어 2013∼2015년까지 5번에 걸쳐 584㎡ 면적의 가설건축물을 설치하고 현재 건축자재판매점을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 건물이 들어서면서 3700㎡규모의 공영주차장 3분의1 이상이 마치 이 건물 주차장 및 사업공간으로 이용되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지속되자 주민들과 부동산관계자들은 특혜의혹을 제기했고 당시 관련 공무원은 징계를 받았다.

이렇게 한 공무원의 징계로 논란이 마무리 되는가 싶었던 이 건물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인 건 건물이 수생정원 입구에 위치하면서 주변경관을 흩트리는 등 수생정원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 건물이 특혜로 건축된 데다 공영주차장 마저 사유지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잘못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건물 앞에 있는 주차장만이라도 용도 폐지해 공원 등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건물 앞 모습.
건물 앞 모습.

문제의 건물은 부안읍 용암로(선은리 9일원)에 위치한 B건축물과 바로 앞에 위치한 쌈지 주차장(3700㎡)이다.

부안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12년 9월 부안읍 용암로에 위치한 쌈지주차장 51㎡에 대한 점용허가를 A씨에게 내주고 사용을 승인했다.

점용허가 도로는 폭 3m 길이 17m다.

군이 승인한 이 주차장은 구거로 부안군은 2008년 농어촌공사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 2억 9800만원을 들여 공영주차장을 조성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차장이 들어서자 주차장 언저리에 토지가 있었던 A씨는 주차장 토지주인 한국농어촌공사 부안지사에 점용허가 신청을 했고 농어촌공사는 이 민원을 받고 ‘주차장 부지 대한 점용허가신청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처리할 까요.’라는 공문을 부안군에 보냈다.

A씨가 민원을 냈던 토지는 농어촌공사 소유였지만 이미 부안군에 사용승인을 해 공영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안군은 토지가 군의 소유가 아닌 만큼 이 공문을 반려 했어야 했음에도 당시 관련공무원은 승인해줘도 된다는 뜻으로 ‘이의 없음’으로 표기해 답변했다.

농어촌공사는 이 같은 부안군의 답변을 이유로 A씨에게 점용허가를 내줬고 A씨는 점용허가를 토대로 개발행위허가와 건축허가 등을 신청해 허가를 받은 것이다.

부안군과 농어촌공사의 특혜로 A씨의 토지는 인근토지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건물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수생정원조성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공영주차장이 이 건물의 사유지처럼 사용되다 보니 주차도 못할 뿐만 아니라 관리가 안 돼 지저분하다”면서 “특히 행정의 잘못으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만큼 특단의 대책을 세워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공1차아파트에 산다는 한 주민은 “대한민국에 이런 특혜가 어디있느냐”면서 “잘못됐으면 바로잡아야 하는데 부안군은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매일같이 신운천변을 걷는데 사람들이 저 건물을 보고 다들 한마디씩 한다”면서 “보기에도 좋지 않고 문제가 큰 만큼 부안군이 지금이라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안군 공직사회에서도 이 건물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생정원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공무원은 “부안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생정원을 조성하는 만큼 수생정원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것들을 모두 개선해야한다”면서 “그 건축물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의 잘못으로 건물이 들어선 만큼 부안군이 나서야 한다”면서 “수생정원조성사업의 성공과 부안군민들의 정서를 위해서는 건물을 이전시키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부안군고위관계자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그 어떠한 것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진위를 파악해 해결 할 문제라면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수생정원조성사업에도 걸림돌이 된다니 주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문제점이 나오면 행정이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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