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수생정원 윤곽 드러나자…기대보다는 우려 커

중구난방 식 추진으로 수생정원 테마 ‘상실’
추진의지 명확치 않고 TF팀 바뀌자 당초계획 틀어져
이대로 가다간 졸작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
간부들은 고민 깊지만, 관련공무원 등은 인식 못해
주민들 “공무원들이 주민눈높이 못 따라오는 듯”
부안군 “당초 계획과 달리 많이 흐트러진 게 사실”

  • 기사입력 2020.03.31 21:59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수생정원.
수생정원.

부안군이 국가 제1호 수생정원을 꿈꾸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수생정원 조성사업이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처음계획보다 면적이 줄어든 데다 직원 등이 자주 바뀌며 중구난방 식으로 추진되면서 수생정원이란 테마마저 상실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군 등에 따르면 애초 수생정원조성사업은 새롭게 부상하는 정원 산업 등을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부안읍 선은리 신운천 일원 100만㎡(약30만평) 부지에 2500여억원을 들여 2021년까지 국제규모의 수생정원 및 수생식물원, 저류지, 6차산업화 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특히 이사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업으로 당초 계획대로 100만㎡ 규모의 수생정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산림청을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정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해야하고 약 800억원(추정가)에 달하는 부지확보 비용을 자체로 마련해야 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새롭게 출범한 권익현 군수호가 이 같은 부담감을 안으면서까지 전임군수 사업에 올인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았고 이때부터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새 집행부가 사업추진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이지 않자 동력은 떨어져갔고 TF팀 마저 바뀌면서 애당초 계획까지 틀어지기 시작했다.

현재로선 이대로 가다간 수생정원으로 불리기 민망할 정도로 졸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만큼 문제점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부안군은 이 사업의 핵심인 지방정원을 99,173㎡(3만평)로 설계하고도 토지조차 제대로 매입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지방정원은 3만평 규모에서 28,800평(95,206㎡)으로 줄어들게 됐다.

사업부지 또한 전체 100만㎡ 중 현재 확보한 부지는 약 300,000㎡(매입 및 예정지 약132,231㎡·신운천하천부지165,289㎡)에 불과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 수생정원을 테마로한 논두렁 등은 축소되고 광장 등은 오히려 확장된 데다 조경수마저 동떨어진 나무들로 식재되면서 수생정원이란 명칭을 무색케 하고 있다.

주변 경관과 언발란스한 수질정화 시설.
주변 경관과 언발란스한 수질정화 시설.

수천 평에 달하는 수질정화시설 역시 주변과 어우러지도록 자연미를 입혔어야 했음에도 박스형으로 조성하면서 수준이하로 비춰지고 있다.

이와 함께 2.2㎞에 이르는 신운천도 천변을 따라 수양버들나무 등 수변과 잘 어우러지는 나무를 식재해 아름다움을 이끌어 내야 했는데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수쟁정원 진입로 주변 또한 건축물 등이 불법과 편법 등으로 무질서하게 들어서면서 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게다가 수생정원은 여러 가지 사업을 연계시켜 만드는 색다른 정원인 만큼 큰 밑그림을 통해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업별로 중구난방 식으로 추진하면서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수생정원조성사업은 곳곳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주민들의 걱정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운천 일원에서 매일같이 운동한다는 한 주민은 “수생정원을 조성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현재 조성된 걸 보면 뭔가 어설프고 수생정원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면서 “많은 주민들이 원래 계획대로 수생정원을 조성하지 않고 왜 이런 정원을 만드는지 의아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생정원으로 조성해야 관광객들도 찾아오고 그래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거 아니냐”면서 “지금 정원이 조성되는 것을 보면 공무원들이 아직까지도 수생정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수생정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자 부안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부안군은 최근 문제 해결을 위해 부군수 주재로 사무관급 이상 간부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자 수생정원이란 이름을 아예 없애고 새로운 이름을 공모할지를 검토 중이다.

부안군 고위공무원은 “수생정원에 대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수생정원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면서 당초 계획과는 달리 많이 흐트러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을 당초 밑그림을 따라 짜임새 있게 추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곳곳에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해명했다.

수생정원에 식재된 대나무.
수생정원에 식재된 대나무.

문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수생정원조성사업 관련 공무원들이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됐다는 간부들의 지적조차 인정하지 않고 개선할 생각마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부안군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주민들이 수생정원사업을 지켜보고 있고 문제 해결은 부안군의 몫이다.

한편, 수생정원조성사업은 지방정원과 자연마당, 선은소하천정비사업 등 10여개 사업을 연계시켜 수생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당초 내년 말 모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사업에 따라 준공이 다소 빨라지거나 늦어지고 있다.

신운천생태하천정비사업과 자연마당 등 몇몇 사업들은 이미 준공된 상태며 지방정원은 올해 말, 그 밖의 사업들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완공될 계획이다.

이들 사업에는 총 1000억여원이 투입됐거나 될 예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