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문인들, 부안매창공원에 세워진 시비 적정성 놓고 ‘시끌’

  • 기사입력 2020.04.19 16:46
  • 최종수정 2020.04.20 08:35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매창 시비.
매창공원. 문제의 시비

부안매창공원 이매창시인의 묘소 앞.

이곳에 설치된 ‘시비’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시비에 새겨진 시구절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부안문화원은 지난 2011년 ‘이매창의 무덤 앞에서’라는 시비를 이매창시인의 묘소 앞에 설치했다.

문화원 관계자는 “당시 문화원장께서 매창시인을 기리고 매창시인이 부안사람이라 것을 방문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비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시에는 이런 이유에서 매창공원에 이 시비 이외에도 여러 개의 시비를 설치했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해서 설치된 시비들이 조선시대 당시 최고의 시기로 평가받던 매창시인을 조명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매창의 무덤앞에서’란 시비의 경우 문화원의 의도와는 달리 비판적인 목소리가 크다.

부안지역에서 시인으로 활동한다는 한 문인은 “매창시인을 기린다는 의도는 좋지만 시인을 한낱 기생으로 폄훼한 내용을 담은 시를 매창시인의 묘 앞에 세운 것은 매우 부적정한 것”이라며“우리(문인)들도 그동안은 몰랐는데 최근 2년전부터 미투 운동이 벌어지면서 이 시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인들을 중심으로 시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부안군에서도 철거검토가 논의 됐었는데 현재까지 철거되지 않았다”며 “시인을 성적 노리개로 비하하는 시비는 당장 철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비를 심의회 등을 거치지 않고 설치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매창시인을 상징하는 공원인 만큼 시비를 설치할 때에는 공원을 관리하는 부안군과 지역문인들 그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어른들과 상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원 관계자는 “전임 문화원장 시절 시비가 다수 설치된 게 사실”이라며 “당시에는 시비를 설치할 때 그 어느 곳과도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미투운동이 벌어지면서 ‘이매창의 무덤앞에서’란 시비를 놓고 철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컸다”면서 “그런데 아직까지 군청 등에서 철거하라는 지시 등이 없어서 철거하지 않았고 만약 당시 심의회가 있었다면 이와 같은 시비는 세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신중하지 못했던 같다”고 말했다.

시비철거도 문제지만 시비설치 등 공원관리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민은 “매창시인을 기린다는 이유로 어느 순간 시비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했다”며 “매창시인이 이 같은 시비를 본다면 하늘나라에서 크게 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름 모를 시비를 많이 세우기보다는 수준 높은 매창시인의 시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시비를 걸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매창공원에서 마실축제가 열리는 만큼 부적절한 시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며 “부안군 등과 아무 협의 없이 문화원이 독자적으로 시비 등을 주먹구구식으로 설치하는 행태는 부안군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매창공원에서 만난 한 주민은“시구절 중 ‘이 세상 남자라면 변산에 와서 하룻밤 그녀의 집에 들러 불 끄고 갈만하다’는 내용이 있다”면서“이런 시비를 시인의 무덤 앞에 세워놓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창공원에는 현재 매창시인의 시 8작품과 매창시인과 관련한 작가들의 시 6작품 등 총 14개의 시비가 설치돼 있다.

이중 문제의 시비는 ‘이매창의 무덤 앞에서’라는 시로 부안문화원이 지난 20011년 부안군으로부터 270만원을 지원받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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