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젓갈발효축제 ‘삭감’ 5개월 만에 다시 ‘부활’

삭감한 예산 재편성하자 ‘의회경시’ 비판하던 군 의회 며칠 뒤 ‘통과’
“꼼수에 놀아난 졸속심사” 주민 비판 쏟아져…혈세낭비 지적도

  • 기사입력 2020.05.31 23:27
  • 최종수정 2020.06.01 08:10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제12회 곰소젓갈축제 모습.
제12회 곰소젓갈축제 모습.

혈세낭비란 혹평을 받고 부안군의회로부터 퇴출당한 ‘곰소젓갈발효축제’가 5개월여 만에 다시 부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곰소젓갈발효축제는 부안군이 매년 9000만원을 지원해 열리는 축제로 예산 지원에 비해 효과도 부족하고 내용마저 부실하다는 저평가를 받으며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일자 부안군의회가 지난해 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제동을 건 축제다.

하지만 이처럼 사실상 폐기처분된 곰소젓갈발효축제가 다시 되살아나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부안군 등에 따르면 부안군의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부안군이 최근 추경에 편성한 곰소젓갈발효축제 안을 통과시켰다.

이 축제는 부안군의회가 지난해 12월 올해 본예산 심의과정에서 ‘혈세낭비’란 이유로 예산 9000만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부안군이 최근 추경에 이 예산을 다시 편성하면서 의회경시 논란을 야기하며 의회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축제 예산은 며칠도 안 돼 의회에 의해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부안군의회가 축제추진위원들이 바뀌고 개선방안을 내놨다는 이유로 축제 예산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부안군의회 A의원은 “이 예산안을 두고 10명의 의원 중 6명은 찬성, 4명은 반대의견을 내는 등 의원들 간에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결국은 통과됐다”면서 “젓갈마을협회 임원들이 두 번이나 의회를 찾아와 축제추진위의 인적쇄신과 축제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이 통과된 이유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졸속심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젓갈축제추진위 측의 꼼수에 놀아났다는 이유에서다.

곰소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 주민은 “수년간 지켜봤지만 곰소젓갈축제는 지역축제라기 보다는 공무원과 일부 젓갈판매점을 위한 행사였다”면서 “지역경제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이런 축제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십 수 년 간 매년 이런 식으로 개최됐는데 추진위원들을 바꾸고 개선한다고 해서 축제가 바뀌겠느냐”며 “추진위원들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데 그 말만 믿고 다시 9000만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지원키로 한 것은 그야말로 꼼수에 놀아난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부안읍·57)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의회가 꼼수 등을 허용하면서 아무 예산이나 무사통과 되는 형국”이라며 “문제는 이런 예산들이 무사통과되면 소중한 혈세가 펑펑 낭비되면서 주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민이 준 권한을 망각하고 스스로 거수기를 자처한 군의회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의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부안군은 올해 젓갈축제는 예년과는 달리 축제를 크게 개선시켜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곰소젓갈축제를 둘러싼 평가와 기대는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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