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새만금 뻘먼지 점검?…짜고 치는 고스톱 ‘비난 쏟아져’

전북환경청·부안군 수일간 비온 뒤 뻘 먼지 점검 나서 ‘뭇매’
당일 비 내리자 일정 취소…주민들 “비 안 왔으면 점검 했을 것”
전북환경청 “2~3일 지나면 땅 마른다” 해명

  • 기사입력 2020.05.31 23:43
  • 기자명 김태영·이서노 기자
새만금 공사현장.
새만금 공사현장.

“봐주려면 새만금 공사현장이 물로 흠뻑 적셨을 때 하는 게 맞지 안 그려?”

“그럼 그렇지 지내들끼리 암암리에 그럴 줄 알았어. 짜고 치는 고스톱이여. 뻘 먼지가 엄청나게 날릴 때는 쳐다 도 안 보다가 비가 오니까 슬그머니 뻘먼지 점검 한다고 온다는 게 말여 막걸리여”

“우리가 몰랐으면 이날 사진 찍어서 위에다가 새만금 먼지 안 난다고 보고 했을 거여. 참 나쁜 놈들 이고만 주민들은 죽겠다고 난린데 공사업체들만 봐주려고 한당께”

전북지방환경청과 부안군이 최근 전날까지 비가 내려 새만금 땅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상태에서 새만금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뻘먼지를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부안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전북지방환경청과 부안군은 지난 18일 오전 새만금 공사현장에서 환경영향이행평가 사후관리 및 뻘 먼지 합동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아침 비가 내리면서 이들의 일정은 취소됐다.

문제는 이들이 잡은 날은 수일 전부터 전날까지 비가 내려 새만금 공사현장이 비로 흠뻑 젖어있었다는데 있다.

만일 이날 아침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이들의 일정은 취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부안군이 이날 아침 일찍 일정을 위해 새만금 공사현장 인근마을을 방문한 사실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에겐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침부터 비가 내려 뻘먼지 점검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논란을 사기에는 충분하다.

정작 뻘먼지가 많이 날릴 때는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수 일째 비가내리고 있는 시점에서 새만금 공사현장 뻘먼지 등을 점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상청 및 주민 등에 따르면 이들이 일정을 잡은 18일은 이 지역에 3일 전부터 이틀간 소나기와 같은 장대비가 쏟아져 뻘먼지 점검일로는 매우 부적절했다.

그런데도 전북환경청과 부안군은 이날 뻘먼지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려고 하면서 주민들로부터 강한의혹과 함께 비판을 사고 있다.

특히 당시 수 일째 지역에 비가 내린 사실을 알았을 부안군은 정상적인 뻘먼지 점검을 위해서는 전북환경청과 일정을 조율 했어야 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환경청과 부안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경영향이행평가 사후관리 점검이 중점 대상이었고, 비산먼지는 점검 내용 중 일부만 포함돼 있었다”면서 “2~3일 정도면 땅이 마르기 때문에 점검 일정을 잡은 것이며 오후에 비가 예보돼 있어 오전에 점검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어이없는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주민은 “5월 들어 비가 며칠이나 내렸는지 아느냐”면서 “비산먼지 점검을 하려면 건조하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 해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지 습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시기에 한다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이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뻘먼지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공사업체를 위한 형식적인 점검을 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출했다.

또 다른 주민은 “비가 내린 뒤에 뻘먼지 점검을 실시한다고 한 것은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라며 “그게 생금 밭을 내주고 뻘먼지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에게 할 행동인지 정말 분통 터진다”고 분개했다.

새만금 뻘먼지 피해는 새만금 내부 개발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매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는 계화리 9개 마을 주민들이 뻘먼지 피해를 참다못해 ‘뻘먼지 날리지 않게 해 놓고 공사를 하라’며 새만금 공사현장과 새만금개발청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새만금 공사업체 등은 공사현장 토사 야적구간에 방진망 설치와 작업차량 속도 20km제한, 조사료 식재, 풍속 8m/s이상 시 공사 중단 등을 약속했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은 수년째 뻘먼지로 인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15일에는 사막의 모래폭풍을 연상케 할 정도로 엄청난 뻘먼지가 새만금 공사현장에서 발생해 인근 마을을 덮쳤다.

4월 19일에도 강풍이 불어 계화면 일대를 뻘먼지가 잠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준설토를 쌓아 놓은 곳은 아직까지도 방진망 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 차량 속도 20km 제한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새만금 뻘먼지 대책은 정부와 공사업체 들의 헛구호에 그치면서 주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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