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분쟁 시달리는 계화평야 농민들 “청호저수지 증설 및 준설해야”

농민들 영농철이면 물 부족…언제까지 물 전쟁해야 하나
해마다 물 부족 악순환 반복되고 농민 간 갈등 빚어
계화조류지 물 사용하면서 염해로 모 다시 심는 일 비일비재
청호지 확장해 새만금용지 용수로 활용 주장도 나와
농촌공 관계자 “좋은 방안이지만 예산 때문에 사실상 어려워”

  • 기사입력 2020.05.31 23:46
  • 최종수정 2020.06.03 14:02
  • 기자명 김태영·이서노 기자
청호저수지.
청호저수지.

부안 계화평야하면 청호저수지 등 큰 저수지가 위치하고 있고 수리시설이 좋아 극심한 가뭄이 아니라면 물 걱정 없이 평안하게 농사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편적이다.

부안지역 주민들 또한 대부분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 지역을 그만큼 모른다는 얘기다.

이 지역 주민들은 농사철이면 물 분쟁으로 농민 간 심각한 갈등까지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볼 때 물이 풍부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 겉으로 볼 때 이다.

최근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되면서 계화평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 사이에선 물 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영농철만 되면 물 부족 현상으로 논쟁이 벌어지고, 염해로 모를 다시 심어야 하는 상황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농수로 일부를 막거나 구멍을 뚫어 자신의 논에 많은 양의 물이 유입되도록 불법을 저지르는 일도 다반사다.

이 같은 비뚤어진 농심 때문에 그 주변 논들은 물 대기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이로 인해 농민들 간 다툼도 벌어진다.

대부분 물 다툼은 윗논에서 수로를 막고 물을 대거나 편법적인 방법으로 물을 사용하면서 발생한다.

윗논에서 불법 및 편법으로 물을 대면 그 아래에 위치한 논들은 제대로 물을 댈 수 없게 되고 이 때문에 분쟁까지 일어나는 것.

아랫 논들은 종종 2차 피해도 입는다.

물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이 계화조류지 물을 용수로 사용하곤 하는데 물에 염기가 많을 때 사용할 경우 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모를 다시 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농민들에 따르면 3년전에 계화조류지에서 펌핑한 물로 모를 심은 논에 염피가 발생해 100여 필지가 넘는 논의 모를 다시 심어야만 했다.

올해는 잦은 비로 현재까지는 물로 인한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앞으로 남은 영농기간 동안 물 부족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물 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은 용수원인 청호저수지에 있다.

청호저수지는 계화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5㎢ 면적에 8km 둘레로 1971년 인공적으로 축조한 방대한 규모의 저수지이지만 평지 위에 조성하면서 수심이 낮아 크기에 비해 담수능력이 떨어져 물이 필요한 영농철에도 일주일에 4일(오전 6시~오후 6시)만 물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혹 야간급수와 토요일 급수가 이루어지긴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월·화, 목·금 4일만 진행된다.

농민들은 이 용수량은 2400여ha의 계화평야를 적시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방식은 일주일 동안 이틀씩 2번에 걸쳐 용수를 공급하는 방식인데, 농민들은 연속 3일은 물을 공급해야 하고 그중 하루는 야간급수가 이루어져야 물길이 좋지 않은 논들도 물을 댈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이틀씩 농업용수를 공급하면 하답까지 물 공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어떤 곳은 일주일에 이틀만 물이 공급되는 논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농어촌공사는 청호저수지 저수량의 한계를 이유로 농업용수 공급일 수를 늘려주지 않고 있다.

저수율이 40%이하로 떨어질 경우 수압이 낮아 농업용수로 공급하기가 어렵고, 저수지의 안정성 때문에 80%이상 저수율을 높일 수도 없다는 것.

이렇다보니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한 물은 저수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청호지 준설 및 증설을 통해 저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 농민은 “청호저수지 저수율이 낮아 물 공급을 못해 준다면 확장을 하거나 바닥을 깊이 파 저수 용량을 키우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농민들이 언제까지 물 때문에 피해를 보고 마음 졸이며 농사를 지어야 하느냐, 매년 농번기 때만 되면 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못 살겠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농민은 “저수지 준설이 어렵다면 확장하면 될 것 아니냐”면서“청호저수지가 확장되면 계화간척지 물 부족 문제는 해결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지역 농민들이 모두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이처럼 청호지의 저수율을 높이는 준설 및 증설을 희망하고 있다.

청호지를 확장해 새만금 농생명용지 용수로 활용해야한다는 제안도 제기된다.

한 유력 지역정치인은 “현재 새만금은 담수호가 없어 청호지물을 써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새만금호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화도 조류지가 만들어진지가 70여년 되는데 지금도 염기가 있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가 어렵다”며“그런데 새만금호는 이보다 수천 배는 크고 물도 바닷물인데 어느 세월에 담수화해 사용하겠느냐 수십년 안에는 불가능 한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안 쪽 새만금 농생명용지는 청호저수지와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수로를 놓던지 해서 농업용수로 활용하면 조기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새만금 공사현장에서 날아드는 뻘먼지로 인근 주민들이 매년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청호저수지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청호저수지는 반드시 준설이나 증설을 통해 저수율을 높여야 한다”면서“지역정치권과 국회의원 등이 나서 정부를 설득해서라도 조속히 사업을 시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부안지사 관계자는 “청호저수지 준설 및 확장 논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있었는데 예산투입 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타당성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청호지를 확장해 계화 농민들의 물 부족문제가 해결되고 새만금 용수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만금 기본계획에는 7공구 농생명용지(2130ha) 용수는 새만금호 물을 활용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새만금호 물은 사실상 바닷물인데다 수질 또한 4급수에도 못 미쳐 앞으로 수십년 안에는 용수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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