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농어촌버스 A업체 보조금 선지급 않겠다더니 입장 번복 하나

부안군, 업체 사업계획서 검토 후 보조금 선지급 여부 결정키로
A업체, 2개월째 임금 밀리고 퇴직금도 못 주고 있는 상황
4대보험도 이달까지 못 내면 10개월 연체…미납급만 2억여원
운전기사·퇴직자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에 고발·진정 내
A업체 “보조금 지급 받아야 밀린 임금 등 해결할 수 있다” 입장표명

  • 기사입력 2020.06.12 13:18
  • 최종수정 2020.06.15 18:03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임금 체불로 논란이 일고 있는 농어촌버스 업체.
임금 체불로 논란이 일고 있는 농어촌버스 업체.

부안농어촌버스 A업체가 수개월째 임금을 체불해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에 고발과 진정을 내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조금 선지원이 수년째 반복되고 임금 체불 문제까지 불거지자 부안군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이달부터 보조금을 매달 지급한다고 했지만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부안군은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이달부터 업체에 보조금을 분기별로 선지급하지 않고 지급 기준에 맞춰 월별로 지급한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3/4분기 보조금 7월, 8월, 9월분을 이달에 모두 지급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10일 부안군 관계자는 부안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업체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았다”면서 “대표이사와 감사 임금 삭감과 직원 1명 감원 안을 내놨는데 검토를 해서 3분기 보조금 집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3분기 보조금을 집행하게 되면 월급날인 이달 20일 이내에 처리할 것”이라며 “근로자들의 밀린 임금과 4대보험을 우선 해결하도록 하고, 10월부터는 분기가 아닌 월별로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군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검토 단계에 있다고는 하지만 3분기 보조금을 한꺼번에 지급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보인 것이다.

이는 부안뉴스가 5일 취재할 때와는 내용이 다르다.

이날 부안군은 임금체불 등의 문제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 매달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랬던 부안군이 불과 며칠 사이에 입장이 달라졌다.

부안군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고 업체의 사업계획서 내용이 바뀌었기 때문에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다른 이유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본부 지회장 등이 부안군을 방문해 면담 과정에서 버스 운행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버스 운행 중단은 군민들의 불만 등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에 부안군으로써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 부안군의 입장 변화는 임금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들을 위한 측면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악순환이 반복되는 부분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사기업에서 직원들의 밀린 임금을 업체 자체 내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인데, 보조금을 선지급해 문제를 해결하는 건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연명시키고 있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

더욱 문제는 부안군이 3분기 보조금을 한꺼번에 지급해 밀린 임금과 4대보험을 해결한다고 해도 7월이면 또 임금이 체불되는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다.

3분기 보조금은 4억8500만원인데 이 금액으로는 3월, 4월, 5월분 임금 3억여원과 체납된 10개월 4대 보험료 2억여원을 해결하기도 빠듯하다.

퇴직자 퇴직금 미지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 다음 달이면 우선 당장 6월분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8월이면 7월분, 9월이면 8월분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업체는 준비된 대안이 없다.

때문에 6월, 7월, 8월분 임금체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업체는 작년 8월부터 4대보험료를 미납하기 시작했고, 올 들어서는 2개월(3, 4월분)분 임금을 체불했다. 이달 20일이면 3개월째다.

1분기 상여금도 미지급됐고, 2억원이 넘는 퇴직자들 퇴직금 지급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업체는 재원 마련 등에는 손을 놓고 “코로나 상황에 경영이 어려워 다른 버스업체들도 보조금을 앞당겨서 주고 있는데 부안군은 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부안군에서 보조금을 받아야 밀린 임금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현재 관내에는 농어촌버스 업체 2곳이 부안군으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다.

적자보조, 벽지노선, 유가보조, 임금인상분 등 2개 업체에 매년 40억원이 넘는 보조금이 집행된다

동일한 상황인데 B업체는 매달 보조금을 지급 받으면서 보조금 선지급 요구나 임금 체불, 4대보험료 체납도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 A업체만 분기별로 보조금을 지급 받으면서도 임금체불과 4대보험료까지 밀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온 건 부안군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업체에 끌려다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위 공직자는 “사기업에서 회사를 운영하다가 임금이 밀렸는데 회사에서 해결해야지 왜 부안군이 보조금을 앞당겨 주느냐”면서 “이건 분기별로 보조금을 지급한 것부터 잘못됐다. 처음부터 월별로 지급했으면 임금을 체불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버스 운행 중단이나 근로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약점 삼아 보조금을 미리 당겨 받아 회사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행정에서도 잡음이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그달 그달 보조금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사업을 하면서 경영이 어려우면 대표자가 재산을 매각하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군민의 혈세로 임시방편으로 위기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정난이 심각해 임금을 못 줄 정도로 경영이 어렵다면 회사를 정리를 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한 주민은 “회사에서 월급도 못 주는데 다 내놔야지”라면서 “보조금을 앞당겨서 주는 것은 다음에 가면 또 마찬가지인데 대책을 세워놓고 주든가 해야지”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주민은 “보조금을 주면 월급이라도 줘야 하는데, 월급도 밀리고 대책도 없이 보조금만 당겨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월급을 못 받은 운전기사들이 차를 세워야 한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부안군이 3/4분기 보조금 지급 여부를 놓고 업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6월, 7월, 8월분 임금 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확답을 업체로부터 받지 않고서는 또다시 임금 체불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부안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쏠린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