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행정이 파괴한 모항의 아름다움…“지금이라도 되찾아야”

  • 기사입력 2020.06.21 21:46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문제의 휴게시설.
문제의 휴게시설.

부안모항해수욕장.

모항해수욕장은 자연경관이 수려해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이중 아름드리 노송 숲으로 이뤄진 해변은 백미로 꼽힌다.

주변경관 또한 빼어나 2017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걷고 싶은 여행길로 선정됐으며 2016년에는 우리나라 바다여행지 10선에 뽑히기도 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해수욕장과 깨끗한 해수욕장 등에도 수차례에 걸쳐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모항해수욕장은 가장 아름답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비경을 자랑한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아쉬움이 큰 곳이기도 하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 노송 숲 해변에 커다란 샤워장과 화장실이 생뚱맞게 들어서면서 경관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억겁의 시간이 빚어낸 천혜의 비경을 졸속행정이 하루아침에 훼손시킨 것이다.

모항해수욕장은 작지만 노송 숲과 깨끗한 바다, 기암절벽 등이 어울려 풍치가 더할 나위가 없는 곳으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부안군은 모항해수욕장에 관광객이 증가하자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7년 5억 6500여만원을 들여 323.16㎡ 규모의 휴게시설을 신축했다.

휴게시설은 1층 건물로 화장실과 샤워장, 취사장 등으로 이뤄졌으며 관광객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문제는 이 시설물이 들어선 장소다.

시설이 들어선 곳은 모항해수욕장의 백미로 꼽히는 노송 숲으로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지녔던 곳이다.

하지만 이 시설이 들어서면서 이 같은 풍광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모항해수욕장.
모항해수욕장.

부안군은 접근성을 이유로 해수욕장 중앙지점 소나무 숲에 이 시설물을 설치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안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모항해수욕장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한데다 시설로 인해 발생할 풍광훼손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 시설물을 설치할 장소는 많았다.

현재의 관리사무소자리에 설치했어도 됐고 해변 끝자락에 조성해도 됐다.

그렇지만 부안군은 시설물 설치에 급급한 나머지 행정 편의주의 시각으로 졸속행정을 펼친 것.

조금만 신중을 기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에 아쉬움도 그만큼 크다.

모항해수욕장은 아름다운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인근에 드넓은 갯벌 체험장이 위치하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들 시설물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본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되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모항에서 상점 등을 운영 중인 한 주민은 “조금만 생각했어도 저곳(소나무 숲)에 화장실 등을 짓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게 아름답던 풍광이 저 건물들 때문에 망쳐버렸으니 지금이라도 옮겨야한다”고 지적했다.

펜션을 운영 중인 또 다른 주민 역시 “모항해수욕장 하면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저 건물들이 딱하니 숲속에 버티고 있으니 흉측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면서 “저 건물들이 없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과 캠핑 왔다는 한 관광객은 “모항해수욕장이 아름답다고 해 가족들과 먼 길을 찾아왔는데 약간은 아쉽다”며 “지금도 아름답지만 소나무 숲에 저 건물들이 없었더라면 더욱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항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풍광도 해치고 오래된 만큼 이들 건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마을주민들은 “부안군이 무슨 생각으로 화장실 등을 그곳에 지었는지 지금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며 “세월이 지난만큼 따질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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