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코앞인데 해수욕장 모래 사라져…부안군 고심

휴가철 다가오면서 부안지역해수욕장 비상
모항·격포해수욕장 자갈화 심각 피서객들 부상 우려
“부안해안가 모래유실 새만금사업 때문 정부가 책임져야”외지치만
정부 수년째 응답하지 않아…소리 없는 메아리에 그쳐
국립공원, 규제엔 ‘엄격’ 관리는 ‘나몰라라’ 비판 쏟아져
부안군, 2백80억여원 투입 격포·모항·위도 순차적 개선 방침

  • 기사입력 2020.07.06 15:02
  • 최종수정 2020.07.06 15:31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모항해수욕장.
모항해수욕장.(해변에 자갈과 암반이 드러나 있다.)

부안지역 해수욕장 개장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안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수욕장 모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부 해수욕장은 심각한 모래 유실로 자갈과 암반이 드러나면서 해수욕장 기능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데다 자갈화로 인한 피서객들의 부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안지역에는 변산해수욕장을 비롯해 고사포, 격포, 모항, 위도해수욕장 등 5곳의 해수욕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 해수욕장은 오는 11일 일제히 개장해 8월 16일까지 운영된다.

문제는 이들 해수욕장 중 일부 해수욕장의 경우 모래가 사라져 크고 작은 돌멩이들과 암반이 드러나면서 해수욕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부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이다.

변산해수욕장 등 부안지역 해수욕장은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손꼽혔지만 국립공원으로 묶이면서 각종 규제 등으로 낙후를 면치 못하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엔 모래마저 유실돼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부안뉴스는 모래유실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변산·고사포·격포·모항해수욕장 등을 둘러봤다.

그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해수욕장에 자갈밭이 형성돼 있었다.

변산해수욕장은 양빈사업을 해서인지 그나마 나았고 고사포해수욕장은 자갈밭이 약간 형성돼 있긴 했지만 해수욕장 기능을 하기 엔 충분했다.

모항해수욕장의 경우 해변 가장자리에는 모래가 제법 있었지만 자갈화 현상은 비교적 심각해 보였다.

격포해수욕장은 울퉁불퉁한 자갈과 암반이 해변을 대부분 잠식하고 있어 해수욕장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이 같은 모래 유실 현상은 매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격포해수욕장.
격포해수욕장.(해변이 자갈밭이 됐다.) 

일각에선 모래 유실 원인으로 기후변화 및 인공구조물설치 등으로 보고 있지만 부안지역의 경우 새만금사업에 따른 부작용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은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된 이후 조류의 흐름이 바뀌었다”며 부안해안가의 모래 유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새만금사업에 따른 악영향으로 확신하고 있다.

감사원 또한 새만금사업이 부안해안가의 침식 및 모래유실의 원인으로 판단해 지난 2011년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에 변산해수욕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침식 및 모래유실현상방지를 위한 양빈사업 등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감사원은 새만금지구 사후환경영향조사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조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새만금사업단에 변산해수욕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표사의 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양빈사업 등을 시행하도록 조치하고 사후환경영향조사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사실상 감사원이 새만금사업으로 인해 변산해수욕장의 모래가 유실된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뒷받침 할 만 한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

변산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지난 2014년 8월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은 집중호우가 발생하자 동진강과 만경강이 범람할 것을 우려해 가력도와 신시도 배수관문을 열었고, 이때 새만금 내측에서 흘러온 각종 쓰레기가 변산, 격포, 모항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부안해안가를 초토화 시켜 주민 및 어민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이는 새만금배수관문이 부안 해안가 침식 및 모래 유실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하는 사례로 주목을 끌었다.

농어촌공사는 감사원의 요구에 따라 2011년부터 매년 2억 5000∼3억여원을 들여 변산해수욕장의 침식 및 모래 유출 방지를 위한 양빈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양빈사업을 변산해수욕장 한곳에만 펼친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부안지역 해수욕장의 모래유실 현상은 새만금사업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라며 “부안군에 있는 모든 해수욕장의 양빈사업을 새만금사업단이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수년째 응답하지 않고 있어 소리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현재 부안지역 해수욕장 5곳 중 변산·모항·위도해수욕장은 부안군이, 격포는 부안군과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가 공동으로, 고사포해수욕장은 국립공원이 관리하고 있다.

다만 해수욕장 개장기간만큼은 부안군이 모두 관리한다.

관리기관만 놓고 보면 변산·모항·위도해수욕장은 부안군이 격포와 고사포는 부안군과 국립공원이 공동으로 양빈사업을 비롯한 모래 유실 및 침식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 간 셈법이 달라 그동안은 좀처럼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부안군은 부안군대로 예산부족을 이유로 양빈사업은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했으며 국립공원 측은 예산부족 및 해수욕장 이란 이유로 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시켜 사실상 그 책임을 부안군에 떠넘기기 일쑤였다.

때문에 해수욕장은 갈수록 황폐해져 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광객과 주민들이 봐야만 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는 규제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국립공원이 관리엔 나몰라라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환경을 해치고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지난 6월 격포와 모항, 위도해수욕장이 연안정비 대상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이들 해수욕장에 2백 8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양빈사업과 유휴 공간 조성 등 대단위 수변친수공간이 조성된 다는 것이다.

상록해수욕장.
고사포해수욕장.

부안군 관계자는 “격포 등 일부 해수욕장의 경우 해변모래가 유실돼 휴가철을 앞두고 많은 민원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그렇지만 격포, 모항, 위도해수욕장에 2029년까지 각각 50,000㎥, 30,000㎥, 150,000㎥의 모래가 순차적으로 투입되고 친수공간이 마련될 예정이어서 이들 해수욕장은 앞으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변산해수욕장 역시 매년 양빈사업을 실시해 현재는 해변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격포의 경우 연안정비사업 등을 통해 2022년까지 격포해수욕장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하는 등 크게 개선해야 되는데 국립공원이 해변 바로 앞에 탐방안내소란 건물을 새로 크게 지어놔 사업 차질이 불가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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