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복원 위해 조성한 ‘자연마당’, 실제는 ‘파고라·데크마당’

자연마당 2.5ha 절반정도 부지에 파고라만 14개 설치
데크로드 및 야외무대 등 곳곳에 데크 시설물
업체 일감 제공 목적 의도로 과다 설치했나 의혹 불거져
생태 아닌 공연·행사장으로 변질될까 우려 목소리 커
관리도 엉망, 풀밭에 쓰레기, 일부 시설물은 망가져
부안군 관계자 “생태계 복원, 공원 두 가지 효과 노렸다”

  • 기사입력 2020.07.26 22:02
  • 최종수정 2020.07.26 22:26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자연마당 입구.
자연마당 입구.

부안군이 수십억 원을 들여 수생정원 일원에 조성한 ‘자연마당’이 생태공간과 거리가 멀게 조성됐다는 지적과 함께 ‘파고라·데크마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태계 복원을 위해 조성된 자연마당인데 자연과 동떨어진 파고라가 과도하게 설치되고, 데크시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설치 됐을뿐만 아니라 야외무대와 잔디광장 면적이 상당부분 차지했기 때문.

2018년 공사를 시작해 작년 12월 완공된 이 사업에 부안군은 55억원(군비 45억7000만원, 국비 9억3000만원)이나 투입했다.

토지매입비 24억 원, 공사비만 31억 원.

자연마당은 환경부에서 지난 2011년도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도시 내 훼손·방치된 공간을 생태적으로 복원해 다양한 유형의 생물서식지를 조성, 도시 생물다양성 증진과 생태계의 건전성 향상 등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또 주민들에게 기존 공원과 차별화된 생물서식 중심의 쾌적한 생태휴식 공간 제공과 도시 열섬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뜻도 담겨있다.

그런데 이런 생태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할 자연마당이 기존 공원에나 설치될법한 야외무대와 잔디광장, 데크 시설물, 파고라 등이 조성 면적(주차장, 화장실 등 제외)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데크로드 및 계단.
데크로드 및 계단.

특히 파고라와 데크시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설치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업체에 일감 제공을 위해 의도를 갖고 설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쉼터 개념의 정자 1개(2260만원)가 있는데도 파고라를 자연마당 조성면적 2.5ha의 절반 정도 면적에 무려 14개(1억270만원)나 설치한데다가 꼭 필요치 않는데도 수 미터 높이로 데크로드 및 계단(4730만원)을 설치하고, 데크로된 10미터가 넘는 길이의 야외무대(2160만원) 등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인근 고창군의 자연마당과 비교하면 파고라 설치 개수와 야외무대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8년 완공된 고창군 자연마당은 6.66ha(6만6600㎡)로 부안군 2.5ha(2만5000㎡) 보다 조성 면적이 2배가 훨씬 넘지만 파고라 설치 개수는 3개에 불과하다.

개수로만 따지면 부안군이 5배가량 많고, 면적기준으로 하면 10배가 넘는다.

야외무대도 부안군처럼 공연장 개념이 아닌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설명 등을 하기위한 용도로 소규모로 시설됐다.

이와 함께 부안군이 자연마당 내에 야외무대를 조성하고 그 앞에 잔디광장까지 조성하면서 공연장 및 행사장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야외 무대.
야외 무대.

실제 이곳에서 캠프, 버스킹 등 행사가 몇 개 예정돼 있고, 부안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행사 접수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자연마당이 사업 목적대로 다양한 생물의 서식 환경이 조성될지, 또 주민들에게 생태휴식 공간 제공이 가능할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부안뉴스는 주민들이 얼마나 자연마당을 찾고 어떤 용도로 활용하는지 주말인 지난 18일 이곳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자연적인 느낌 보다는 인공적인 느낌이 강했다.

시야에 곧바로 들어오는 것은 차량 출입을 통제할 목적으로 설치한 수십개의 볼라드와 정자, 파고라, 데크로드, 공연무대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에는 5개의 파고라가 설치돼 있었고 주민 한 분이 그곳에 누워 있었다. 다른 파고라 역시 주민 한명이 낮잠을 자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다른 쪽 파고라에서는 여러 명이서 음식을 나눠먹고 있었다.

아이들만 몇 명 물장난을 하거나 생태놀이터 등에서 일명 방방으로 불리는 트램폴린 위에서 뛰며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습지 등이 조성된 생물서식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없었다.

파고라 앞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파고라 앞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관리도 엉망이었다.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에 각종 곤충 및 동식물 사진을 넣어 놓은 아크릴 틀이 부착돼 있었지만 빗물이 들어가 사진이 모두 엉망이 된 상태였다. 아크릴 일부는 뜯어져 있었다.

식물을 심어놓고 이름표도 붙이지 않은 곳이 여러 곳 눈에 띄었고, 잔디가 심어진 곳 상당수가 풀로 뒤덮여 있었다.

나무 여러 그루가 고사됐고, 설치한지 1년도 안 되는 데크시설들은 조금씩 망가진 게 눈에 띄었다. 심지어 무대에 설치한 데크시설은 불에 탄 흔적도 보였다.

파고라 주변과 수로에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생태서식지 습지 위로 조성된 길도 땅이 일부 꺼져 있었다.

산에서 흙이 떠밀려와 물길을 막아 물이 고여 있었지만 방치된 상태였다.

데크 전망대에 안전시설이 없어 추락 위험이 있다.
데크 전망대에 안전시설이 없어 추락 위험이 있다.

데크로 조성된 관찰로에는 추락 방지시설이 없어 아이들의 물속 추락이 우려됐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트램폴린 1개는 주변 땅이 주저앉아 출입을 금지해 놨다.

이처럼 수십억 원을 들여 조성한 자연마당은 과도한 파고라 설치와 데크를 시설을 하면서 반쪽짜리 생태공원이라는 지적을 받고, 관리부실까지 겹치면서 비판대에 올랐다.

주민 A씨는 “공간도 넓지 않고 생태서식지에 파고라를 14개를 설치한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면서 “또 파고라 보다는 등나무를 이용해 쉼터를 조성하는 게 훨씬 더 자연과 어울리고, 생태적인 공원에 데크시설도 최소화해야 할 텐데 평지에 인위적으로 수미터 높이로 데크시설까지 했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민 B씨는 “자연 생태공원에 공연무대를 설치한다는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묻고 싶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생태를 추구하며 조성한 공원이 기존 공원과 별반 차이 없다면 누군가는 그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이어 “자연마당이라는 생태공원 테마를 살리지 못한다면 수십억 원의 예산이 헛되게 사용된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공연, 행사장이 아닌 생물서식지, 주민들의 생태휴식 공간으로 활용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외 무대 데크가 불에 탄 흔적이 있다.
야외 무대 데크가 불에 탄 흔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 관계자는 “(업체 일감 제공 의도는) 전혀 없다. 파고라는 주민들의 편익을 위해 많이 설치했고, 주민들도 좋아한다”면서 “생태계 복원과 공원 두 가지 효과를 노렸고, 기존 공원처럼 행사나 공연도 할 수 있고 생태체험도 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죽은 나무는 10월 말경 하자보수를 할 계획이고, 트램폴린도 하자 보수할 예정”이라며 “안내판에 부착된 아크릴 시설물이나 쓰레기 청소 등 잘못된 부분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 놀이 시설이 풀밭이 됐다.
어린이 놀이 시설이 풀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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