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백기’들었나?…물의거리 물길 없애고 양방향 도로 만들기로

8천여만원 들여 설계용역 마치고도 농협반발에 백지화 ‘혈세낭비’
지난해 12월초 82.2% 일방통행→12월 말 농협반발→올 5·6월 72% 양방향
부안군 입장 번복 두고…일각 “짜고 치는 고스톱” 비판 나와
민선 7기 들어 추진된 사업들 졸작 속출…권 군수 리더십 ‘도마위’

  • 기사입력 2020.08.23 21:39
  • 최종수정 2020.08.23 21:58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지난 23일 물의거리.
지난 23일 물의거리.

부안군 최초의 테마거리인 물의거리를 개선해 주민들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게 걷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겠다던 부안군이 물의거리란 테마를 아예 없애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물의거리 중앙에 있는 물길을 메워 2차선 도로로 조성하겠다는 것인데 부안농협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부안군은 최근 26억원을 투입해 내년 3월까지 물의거리를 보행자와 차량을 분리한 양방향 통행 거리로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물의거리를 없애겠단 것으로, 물의거리란 테마를 업그레이드시켜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겠다던 부안군의 당초 입장과는 180도 다른 것이다.

부안군의 입장 번복으로 지난 십 수 년 간 유명세를 탔던 물의거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물의거리는 지난 2006년 경관 테마거리로 조성돼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국적인 명물로 부상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관리소홀 등으로 방치되면서 오히려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 위험마저 상존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부안군은 이에 따라 26억원을 들여 양방향인 현 도로 체계를 일방통행으로 바꾸는 동시에 물길을 가장자리고 옮기고 인도와 쉼터 등을 만들어 주민들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걷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 이었다.

군은 이를 위해 지난해 초 7천 957만원을 투입해 설계용역을 실시한 뒤 그해 말 관계기관과의 협의와 주민 및 인근 상가들의 의견수렴을 마치고 올해 초 사업을 착공, 6월말에 완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농협이 착공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2월 말에 양방향 통행 체계를 일방통행으로 할 경우 하나로마트가 막대한 영업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면서 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고 결국 부안군은 최근 8천여만원을 들여 설계용역과 주민의견수렴까지 마친 문화의 거리조성사업을 백지화하고 2차선 도로를 만들기로 최종 결정했다.

사실상 농협에 백기를 든 것으로, 8천여 만원의 혈세는 물론 1년간의 행정력을 낭비한 셈이다.

부안군은 이 같은 입장번복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과 물의거리 주변 상가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변상가 45곳 중 43곳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31명(72%)이 양방향을 원한 반면, 일방통행은 26%(11명)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동영아파트 주민들과 부안읍이장단협의회에서 주민 다수에게 양방향 통행을 원하는 건의서를 받아와 이 같이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상가 대부분이 일방통행을 희망하고 주민 역시 일방통행을 원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부안군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물의거리 주변상가 45곳 중 82.2%인 37곳이 일방통행에 동의했다.

124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양방향은 14명에 그친데 반해 일방통행 29명, 차 없는 거리 22명, 무응답 59명으로 일방통행과 차 없는 거리를 만들자는 의견이 월등히 높았다.

따라서 부안군의 이번 결정을 두고 농협에게 백기를 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치성향이 짙은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물타기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졸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선 7기 권 군수호 들어 추진됐던 사업들이 졸작으로 마무리 된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우선 74억여원을 들여 추진한 부풍로테마거리 경관정비사업은 도로부터 인도, 화단까지 어디하나 제대로 된 데가 없다는 비판과 함께 졸작 중에 졸작이라는 혹평을 얻고 있다.

부풍로테마거리는 당초 물의거리처럼 일방통행 또는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려했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표류하다가 정권이 바뀌어 양방향 통행도로로 변경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 ‘기형이 테마’라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25억원이 투입된 ‘석동지구 안전한 보행환경 개선사업’ 역시 인도에 400여개의 규제봉을 박는 등 졸속으로 마무리 되면서 ‘봉 전시장’이라는 비난과 함께 부안군 공무원의 수준마저 끌어 내렸다.

민선 6기 부안군이 야심차게 추진한 수생정원조성사업 또한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거나 들어갈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는 수생정원으로 불리기 민망할 정도로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반쪽짜리 사업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 주민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

여기에 동진면 장기오거리 회전교차로 등 적지 않은 교통시설물 등이 기형적인 형태를 띠면서 이용객들에게 큰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지역이미지 마저 크게 실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졸속행정이 계속되자 권 군수의 군정운영 능력도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인은 “현재 부안군 일부공무원들의 수준이 주민들의 눈높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이러한 상황에서 권 군수는 그들의 의견만 믿고 일을 추진하고 있어 졸작이 만들어지고 그로인해 부안군 공무원 모두가 주민들에게 욕먹는 등 평가절하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안군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일부공무원들이 추진한 사업들을 두고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사업이 잘못 진행되면 사람을 교체하거나 추진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권 군수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사업들이 졸작으로 마무리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권 군수가 보여 온 군정운영 행태를 고려할 때 물의거리도 졸속으로 이뤄질까 걱정 된다”면서 “물의거리는 연구용역결과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일방통행으로 조성해야 맞는데 일부가 반대한다고 수천만원의 혈세가 들어간 설계용역까지 무시하고 물길조차 없앤다고 하니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배가 산으로 가게 생겼다”며“문제가 발생하면 합리적으로 풀 생각을 해야지 상식이하의 발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다”고 한탄했다.

물의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물의거리가 테마거리고 관광거리로 이름난 만큼 더 아름답고 쾌적하게 조성해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반대세력이 있다고 해서 물길을 철거한다고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면서“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마인드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라고 비판했다.

이 상인은 “부풍로도 일방통행으로 하려다 양방으로 해 주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지난해에 일방통행으로 하는 대신 아름답고 쾌적하게 조성한다고 해서 동의서까지 써 줬더니 농협이 반대한다고 추진도 못하다가 결국 이도저도 아닌 2차선 도로로 한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무슨 놈의 행정이 반대가 있다고 추진도 못하고 바뀌냐”면서“이런 식으로 하니까 최근 부안읍에서 펼쳐진 사업들이 모두 비정상적으로 마무리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물의거리를 일방통행으로 할 계획이었지만 양방향으로 하라는 주민들의 의견이 많아 양방향으로 하기 로 결정했다”면서“주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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