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이하의 도로행정…그러니 이런 일이

지난 25일 공사 구간서 3중 추돌사고 발생
인도 조성 논란일자 도로로 변경 추진하려다 결국 원상복구
주민들 “도로에 인도를 조성하는 게 말이 되느냐”
부안군 “전북도에서 시행한 사업이다” 궁색한 변명
일각서 부안군 도로행정 전폭적인 개선 필요 지적

  • 기사입력 2020.08.31 09:17
  • 최종수정 2020.09.14 10:11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오페라모텔 옥사에서 바라본 문제의 공사현장 모습. 노란 동그라미 지점이 교통사고가 발생된 곳.
오페라모텔 옥상에서 바라본 문제의 공사현장 모습. 노란 동그라미 지점이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를 넓히지는 못할망정 좁히는 게 말이 되는 소리여,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가 안 가.” “교통사고 방지를 빙자한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못 만들어서 안달이 났어. 어떻게 일을 거꾸로 해.”

부안 선은교차로(시내버스 사거리, 지방도 705호선) 개선사업이 상식 이하의 발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주민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9월 완공 예정이었던 이 사업은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교차로 도로 일부를 축소하고 인도를 조성해 차량 속도 저감 등을 유도,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게 사업의 취지다.

총 사업비는 2억 8400만 원이다.

그런데 공사현장의 모습을 본 운전자나 주민들은 교통사고 예방이 아닌 교통 흐름이 방해될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를 우려했다.

주민 A 씨는 “도로를 없애 버리고 저렇게 인도를 조성하는 것이 정상적인 생각이여, 도로가 막히는 건 뻔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더 나갔네”라고 비판했다.

운전자 B 씨는 “차도 많이 다니고 버스가 수시로 드나드는 곳인데 장애물처럼 막아 놓는 게 말이 돼,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공사를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부안군은 도로에 뭔 시설만 하면 논란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아니다 다를까 이런 우려를 반증하듯 실제 지난 25일 공사 구간인 오페라 모텔 앞에서 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고자 한 사업인데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고가 난 곳은 인도 공사가 진행되던 사거리 코너 구간 4곳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았던 지점이다.

이곳은 공사 도중 논란이 일자 인도에서 도로로 변경 추진하기로 하고, 또 아스콘이냐 사괴석 포장이냐를 놓고 논쟁까지 벌어졌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권익현 군수가 뒤늦게 이 같은 상황을 알게 됐고 실무부서 담당을 호되게 질책하며 원상복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부안군은 지난 23일 전북도에 원상복구를 위한 협조 공문을 보냈고, 철거가 결정됐다.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인데 철거를 하면서 혈세만 낭비하게 생겼다.

부안군은 전북도에서 시행한 사업이라는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공사를 하기 전 부안군과 사전 협의를 한 후 진행된다.

따라서 충분히 의견조율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부안군의 해명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번뿐만 아니라 회전교차로 등 교통안전 시설물이 도로에 설치될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안군 도로행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행정에 대한 감각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매번 논란이 생기지 않느냐는 것.

작년에 조성된 장기오거리회전교차로, 행중회전교차로, 봉덕~신운간도로 과속방지턱 설치 등은 운전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장기오거리회전교차는 도로에서 회전교차로 진입 전 시야 확보가 안 돼 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고, 진행 방향이 헷갈려 운전자들이 엉뚱한 길로 가는 상황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도 한 운전자가 장기오거리회전교차로를 통행하다 행선지와 다른 길로 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일명 규제봉 전시장으로 불리는 곳도 있다.

모산리 행중회전교차로로 수백여 개의 봉이 사고 예방이라는 이유로 회전교차로 주변에 다닥다닥 세워져 있다.

좁은 도로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다 보니 회전각도 좁아 버스 등 대형 차량 회전에 불편을 주고 있다.

또 봉덕~신운간도로도 과도한 방지턱 설치로 인해 운전자들이 기피하는 도로가 되고 있다.

이 밖에도 도로나 인도에 설치한 규제봉도 미관을 해치고, 차량통행의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하는 등 논란에 중심에 서있다.

이처럼 부안군이 도로에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만 하면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받거나 불편을 겪는 일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부안군 도로행정에 대한 전폭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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