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수억 원 대 야간경관조명 설치 한다고 하자…주민들 “코로나 시국에 제정신인가” 분위기 싸늘

주민들 “추석명절에 고향도 못 내려가는 분위기다”
“태풍 피해로 고통받는 농민들 약 올리느냐” 비판
부안군 뒤늦게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보겠다” 입장 바꿔

  • 기사입력 2020.09.14 21:55
  • 최종수정 2021.04.11 11:48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작년 마실축제 기간에 매창공원에 설치한 야간경관조명.
작년 마실축제 기간에 매창공원에 설치한 야간경관조명.

부안군이 수억 원을 들여 매창공원과 터미널 사거리 일원 등에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부적절하다는 군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고 추석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분위까지 형성되고 있는데 부안군은 거꾸로 사람들을 모이도록 유도하는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으로 벼가 쓰러지고 농작물 수확량 감소 피해로 농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야간경관조명으로 수억 원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크다.

피해 대책은 세워주지 못할망정 농민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특히 코로나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올해 교부세가 88억원정도가 삭감되면서 부안군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예산 부족으로 국비 매칭 사업 등 일부 사업은 내년도로 이월해야 할 처지이고, 내년도 교부세 역시 삭감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실정이다.

세입이 줄어든 만큼 세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사무용품 지출도 최대한 아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시국인데 부안군은 역설적이게도 3억5000만원을 들여 코로나로 지친 군민들을 위로한다는 이유로 야간 경관조성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 금액이면 학생들에게 5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했을 때 7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금액이며, 1000원짜리 마스크 구입시 35만개를 구입할 수 있는 액수다.

국비 매칭사업을 할 경우 수십억 원대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부안군에 따르면 야간 경관조명은 매창공원(3억여원), 터미널 사거리~하이마트 사거리 구간, 동중1길(5000만원) 등에 설치되며, 이달 24일까지 야간 경관조명을 비롯한 포토존, 조형물 등 설치를 마무리하고 25일 점등식을 한 뒤 내년 1월까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야간 경관조명은 당초 올해 제8회 부안마실축제 기간에 야간 볼거리 공간 조성으로 특화된 축제장 개발 등을 위해 계획됐다.

정적인 야간 조명을 동적인 야간 조명으로 전환해 축제분위기 연출, 부안 마을에 대한 상징 조형물 제작으로 축제 정체성 확립, 포토존 확대 설치로 체류형 관광객을 증대 하겠다는 것.

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마실축제는 지난 6월 19일 취소 됐다.

부안마실축제제전위원회는 당시 "수도권 지역에서 코로나19의 지속적인 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외부 관광객 방문으로 인한 지역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청정관광 부안의 이미지 보존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부안군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연장하는 등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는데도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해 볼거리 제공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나 부안군은 지난 12일에도 '소모임 및 외부 방문객 만남 자제, 종교 시설 대면 개최 자제, 거리두기 등 개인방역 수칙 준수, 추석명절 벌초 코로나 지역 확산 방지를 위해 대행서비스 이용, 가급적 소수인원으로 만남을 최소 할 것'을 당부하는 문자까지 보냈다.

부안은 이런 안내 문자를 보내면서도 이와는 달리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같은 부안군의 발상에 주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주민 A씨는 “제정신이냐,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추석명절에 고향도 못 내려가게 이동을 자제시키고 있는 시국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도록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하는 게 이치에 맞느냐”고 비판했다.

주민 B씨는 “연이은 태풍으로 쌀 등 농작물 수확 급감에 농민들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수억 원씩 써가며 불빛 구경하라고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 농민들 약 올리는 것이지 위로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시기나 분위기를 봐서 볼거리를 제공 하던지 해야지, 이런 게 소위 말하는 부안군이 군민들을 위한다는 행정인가”라며 분개했다.

주민 C씨는 "참 별짓 다하네, 조명을 켠다고 군민들의 마음이 밝아지느냐, 그 돈 있으면 도로 정비나 갓길에 심어놓은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나 잘하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처럼 야간 경관조명 설치에 대한 군민들의 반응 싸늘하다.

부안군은 부안뉴스의 취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추진하겠다는 뜻를 밝혔지만 주민들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뒤늦게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지난 14일 부안군 관계자는 “추석 때 이동제한도 있고 해서 일단 조금 미뤄놨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될 것 같다”면서 “당초 9월에 하려고 예정이 돼 있었는데 2.5, 2단계 가면서 이동제한도 있고 해서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한) 효과가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고, 금요일(11일)에 미루는 것으로 보고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