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방치되고 있는 동진강 수변공원 ‘잡초만 무성’

대부분 수변공원과 쉼터 관리소홀로 제 기능 못해
부안·김제·정읍 익산청 관리비 지원받고도 나 몰라라 하기 때문

  • 기사입력 2020.09.22 21:18
  • 최종수정 2020.09.27 15:48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백산 수변공원. 안내판에는 산책로와 생물서식처 등이 있다고 돼 있는데 육안으로 정자와 운동기구들만 보일뿐 다른 곳은 모두 잡초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백산 수변공원. 안내판에는 산책로와 생물서식처 등이 있다고 돼 있는데 육안으로 정자와 운동기구들만 보일뿐 다른 곳은 모두 잡초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새만금 수질개선과 하천생태계보전을 위해 576억원을 투입해 2014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동진강유역 왕복 20여㎞(정읍 신태인∼부안 동진면)구간에 하천환경정비 사업을 실시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수변공원 조성사업이다.

수변공원은 자전거 도로나 산책로 등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행정구역에 따라 부안, 김제, 정읍 등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다.

이용객은 얼마나 있고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부안뉴스가 확인해보니 공원대부분은 잡초로 뒤덮인 데다 곳곳에 쓰레기더미들까지 쌓인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관리비용은 한해 평균 8억여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공원이 이지경인지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백산 수변공원. 안내판에는 산책로와 생물서식처 등이 있다고 돼 있는데 육안으로 정자와 운동기구들만 보일뿐 다른 곳은 모두 잡초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벼이삭 쉼터. 안내판에는 산책로가 있다고 돼 있는데 잡초가 무성해 보이지 않는다.
동진강 제방도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지만 잡초가 무성해 지나기 위해서는 풀을 해치며 가야 한다.
동진강 제방도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지만 잡초가 무성해 지나기 위해서는 풀을 해치며 가야 한다.

22일 오후 동진강유역.

이날 오후 2시∼3시 동진강을 따라 부안 동진에서 정읍 신태인까지 조성된 10여㎞에 이르는 자전거도로에는 단 한 명의 이용객도 없었다.

곳곳에 조성된 수변공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공원은 완전히 방치된 채 대부분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그중 일부는 공원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잡초가 무성했다.

산책로 또한 잡초가 침투해 산책로 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블록으로 조성된 산책로 역시 잡초가 무릎까지 자라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정자와 파고라, 운동기구, 벤치 등이 조성된 몇몇 쉼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인키만큼 자란 잡초들로 인해 이들 시설물 등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시설물이 없는 공원의 경우 안내판이 없다면 이곳이 공원인지 풀밭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정읍 이평쉼터. 예초작업이 되었지만 베어진 풀은 치워지지 않았다.
정읍 이평쉼터. 예초작업이 되었지만 베어진 풀은 치워지지 않았다.
블럭으로 조성된 산책로. 넓은 곳은 보이지만 좁은 것은 구분이 어렵다.
블럭으로 조성된 산책로. 넓은 곳은 보이지만 좁은 것은 구분이 어렵다.

수변공원은 동진강을 따라 부안, 김제, 정읍 등 곳곳에 조성되어 있는데 모두 풀밭이었고 관리도 엉망이었다.

다만 수변밖에 조성된 정읍 이평쉼터와 만석보쉼터는 예초작업이 돼 있었다.

하지만 이들 쉼터도 지난달 말에 찾았을 때는 잡초가 무성했었다.

최근에야 예초작업을 했다는 얘기다.

공원 등에 조성된 시설물 중 자전거도로는 가장자리를 잡초가 점령했지만 그나마 나았다.

그러나 그늘이 없다는 게 흠이었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이팝나무를 식재했지만 가지가 앙상해 그늘이 형성되지 않았다.

강변을 따라 곳곳에 조성된 쉼터와 공원은 위치와 주변 여건으로 볼 때 모두 부적합해 보였다.

주요도로와 연결이 안 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근마을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도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러 찾는다 해도 자전거 라이딩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시설이나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아 공원으로서의 유인은 없어 보였다.

백산면 동진강 둔치. 쓰리게가 검게 그을리거나 쌓인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 인근만 20여곳에 이른다.
백산면 동진강 둔치. 쓰리게가 검게 그을리거나 쌓인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 인근만 20여곳에 이른다.
백산면 수변공원. 파고라가 보이지만 진입로가 잡초로 뒤덮여 갈수가 없다.
백산면 수변공원. 파고라가 보이지만 진입로가 잡초로 뒤덮여 갈수가 없다.

공원 곳곳에는 심지어 태풍에 떠밀려온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 더미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 쓰레기더미들은 불에 검게 그을리거나 수북이 쌓인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이처럼 공원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둔치시설 관리주체가 동진강하천환경정비 사업이 끝나면서 발주처인 익산국토관리청에서 부안·김제·정읍 등 각 지자체로 인계돼 이들 지자체가 관리를 소홀히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익산국토관리청관계자는 “제방이나 수로는 우리(익산청)가 관리하지만 자전거 도로나 수변공원 등 편의시설은 지자체가 관리 한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이들 시설물을 관리하라고 부안 등 지자체 3곳에 매년 8억여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안군은 익산청으로부터 이들 공원 등의 관리비 명목으로 2015년부터 올해까지 적게는 1억 8000만원부터 많게는 4억 7000만원까지 6년간 총 17억 46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렇지만 관리는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돌로된 벤치 앞으로 산채로가 있지만 잡초가 무성해 보이지 않는다.
돌로된 벤치 앞으로 산채로가 있지만 잡초가 무성해 보이지 않는다.
동진강 자전거도로. 도로가장자리를 잡초가 점령하고 있다.
동진강 자전거도로. 도로가장자리를 잡초가 점령하고 있다.

매년 추석 전후로 예초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백산면에 산다는 한 주민은 “동진강 수변에 생태공원을 조성했다고 해 한번 가봤더니 잡초만 무성하더라”면서 “공원인지 풀밭인지 모르겠더라. 저렇게 관리할 거면 그 많은 돈을 들여서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부안군은 추석을 전후해 예초작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부안 동진강 유역에 조성된 공원 등은 부안군이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백산면 원천리 제방만 예초작업을 실시했다”면서 “추석을 전후해 동진강 공원 등에 대한 예초작업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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