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솜씨 명품화 사업 10년 넘었는데도 뒷걸음질

농가 이행률 매년 급감…원료곡 확보도 해마다 감소
원료곡 보관 혼합해 미질 차이난다 지적도
“천년의솜씨 단지 필요 없다, 좋은 등급 받은 쌀로 유통하면 된다” 주장 나와
부안군 관계자 “통합 RPC 시설 구축 천년의솜씨 일원화 하겠다” 밝혀

  • 기사입력 2020.09.27 22:02
  • 최종수정 2020.09.27 22:03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부안군 대표 브랜드쌀 ‘천년의솜씨’가 체계적이고 일원화되지 못한 운영 관리 등으로 매년 평균 1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년의솜씨 단지 재배 농가들의 이행률이 추락하면서 원료곡 확보도 감소되는 데다가 미질 차이,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명품브랜드쌀이라는 명성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군에 따르면 천년의솜씨 브랜드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것은 지난 2010년도. 그 이전엔 명품브랜드쌀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다.

그런데 사업이 추진된지 올해로 11년째가 되어가고 있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천년의솜씨 쌀 품질이 차이가 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어떤 때는 미질이 좋은데 또 어떤 때는 미질이 좋지 않아 밥맛이 떨어진다는 것.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수매부터 유통까지 시스템이 일원화 되지 않고 각 RPC별로 수매 및 원료곡 보관, 유통까지 이루어지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안군 관내 부안농협, 계화농협, 동진협동 등 5개 RPC(미곡처리장)에서 천년의솜씨 원료곡 수매 등을 각각 하다 보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더군다나 등급을 심사하는 검사원도 대부분 각 RPC에서 선정 심사를 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나락이 좋지 않은데도 등급을 높게 받아 수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천년의솜씨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섞여 그 지역 브랜드명으로 둔갑해 팔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 A씨는 “천년의솜씨단지에서 생산한 나락만 원료곡을 수매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목소리에 힘 좀 있는 사람들은 나락이 좋지 않아도 다 수매를 해 준다”면서 “또 계약재배를 해놓고 다른 곳에 팔면 그럼 천년의솜씨 단지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부안군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부안군 관계자는 “나락이 좋지 않은데 RPC에서 수매할 이유가 없다”면서 “천년의솜씨 원료곡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아니고 일반 신동진 쌀 일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천년의솜씨 단지에서 계약재배를 하고 일부 농민들이 값을 조금 더 올려주면 다른 곳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는 3년간은 천년의솜씨 계약재배를 제한 한다”고 밝혔다.

RPC 측 한 관계자도 “천년의솜씨 등급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고, 검수자는 달라도 등급을 심사하는 기준에는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천년의솜씨단지가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농민 B씨는 “천년의솜씨 원료곡인 신동진 벼면 누구나 수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중에서 등급이 좋은 나락을 천년의솜씨 원료곡으로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예산도 적게 들고 좋은 품질의 원료곡도 안정적으로 확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부안군은 원료곡 확보, 안정적인 미질 등을 위해 통합 RPC 시설 구축해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천년의솜씨가 명품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미질과 원료곡이 문제다.

명품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전국 판매망을 가지고 있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 입점이 유리한데 현재로써는 천년의솜씨 원료곡이 매년 급감하면서 마트 기준에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료곡 부족은 이모작 금지 등 농가에서 지켜야 할 이행률이 문제다.

최근 5년간 이행률 현황을 보면 2015년 87%, 2016년 88%, 2017년 56%, 2019년 38%로 급감했다.

작년만 기준으로 보면 재배면적은 1746ha이었지만 농가의 이행률이 추락하면서 실제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724ha만 천년의솜씨 원료곡으로 사용된 셈이다.

천년의솜씨의 문제점은 부안군의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작년 행정사무사에서 판매처 확대, 원료곡 혼합 등의 지적이 나왔다.

이태근 의원은 “인터넷에서 명품쌀을 클릭해보면 타지역의 각종 브랜드는 엄청나게 홍보가 되는데 유독 부안군 쌀은 눈에 띠지 않는다”며 “김제, 여주를 넘어설 수 있느냐, (천년의솜씨 원료곡을) 등급별로 매입을 하는데 한 개를 제외하고 저장은 혼합해서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결국 쌀의 질이 떨어진다. RPC에서 매입한 원료곡이 등급별로 저장되고 가격도 차등 공급해야 생산 농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천년의솜씨가 명실공히 인정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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