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행태 비판했다가 곤욕 치른 부안군청 A과장

부안군의회·공무원노조 항의에 ‘공개사과’ 수난
“사과해야”·“오죽했으면”·“자성해야” 공직사회 안팎 목소리 다양
보호본능·소신사이 ‘괴리’ 큰 생채기 남기고 씁쓸한 뒷맛 안겨

  • 기사입력 2020.11.27 09:39
  • 최종수정 2020.11.29 21:08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부안군청 A과장의 공무원행태 비판발언 후폭풍이 부안군공직사회 안팎을 강타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공무원노조를 통해 A과장을 향한 날선 표현과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는가 하면 오죽했으면 같은 공무원에게서 이런 평가가 나오겠는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상반된 현상은 성향에 따른 것이지만 계파 갈등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A과장은 지난 20일 부안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태근 의원이 “부안군이 여러 가지 시설을 추진하는데 보건소 등 일부 부서는 시설직 공무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설직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제(행정직) 경험으로 볼 때 (시설직 업무를 하는데) 절차상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면서도 “하지만 공무원들이 성의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떠넘기니까 그렇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부안군) 공무원행태가 몰라도 안 해버려도 월급 나오니까, 그런 식으로 가니까 의원님들이 알고 계시라고 (이 말을)하는 거”라고 했다.

이날 A과장의 이 같은 발언은 평소에 자신이 느꼈던 것들을 가감 없이 한 얘기로 소신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A과장은 이 말을 한 뒤 공무원노조로부터 거친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공무원들의 행태를 비판할 때 일부 공무원이라고 지칭했어야 하는데 일부라는 말을 빼는 바람에 모든 공무원들이 그런 것처럼 폄훼됐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노조는 군수와 부군수 등에게 찾아가 A과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A과장은 결국 공무원 내부통신망에 “행정사무감사에서 불미스러운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공개사과 해야 했다.

이를 두고 소신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공개사과를 요구한 것은 헌법이 정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공무원을 싸잡아 폄훼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로 사과해야 된다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자성할 줄 모르는 부끄러운 공직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처럼 A과장의 이번 발언은 부안군 공직사회 내에서 핫 이슈화하면서 공무원 집단의 ‘보호본능’과 공무원 개인의 ‘소신’ 사이의 괴리라는 큰 생채기를 남기는 등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A과장의 발언은 부안군의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행감 분위기를 격화시켰기 때문이다.

A과장은 이날 이 의원이 시설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자 직렬보다는 성의와 열정이 우선이라고 맞받아쳐 이 의원을 발끈하게 했고 이때부터 행감이 대립양상으로 진행됐다.

이후 A과장은 무례하다는 이유로 23일 부안군의회 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와 관련,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의원들은 다만 A과장이 한 발언을 두고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소신발언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부안군의회 한 의원은 24일“(A)과장의 이날 발언을 처음부터 들어보면 모든 공무원들을 폄훼한 것이 아니라 일부 공무원들의 성의 없는 업무행태를 지적한 것으로 소신발언으로 볼 수 있다”면서“그런데 일부 공무원들이 전체 발언 중 앞뒤 말을 자르고 한부분 만을 부각시켜 (A)과장을 몰아세우는 것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조직 내에서 지적이 나올 경우 자성하고 성찰하면 많은 이들에게 신뢰를 얻고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갔을 텐데 그런 면에서 이번 공무원들의 반응은 아쉽다”며“앞으로는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공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그 과장의 전체적인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행감 자리이고 TV를 통해 생중계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지적했다.

A과장의 발언을 둘러싼 공직사회 안팎의 공방은 상반된 입장차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해이해진 공직기강이 이 같은 사태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있다.

일체의 쓴 소리와 이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비뚤어진 공직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

A과장의 공개사과가 가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 퇴직공무원은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은 공직문화를 비판하는 것을 금기시 한다”면서도 “그러나 과장이 선배 공무원으로서 느낀 점을 말하지 않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하고 있다면 과연 공직사회가 나아지고 공무원들이 지역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쓴 소리도 받아들이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야 부안군 공무원들이 비로소 주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공개사과를 요청하기보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더라면 보기도 좋고 조직도 더욱 끈끈해 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 상사라 해도 전체 공무원을 매도하는 것을 두고 가만히 있는 다면 노조가 존재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직문화 역시 퇴보한다는 반론도 있다.

상급자라 할지라도 하위직 공무원들을 존중해주고 인성으로 대해주는 것이 상사의 도리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모든 공무원이 사과를 원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분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마치 모든 공무원들이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씀하시다보니 이 말에 상처받은 억울한 공무원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자칫 오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로 상처받았던 모든 분들이 조속히 안정을 찾길 희망한다”면서 “앞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마음에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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