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의원들만 허탈한 부안군의회 예결위는 한편의 ‘블랙코미디’

5명이상 제시한 건만 삭감한다는 기준 탓에 최선을 다한 의원들 의지 꺾여

  • 기사입력 2020.12.13 21:16
  • 최종수정 2020.12.29 15:30
  • 기자명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부안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11일 2021년도 부안군 예산을 6405억 3452만원으로 확정했지만 졸속심의를 넘어 한편의 블랙코미디라는 비판이 나온다.

예결위는 당초 예산안 중 21억 3040만원을 행정절차 불이행 및 불요불급하다고 보고 삭감하는 등 나름 역할을 했지만 심의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예결위는 우선 민원콜센터와 관련해 공무원들의 친절도가 먼저라며 신랄하게 비판하고도 의원 5명이상이 제시한 건만 삭감한다는 기준 탓에 사업비를 삭감하지 못하면서 졸속운용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 날물에 그 밥이란 비아냥도 곳곳에서 터진다.

전국적으로 지탄을 받아 타 지자체는 꺼리는 사업을 부안군은 추진하겠다고 예산을 세우고 6명의 의원이 이를 찬성하면서 예결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행정동우회 지원사업으로 혈세로 퇴직한공무원들의 친목모임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전국곳곳에서 일었던 사업이다.

이 예산이 통과되자 문찬기 의장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의회의 본연의 기능인 견제와 감시 기능이 무너졌다”면서 “너무나 허탈하고 개탄스럽다”고 자책했다.

이처럼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지면서 향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우려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특혜시비 논란이 일고 있는 사업들이 속속 예결위를 통과하는가 하면 삭감한 예산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면서 역대급 졸속심의라는 비난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예결위원 9명중 5명이 제시한 건만 삭감 의결한다는 운용기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김광수 의원과 김정기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수십여 건의 예산안을 대상으로 삭감의견을 냈지만 다수의 의원들이 집행부의 눈치를 보며 예산삭감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5명 이상 삭감의결이란 기준에 미치지 못해 상당수의 불요불급한 예산안이 삭감되지 못했다.

자신들이 세운 기준에 자신들이 발목 잡힌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예산안의 경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삭감하지 않아 ‘민폐’ 예결위라는 오명을 낳았다.

또한 어떤 예산안 등은 심의과정 등에서 많은 지적을 하고도 삭감하지 않아 이율배반적인 의회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번 예결위가 한편의 블랙코미디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은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 심의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될 가능성이 줄어들어 그만큼 부안지역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도 더뎌진다.

예산삭감에 미온적인 일부의원들의 마인드함양과 예결위 운용방법 개선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앞으로는 일하기 위해 노력한 의원들이 허탈해 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의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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