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죽막동 제사유적 과도한 규제 논란…마을과 상의도 없이 서낭 제단 없애 주민들 격분

관련 업계 종사자들 “말도 되지 않는 일, 종교 탄압이다” 비판
주민들 “마을 주민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없앴다” 울분 토해
부안군 관계자 “무속행위 방지 차원이다” 해명

  • 기사입력 2020.12.29 22:57
  • 최종수정 2020.12.29 23:03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부안군이 서낭 앞에 놓여 있던 제단 격인 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의자를 설치했다.
부안군이 서낭 앞에 놓여 있던 제단 격인 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의자를 설치했다.

부안군이 죽막동 제사유적(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41호) 내 서낭(당산나무) 앞에 청수나 제물 등을 올려놓는 제단 격인 상을 이곳을 오랫동안 지켜온 주민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치워 버리고 그곳에 의자를 설치하면서 죽막마을 주민들이 격분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부안군은 용궁 등 제단에 올려져 있던 향그릇 등도 모두 치워버리고 돌 재단에 켜놨던 촛불도 치우고 LED 조명 조형물 초로 바꿔놓은 뒤 투명 아크릴로 보이는 것으로 막아버렸다.

심지어 평소 문을 열어놨던 계양할미 등의 초상화가 모셔진 수성당도 문을 잠가 사실상 폐쇄하면서 주민들의 비난의 강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이나 수성당제전위원회와도 아무런 상의 없이 부안군에서 일방적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종교 탄압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주민들이 말하는 서낭은 당산나무로 민속신앙에서는 신이 깃들어 있는 신목으로 여기고 신성시 여긴다.

더군다나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제사를 지내왔던 흔적이 발견됐던 곳으로 제사유적으로써 문화적 가치가 인정됐다.

이런 연유에서 이곳에서는 매년 정월 열 나흗날(1월 14일)이면 수성당제전위원회 주관으로 무속인 등을 초청해 수성당제를 지내며 풍어와 마을의 평안 등을 기원한다.

민속신앙, 무속행위와 땔래야 땔수가 없는 그런 장소다.

특히나 부안군은 무속인들이 수성당제를 지낸 모습인 담긴 사진과 함께 ‘부안의 또 하나의 자랑, 동아시아 최대해양 제사유적 그 가치를 인정, 1500년 역사·문화 자연 숨결 살아나, 세계유산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문구로 죽막동 제사유적을 홍보하고 있다.

그래 놓고도 부안군은 제사유적에서 행해지는 민속신앙 행위까지 차단하는 행정을 보이고 있다.

불을 켜는 초를 치우고 LED 조명 조형물 초로 교체한 모습.
불을 켜는 초를 치우고 LED 조명 조형물 초로 교체한 모습.

부안군의 이런 행위를 무속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종교 탄압으로까지 보고 있다.

무속업계 종사자 A씨는 “서낭 제단을 없앤 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며 “무속인들이나 주민들이 서낭 앞에서 인사를 드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제사유적이 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무속은 우리나라 토속신앙”이라면서 “이건 종교적 탄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성당은 부안과 서해를 지켜주고 대한민국의 액운액살을 막아주는 곳이다. 무당들이 신을 받는 곳이 아니고 소원성취를 비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장소가 수성당”이라면서 “제단을 없애고 의자를 가져다 놓는 것은 우리나라 혼을 없애는 것이다. 뿌리를 제껴 내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B씨는 “당산나무는 신목이고, 하늘의 신이 나무를 통해서 내려온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신은 나무와 연관이 있다”며 “그래서 제물을 나무 앞에 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것(제물을 올려놓는 상)을 치우고 성스러운 곳에 의자를 설치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고 안 되는 것”이라며 “인간이 밥을 먹으려면 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 상 자체를 없애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궁 시설물 아래에 벙커가 있다.
용궁 시설물 아래에 벙커가 있다.
화장실로 사용되던 곳.
화장실로 사용되던 곳.

주민들은 부안군의 행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주민 C씨는 “주민들은 펜션 굿당에서 굿하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정신사나워서 살 수가 없는데 그 문제는 해결도 못하면서 제사유적인 이곳에서 무속행위를 못하게 한다”면서 “문화재라면서 예전에 군인들이 사용하던 벙커와 화장실은 철거도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서낭 제단은 주민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없앴다”고 울분을 토했다.

주민 D씨는 “촛불, 향불이 불날 염려가 있어서 수성당 안은 문화재라 못한게 한다. 그럼 밖에서라도 하게 놔두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돌 위해 촛불을 켜 놓는데 무슨 불이 난다고 봉쇄를 시키는지 이해가 안 간다. 수성당에도 옥수만 올리게 하더니 그도 문을 딱 잠가버리고 폐쇄를 시켜버렸다”고 분개 했다.

이어 “할머니당은 열어 둬야지 왜 신을 가둬두느냐, 그러니까 영검한 보살들은 할머니당을 닫아 놓으면 재앙이 온다. 할머니가 답답해한다, 문을 열어놓으라고 한다”면서 “주민들이 지켜온 곳인데 부안군에서 빼앗아가려 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 관계자는 “당산나무인지 몰랐고, 실제 무속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무속행위 방지 차원에서 의자를 설치했다”면서 “(돌탑 아래) 초를 켜 놓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의 효과를 노리면서 안전한 것을 찾다 보니 LED조명 초로 해놨다”고 해명했다.

수성당 문 폐쇄와 관련해서는 “수성당 안에서 무속행위가 이루어져 방지 차원”이라면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해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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