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앞둔 재래시장, 코로나로 썰렁했지만 인정만큼은 그대로

  • 기사입력 2021.02.07 22:47
  • 최종수정 2021.02.07 22:52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지난 5일 부안상설시장 모습. 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한산하다.
지난 5일 부안상설시장 모습. 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한산하다.

지난해 1월 20일 설 명절 연휴 4일 앞둔 시점에서 국내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또 다시 설 연휴를 앞두고 있는 상황.

이번 설 명절 대목에 부안의 재래시장 경기는 어떨까.

1년 전 설만 해도 코로나19 발생 초기로 확진자 확산 새가 크지 않아 설 대목 장사에 코로나 영향은 적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가 장기화된 데다가 최근에도 수백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인해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등 가족들의 모임마저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장을 보러오는 손님들이 크게 감소하고 구입 물품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그나마 부안군 등 기관에서 재래시장 장보기 행사를 하면서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올해는 설 대목 특수를 누리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지난해 9월 추석에도 고향방문 자제 분위가 형성 되면서 재래시장 시장 상인들은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울상이었다.

물건을 매입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다른 해와 비슷한데 물건의 양은 크게 줄어든 데다가 판매 또한 저조했던 것.

올 설에도 지난 추석명절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고향방문 자제 분위기 등으로 인해 귀성객의 고향방문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썰렁한 시장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지난 5일 설 명절 시장풍경을 담기 위해 부안상설시장 등을 찾았다.

생선전과 제수용품 판매점 등 몇 곳만 손님들의 발길이 간간히 이어질 뿐 예상한 것처럼 북적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점포 몇 곳을 들러봤지만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 된다는 한숨소리 뿐이었다.

한 상인은 “죽겠어, 1년간 어쩔 수 없이 문 안 닫고 장사했어. 사람들을 다니지 못하게 하니까 손님이 없어. 자식들이 안 내려오니까 손님들이 물건을 안 사, 사과를 사도 큰 것을 사야하는데 찌깐(작은 것)은 거 하나 사, 작년 추석에도 힘들었는데 올 설은 더 힘드네. 물건 값도 비싸졌어 대파 한 다발에 15000원 가는 건 수십 년 장사하면서 처음인 것 같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상인은 “말로는 못한다, 추석 때 보다 손님들이 더 떨어졌어. 코로나 때문에 그렇지. 명절 때 이렇게 손님들이 안 오는 건 처음이여, 작년과 비교해도 장사가 안 돼 하늘과 땅이여.”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물어봤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있어야 물건을 팔 것 아니냐는 것.

상인 A씨는 “말하면 뭐 혀, 매출이 많이 감소했어, 자식들이 안 내려오니 물건을 많이 안 사니까 장사가 더 안 되지.”

상인 B씨는 “매상이 오르질 않아, 사람도 없고. 사람이 없으니 매상이 오를 리가 없지, 장사가 너무 안 돼 걱정이여. 물건은 대목장을 보려고 내렸는데 안 팔려, 어쩌다 손님들이 와. 물건이 팔려야 매상도 올라가는데”라며 걱정했다.

이처럼 재래시장 분위기는 암울했다.

설 대목장사는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상인들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재래시장만의 인정만큼은 그대로 느껴졌다.

재래시장에 젊은 층 보다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단골집에서 믿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있지만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언제든 사랑방처럼 들렀다 가는 곳.

쉴만한 곳이 있는 점포에는 어김없이 어르신 2~3명정도가 도란도란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점포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에게 물었다.

“물건 사러오셨어요.”라고.

그러자 어르신들은 “아니여. 단골집이라서 그냥 쉬고 있어.”

“설 명절 장 안 보세요.”라고 제차 묻자

“장 봐야지, 아직 며칠 남았으니까. 얘들도 안 내려오고 하니까 조금만 사려고, 코로나 때문에 자식들이 못 내려온데. 손주들은 내려오고 싶어 하는데, 그래서 아들에게 형편대로 해야지 그랬어.”

또 다른 곳에 들러보니 거기에도 어르신 2명이 앉아 있었다.

“뭐 사러오셨어요.” 묻자

“아이들이 안 내려오니까 많이 안 사, 제사상에 올리려고 조기 샀어.”

그러는 사이 한 어르신이 생선전에 들어서면서 말을 툭 던진다.

“병치 얼마대유.” 손님이 묻자, 주인이 “2만원.” 그러자 손님은 “그믄(그러면) 줘봐 두 마리”라고 하자 주인은 “참병치라 참 좋아”라면서 봉투에 병치를 담는다.

이 어르신은 동태를 추가로 더 구입하고 “동태와 병치 값으로 5만원 주면 맞지”하며 돈을 건냈다.

또 다른 곳에 들르자 한 손님이 꽃게를 보고 가격을 묻는다.

“이거 얼마짜리여.” 단골손님인 듯 가격을 묻자. 주인은 “키로에 3만원, 그 뒤에 꺼는 2만원이여.”

이어 손님은 “저번엔 2만 5000원이었는디 5000원 올랐나.”라고 하자, 주인은 “그건 알이 없어.”

그러자 손님은 “알 있었는데....” 하면서 직접 꽃게를 골라 담자, 주인은 “35000원짜리인데 30000원에 파는거여, 게 발목 떨어지니니까 살살만져”라며 손님이 고른 꽃게를 저울에 올렸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볼 수 없는 재래시장만의 풍경이다.

올 재래시장은 코로나로 썰렁했지만 상인과 손님 간 오가는 대화 속에 느껴지는 정만큼은 그 어느 때 보다 훈훈하게 전해졌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