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거리 윤곽 드러나자…비판 쏟아져

중구난방 식 추진으로 이도저도 아닌 도로로 전락
부안농협 반발로 당초계획 틀어지면서 ‘테마거리’상실
주민들 “무슨 시내 거리가 이러나. 마을길도 이렇게는 안 만들겠다”
부안군 “당초 계획과 달리 흐트러진 게 사실, 최선을 다 하겠다”

  • 기사입력 2021.02.28 19:24
  • 최종수정 2021.03.02 18:06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보건소 쪽에서 바라본 물의거리.
보건소 쪽에서 바라본 물의거리.

“시가지 거리를 이렇게 조성하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그것도 한때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던 관광테마거리를…. 마을길도 이렇게는 안 만들겠네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물의거리 정비사업이 3월말 준공을 앞두고 윤곽을 드러내면서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로부터 인도, 가로등까지 어디하나 제대로 된 데가 없다는 혹평이 주를 이룬다.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거리로 조성될 줄 알았던 물의거리가 중구난방 식으로 추진되면서 수준이하로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마을길도 이보다는 났다는 비아냥이 나오는가 하면 공무원들조차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물의거리는 지난 2006년 경관 테마거리로 조성돼 전국적인 명물로 부상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관리소홀 등으로 방치되면서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보행자의 안전마저 위협하며 개선이 시급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공사중인 물의거리.
공사중인 물의거리.

부안군은 이에 따라 26억원을 들여 양방향 도로 체계를 일방통행으로 바꾸는 동시에 물길을 가장자리고 옮기고 인도와 쉼터 등을 만들어 주민들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걷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 이었다.

군은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초 7천 957만원을 투입해 설계용역을 실시한 뒤 그해 말 관계기관과의 협의와 주민 및 인근 상가들의 의견수렴을 마치고 지난해 초 사업을 착공, 6월말에 완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착공을 앞두고 부안농협이 양방향 통행 체계를 일방통행으로 할 경우 하나로마트가 막대한 영업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면서 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권익현군수가 사업추진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이지 않자 동력은 떨어져갔고 사업부서 과장과 팀장마저 바뀌면서 당초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현재로선 도로의 경우 시가지 거리로 보기 민망할 정도다.

쉼터 등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수억원이 투입된 멀쩡한 공원 등을 철거하고 다시 조성하는 것 자체를 혈세낭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만큼 당초 계획을 180도 바꾼 것을 문제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화단을 조성했으면 좋았을 법한 인도.
화단을 조성했으면 좋았을 법한 인도.

부안군은 우선 이 사업의 핵심인 쾌적하고 안전하게 걷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겠다고 8천여만원을 들여 설계하고도 부안농협이 반발하자 테마거리를 일반도로로 변경하는 중대 오류를 범했다.

모든 문제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 차선을 줄여 보행자 위주의 쾌적하고 안전한 일방통행로로 조성할 예정이었던 300m길이의 물의거리는 자동차 두 대가 겨우 교차할 수 있는 좁은(6m) 2차선 도로가 됐고, 인도 또한 넓은 곳은 4∼5m, 좁은 곳은 1.3m를 나타내는 등 이도저도 아닌 기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형임에도 인도를 만들기 위해 도로를 30㎝가량 낮추다 보니 보건소 앞 도로 등 높은 도로에서 비가 오면 물이 흘러들어 침수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안군은 이 같은 문제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부안보건소 앞 도로와 물의거리 연결부분에 우수관을 설치해야 했다.

그러나 부안군은 설치하지 않았다.

집중호우 시 침수피해가 우려된다.

여기에 협소한 도로와 주변경관에 어우러지는 가로등을 설치해야 했음에도 국도와 고속도로 등 대로변에나 설치해야 할 법한 대형 가로등을 설치하면서 수준이하로 비춰지고 있다.

이와 함께 300m에 이르는 물의거리 중간 중간에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화단을 설치해 아름다움을 이끌어 내야 했는데도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테마거리란 명칭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인도 역시 대형 가로등과 교통안내 표지판이 무질서하게 들어서면서 경관을 크게 해치는 동시에 보행자들의 불편마저 초래하고 있다.

차선이 지그재그로 되어 있다.
차선이 지그재그로 되어 있다.

물의거리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거리인 만큼 큰 밑그림을 통해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야 했음에도 이처럼 중구난방 식으로 추진되면서 벌써부터 주민들의 걱정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안읍에서 이장을 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무슨 놈의 물의거리 정비사업을 이렇게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면서 “차도는 폭이 좁아 다니기 불안 불안하고 인도는 넓은 데는 넓지만 좁은 데는 좁은데다 시설물까지 많아 편하게 다니기 어렵다. 시골길도 이렇게는 안 만들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많은 주민들이 물의거리 중간에 조성된 정원과 공연무대 등을 왜 철거했는지에 대해 의아해한다”며“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지 얼마 안 돼 멀쩡한 공원을 철거하고 보수한다고 하니 혈세낭비란 비판이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업체 돈 벌게 해주려고 그런다는 말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부안군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주위에서 물의거리 사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면서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공무원으로서 할 말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는 “남은 공사라도 잘해서 주민들에게 더 이상 욕을 안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가로등과 교통안내 표지판이 무질서하게 설치돼 있다.
가로등과 교통안내 표지판이 무질서하게 설치돼 있다.

이와 관련 부안군관계자는 “물의거리 정비사업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많이 흐트러진 게 사실”이라며 “당초 계획에 따라 짜임새 있게 추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곳곳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점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시길 바란다”며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점이 비단 물의거리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물의거리를 포함해 부풍로와 수생정원, 석동지구 안전한 보행환경 개선사업, 몇몇 회전교차로 등 민선 6기에 발주된 중·대형 사업들이 대부분 설계변경을 통해 기형적으로 조성됐다.

권 군수호가 무능하고 지역발전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됐다는 주변의 지적을 인정하지 않고 개선할 생각마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한편, 물의거리 정비사업은 3월말 준공할 예정이며 현재 7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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