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득세는 ‘폭망’의 지름길

‘공세’로 치부하지 말고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 기사입력 2021.03.01 21:56
  • 최종수정 2021.03.02 07:55
  • 기자명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누구누구라인’

정권이나 단체에서 라인이란 말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곤 한다.

‘고소영’,‘성시경’이 대표적인 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성균관대·고시·경기고’의 준말인 이 어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인사의 편향성을 꼬집는 신조어로 쓰였고, 결국 이 두 정부는 잘못된 인사로 인해 ‘폭망’하고 만다.

부안군 또한 ‘라인’인사로 망한 곳 중 하나다.

15∼6년 전 부안군은 우리나라 군 단위지역 중 가장 촉망 받는 지자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당시 군수가 정치색을 띤 ‘공무원라인’을 주요요직에 임명하면서 인사에 대한 불신이 쌓였고 결국 부안군은 청렴도를 비롯한 각종 평가지표에서 최 하위권을 기록하는 등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생거부안’으로 불리던 청정부안이 오염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부안지역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악취유발 업체와 시설물 등도 모두 이때 들어섰다.

심지어 인사비리로 군수가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부안군에는 크게 두 라인이 있었다.

하나는 노조라인이고, 또 하나는 DS라인이다.

DS라인은 경리계 출신이 많다고 해서 ‘K’라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중 노조라인은 민선3기(2002∼2006) 중·후반부터 반 김종규(당시부안군수)노선을 걸으며 정권교체에 앞장섰다.

이들은 민선4기에 정권이 교체되자 밀물처럼 밀려와 주요요직에 임명 또는 승진하면서 수년간 군정을 쥐락펴락하다가 4기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어 K라인이 등장한다.

K라인은 인사를 포함한 군정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힘이 막강했다.

K라인의 힘은 당시군수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K라인의 핵심축인 DS는 군수의 일가였다.

그는 민선5기까지 자신의 라인을 요직에 앉히고 비상식을 상식처럼 수년간 자행하면서 어느 정권의 실세보다 화려하게 보냈지만 공직의 끝은 처참했다.

군수가 구속되자 슬그머니 내빼면서 현재까지도 공직사회 안팎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K라인은 당시 이른바 여비사건이 터지자 군수에게 검찰과의 관계를 운운하며 자신들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고 검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몇몇 세력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뒷배경으로 검찰을 이용한 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K라인은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민선 5기중후반 군수가 구속되자 존재감이 떨어져갔고 정권이 바뀌면서 사라졌다.

그런데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이들 라인들이 민선7기 권군수호가 태동하면서 또다시 득세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노조라인이었다.

권 군수호는 취임하자마자 김종규 전 군수에게 반기를 든 민선3·4기 당시 노조라인을 대부분 주요요직에 앉히고 승진 또한 우선시하는 등 인사전횡을 일삼았다.

‘인사참사’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로 인해 부안군공직사회는 점차 생동감을 잃어갔고 청렴도 등 군정지표역시 밑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

권 군수호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군민들이 부안군정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13일 발표한 ‘2020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결과에 따르면 부안군은 최하위 등급을 받아 낙제점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조사결과를 뜯어보면 군민들이 바라본 시각이 맞아떨어진다.

특히 공무원들의 불친절 문제는 민선 7기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힐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민선7기 들어 추진했거나 하는 사업들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불친절을 호소하는 의회 증언과 ‘군수멱살잡이사건’이 군민들의 불만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이대로 가다간 많은 주민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과 예측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과 예측이 상대세력의 프레임 공세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더욱이 청렴도와 민원서비스평가는 지역에서 나온 말과는 달리 국가기관이 시행한 평가라는 객관적인 지표다.

군정운영의 부족함이 낳은 뼈아픈 지적인 것이다.

현재 부안군공직사회 안팎에서는 K라인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인사계장이 경질되면서 노조라인이 한풀 꺾이자 K라인이 부상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들 K라인이 자기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승진에 유리한 요직을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K라인의 부상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단초도 있다.

격포 골프장(관광단지)사업이 결재라인보다 앞서 K라인에 보고되고 가족이 승진한 점은 오해를 불러오기에 충분한 예다.

라인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로 보일 수 있다.

권 군수호는 다양한 지적에 대해 곡해하지 말고 경종으로 받아들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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