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작’ 평가 받았던 부풍로테마거리, 사후 관리소홀 등으로 또 다시 도마위

가로화단 회양목 말라 죽고 훼손된 곳 부지기수
수천만원 들여 설치한 야간경관조명은 있으나 마나
심다 만듯한 가로수는 여전히 그대로
부안군 관계자 “가로수 조성 완료됐고, 상가 반발로 식재하지 못했다”
“죽은 나무 보식 계획이고, 조명과 가로등은 확인해 보겠다” 해명

  • 기사입력 2021.05.28 16:04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부안초등학교 옆 인도. 회양목은 말라 죽었고 그 주변에 꽃이 피어있다. 멀리 부안군청이 보인다.
부안초등학교 옆 인도. 가로화단 조성을 목적으로 식재한 회양목은 고사되거나 없어졌고, 그 주변에는 꽃이 피어있다. 멀리 부안군청이 보인다.

부안군이 수십억 원을 들여 조성한 부풍로테마거리가 졸작이라는 군민들의 평가를 받은데 이어 이번엔 사후관리 소홀 등으로 또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가로화단 조성을 위해 식재한 휘양목은 말라 죽거나 일부는 부러지는 등 상당 구간이 훼손되어 있지만 방치돼 있고, 또 가로수는 일관성 없이 조성된 채로 사업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도 바닥에 수천만원 들여 설치한 야간 경관조명은 뜯겨 없어지거나 불이 켜지지 않은 것이 상당수이고, 가로등 밝기도 어두워 일부 구간은 주민들이 무서워 야간에 다니기가 두렵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부안뉴스는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지난 26일 부풍로테마거리 경관정비사업 구간인 부안군청 앞부터 구) 소방서 사거리까지 주야간으로 살펴봤다.

이곳 거리는 제대로 관리가 안 돼 부안의 테마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어수선하고 무질서한 모습이었다.

가로화단 조성을 위해 식재한 휘양목은 그야말로 제멋대로였다.

어떤 곳은 통째로 없어져 사각 틀만 남아있고, 말라 죽어 갈색으로 변색 되거나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휘양목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심은 것 중 절반정도만 남아 있는 곳도 있고, 심지어는 가로화단에 심지도 않은 각종 꽃들이 휘양목과 함께 무분별하게 자라고 있었다.

가로수인 공작단풍은 일부 구간만 조성된 채로 공사를 마무리한 상태.

부안군청 앞~ 아담사거리 부근까지는 가로수가 식재 돼 있었지만 아담사거리~구)소방서 사거리까지는 일관성도 없이 10여그루 남짓 식재되어 있었다.

1. 휘양목이 고사돼 있다. 2. 저녁인데도 야간경관조명에 불이 켜지지 않았다. 3. 돌의자가 일관성 없이 곳곳에 놓여 있다. 4. 야간경관조명이 뽑혀 없어진채로 방치되어 있다.
1. 휘양목이 고사돼 있다. 2. 저녁인데도 야간경관조명에 불이 켜지지 않았다. 3. 돌의자가 일관성 없이 곳곳에 놓여 있다. 4. 야간 경관조명이 뜯겨 없어졌다.

또 인도에 놓인 돌 의자는 거리 미관을 해치고 지장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그대로였다.

수천만원을 들여 인도에 설치한 야간 경관조명도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부안군청 앞부터 아담사거리까지 인도 한 쪽 방향만 불꺼진 조명을 세어 봤을 뿐인데 그 수는 50여개에 달했다.

불빛이 있으나 마나할 정도로 희미하게 켜진 것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

불이 켜지지 않은 조명은 부지기 수였고, 가로화단 사이에 조명 시설돼 있다 보니 그나마 켜진 조명도 불빛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유명무실했다.

가로등은 상가 불빛 등이 비춰지는 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다른 구간은 지나가는 행인의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울정도였다.

부안초등학교 옆 인도는 어두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부안초등학교 옆. 가로등은 켜 있지만 주변은 어두운 상황.
부안초등학교 옆. 가로등은 켜 있지만 주변은 어두운 상황.

73억여 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로구조 개선 및 인도 정비, 전선 지중화, 간판정비 등의 사업이 추진 됐지만 부풍로테마거리는 이처럼 다양한 문제점을 낳으며 혹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주민 A씨는 “돈을 몇십억 들여서 공사를 하면 뭐하나 그만한 값어치도 못하는데, 인도에 심어진 나무 봐라 꺾이고 없어진 곳이 수두룩 하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고 군청 방향으로 이어진 거리인데도 이렇듯 관리가 엉망이다. 타지 사람들이 와서 이 모습을 보면 부안군을 뭐라고 생각하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주민 B씨는 “밤에 보면 야간조명이 꺼진 게 많고, 특히 가로등은 어두워 여성들이 밤에 다니길 무서워 한다"며 "특히나 주변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여러명이 함께 거리를 다닌다. 그러다 보니 더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C씨는 “부안군은 공사가 끝나면 그걸로 끝이다.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며 “가로수도 심으려면 거리 미관을 생각해서 일관성 있게 심어야지 심다 만 것처럼 해놓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가로수 조성은 완료됐고, 상가에서 강하게 반발한 구간은 심지 못했다”면서 “죽은 나무(휘양목)는 보식을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야간경관조명은 확인해보겠다”며 돌의자 설치에 대해서는 “주차 방지와 의자의 기능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가로등이 어둡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상가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는데 조명이 너무 밝다고 한다”면서 “어둡다고 하는 구간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아담사거리~구)소방서 사거리 구간. 가로수가 거의 식재되어 있지 않다.
아담사거리~구)소방서 사거리 구간. 가로수가 거의 식재되어 있지 않다.

한편, 부풍로테마거리 경관정비사업은 당초 부안오복테마거리 경관정비사업이었다.

구간별로 테마가 계획돼 있었다.

전시공간이자 카페 공간인 ‘역사향수다방’, 어린이들의 놀이 문화 공간인 ‘꿈꾸는 놀이마당’, 길거리 공연 장소인 ‘들썩들썩광장’, 아이들의 체험학습공간인 ‘행복을 수확하는 텃밭’, 주민들의 커뮤티티 공간 ‘뽕나무쉽터’ 등.

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부안군이 설계변경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부분 주차장 등으로 바뀌었고, 테마거리인데 테마 없는 거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