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고 뽑고, 심고 뽑고…수억 들인 ‘자녀안심 그린숲 조성사업’ 예산낭비 논란

주민들, “업자 먹여 살리려고 아무렇지도 않는 나무를 파내느냐” 질타
“기존에 조성된 화단과 뭔 차이가 있느냐” 비판도 이어져
부안군 관계자 “아이들 학교 가는길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수종 선택했다”해명

  • 기사입력 2021.06.30 11:11
  • 최종수정 2021.06.30 11:32
  • 기자명 이서노 기자
기존에 심어져 있던 휘양목과 남천을 뽑아내고 새로 조성한 화단.
기존에 심어져 있던 휘양목과 남천을 뽑아내고 새롭게 조성한 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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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심은 나무들이 말라 갈색으로 변했다.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기존에 조성된 화단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 업자만 먹여 살리려고 아무렇지도 않은 화단 나무를 다 파내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알 수가 없다.”

부안군이 올 1월부터 7월 완공을 목표로 수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2021 자녀안심 그린숲 조성사업’이 주민들로부터 이처럼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부안군이 공사를 하면서 수년 전 가로화단을 조성해 잘 활착된 휘양목, 남천, 철쭉 등을 다른 수종으로 바꿔심기 위해 뽑아냈기 때문인데, 막대한 혈세를 들여 조성한 화단이 오히려 기존 화단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혈세낭비 논란까지 일고 있다.

부안군에 따르면 이 사업은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2억 원(국비 1억, 군비 1억)이 투입되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하고 쾌적한 숲 조성이 사업 추진의 주 목적이다.

이런 취지에서 부안군은 부안동초등학교 통학로 등에 어린이 눈높이 안전휀스와 앉음벽 의자설치, 야생화 화단조성 등의 사업 계획을 세우고 지난 5월 17일 착공에 들어갔다.

그런데 기존에 심어진 멀쩡한 나무들이 뽑혀 나가고 그 자리에 수종만 다른 나무와 꽃 등이 심어지자 이를 본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조성 전 과거 모습.
조성 전 과거 모습.
조성 후 모습.
조성 후 모습.

주민 A씨는 “남천은 가을에 단풍 보는 정원수다. 잘 조성돼 있고 관리만 잘하면 되는데 파헤쳐서 졸작을 만들어 놨다”면서 “아무리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려고 해도 뭣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나무 심는 때가 아니다. 실무자들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를 못하겠다”고 한심스러워 했다.

이어 “누가 봐도 기존 화단보다 멋지게 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화단에 휘양목이라든지, 남천, 철쭉이 잘 활착이 되어 잡초만 제거해주면 멋있을 텐데”라며 쓴소리를 했다.

주민 B씨는 “좋은 남천을 왜 뽑아내고 조팝나무를 심는지 이해가 안 간다. 가을이면 빨갛게 열매를 맺어 겨울까지 가는데”라면서 “바뀐 게 있어야 하는데 바뀐 것도 없다. 오히려 심은 나무가 말라 보기에도 더 안 좋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안군은 수장만 바뀌면 심었던 나무를 뽑아내고 또 심는다”며 “멀쩡한 나무 뽑아내고, 사람들 왕래가 거의 없는 곳에 의자를 설치하고, 다 군민의 세금일 텐데 내 돈 이라면 1000원도 허튼데 쓰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사를 하면 몇몇 사람은 잘 먹고 살겠지만 그럼 군민들은 뭐냐”고 지적했다.

앉음벽 의자 설치 모습.
앉음벽 의자 설치 모습.

부안군은 중앙화단으로 인해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려 사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주공2차 사거리~부안동초~한국자동차공업사 삼거리 250미터 구간에 조성된 휘양목과 철쭉 등을 모두 뽑아내고 꽃잔디를 심었다.

이곳에 조성된 철쭉은 꽃을 피워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휘양목과 더불어 무단횡단 방지 기능도 있었다.

부안군은 이뿐만 아니라 주공2차사거리~부안동초 인근 인도에 조성된 가로화단 150m구간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꽃 등을 보여준다는 이유로 휘양목과 남천, 철쭉 등을 뽑아내고 그 위치에 산수국, 상사화, 삼색조팝, 미선나무, 남천 등을 심었다.

또 몇몇 곳엔 굳이 설치하지 않아도 될 위치에도 앉음벽 의자를 설치하고, 부안동초 맞은편 가로화단 일부 구간은 휘양목 안에 심어진 남천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조팝나무를 심었다.

부안군은 또 무단횡단 방지 목적으로 주공2차 사거리~부안동초 인근 150m구간 인도 양쪽에 수천만 원을 들여 안전휀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업체를 위한 공사다, 혈세낭비다,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런 이유 등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학교까지 가는 길이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수종을 선택했다”면서 “중앙화단은 (운전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는) 시야를 가려 휘양목과 철쭉을 뽑아내고 꽃잔디를 심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뽑아낸 휘양목은 터미널 사거리 가로화단에 이식했고, 남천과 철쭉은 매창공원과 서림공원, 스포츠파크 등 공원에 옮겨 심었다"며 "휀스 설치는 화단분리로 인한 무단횡단 사고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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