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농어촌버스 파업, 대란은 피했지만 불씨는 남아

임금인상 협약서에 사측 도장 찍지 않아 상황 뒤바뀔 수 있어
파업으로 주민들 병원 진료 등 볼 일 제 때 못 보고, 학생들도 등교에 불편 겪어
노조측 보다 사측 더 이득 취하는 상황에 노조가 들러리 섰냐는 지적도
공영제 도입 목소리도 나와
부안군 관계자 “업체에 어느 정도 지원 해줄 수밖에 없다”
“공영제 추진 예산도 많이 들어가고 시행 지자체들도 실패했다”

  • 기사입력 2021.10.03 14:50
  • 최종수정 2021.10.03 17:15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지난 1일 오전 부안여객 차고지. 파업이 철회 되면서 운행을 위해 요금함을 버스에 싣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부안여객 차고지. 파업이 철회 되면서 운행을 위해 요금함을 버스에 싣고 있다.

(주)부안여객과 부안스마일교통 등 부안군 농어촌버스업체 2곳이 지난 1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버스 운행 중단사태가 벌어졌다.

전북지역자동차노동조합이 지난달 30일부터 임금인상 요구안을 놓고 사측과 협상을 벌여왔으나 최종 협상일인 1일 사측이 노조측의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날 새벽 4시를 기해 파업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이날 전주시를 제외한 도내 13개 시군 버스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부안지역은 민주노총소속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농어촌버스 36대 가운데 7대는 운행됐다.

상서-줄포, 백산-영원, 상서-줄포-내소사, 백산-평교-대수리, 동진-문포, 주산-부골 등 6개 노선은 정상 운행됐고, 나머지 노선은 부안군, 노조측, 사측 간 임금인상 등 협상이 이루어진 후 오전 9시30분에서야 운행이 재개됐다.

첫차가 오전 6시 30분임을 감안하면 3시간 가량 버스 운행이 중단된 셈이다.

부안군은 전날까지만 해도 버스 운행 중단 사태는 없을 것으로 봤다.

사전에 부안군이 임금인상 요구안과 관련해 노사측과 협의해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

그런데 예상과 달리 부안군 농어촌버스 조합원들이 이번 파업에 동참하면서 버스를 세웠다.

이로 인해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병원 진료 등 제 때 볼일을 못 보는 불편을 겪었고, 학생들은 택시, 방범차량 등을 이용해 등교를 해야만 했다.

버스 운행은 재개 됐지만 파업의 불씨는 남아있다.

부안군과 노사측 간 구두상으로만 약속을 하고 임금인상 협약서에 사측에서 도장을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서상으로는 협약이 이루어지 않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측이 입장을 번복할 경우 언제든 사태는 뒤바뀔 수 있다.

이번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시작된 파업사태는 노조측 보다는 사측이 더 큰 이득을 취하는 상황이 되면서 노조가 버스업체를 위해 들러리 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파업으로 노조가 얻은 것은 크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은 동결, 상여금은 기존 연315%에서 335%로 20%인상, 무사고수당(한 달 만근 기준) 기존 3만원에서 5만원으로 2만원 인상, 코로나 백신 접종 2일 유급 휴가 등이다.

특히나 계약직 대부분은 만근이 없어 무사고수당과 관련이 없고, 상여금 역시 거의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실상 계약직은 이번 파업으로 얻어진 게 거의 없다.

반면 부안군 농어촌버스업체에서 부안군에 요구한 건 보조금 추가 지원 등이다.

전주시 등에서는 버스업체에 코로나 지원금으로 수십억 원을 지원했는데 부안군도 지원해 달라는 것.

업체에서는 임금체불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금액 9억 원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안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업체에서 9억 원 정도를 얘기 했다. 어느정도는 지원 해줄 수밖에 없다”면서 “지원 금액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 등 때문에 일각에서 사측을 위한 파업이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번 버스 파업사태로 버스 공영제 도입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버스업체의 경영악화로 회사 운영이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보기 때문.

부안군에서 적자보조, 벽지노선, 유가보조, 임금인상분 등 2개 업체에 44억원정도의 보조금이 집행되지만 업체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수개월씩 임금이 밀리는가 하면 4대보험료 체납, 퇴직금은 전혀 적립도 못하고 있고, 퇴직자가 발생해도 퇴직금 지급도 어려운 게 버스업체의 현실이다.

작년에도 한 업체에서 임금이 수개월째 밀리면서 파업으로 이어질 뻔했다.

한국노총소속 노조 한 관계자는 "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승객도 감소해 수입은 줄고 있고 (누적적자로 회사 운영도)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영제 시행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영제를 시행해 행정에서 운영을 하면 친절도,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달라질 것"이라며 " 많은 예산이 들어가긴 하는데 부안군이 공영제를 시행할 의지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소속 노조측에서도 군수와 면담을 갖고 공영제 시행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부안군으로부터 시기상조라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노조측 관계자는 “공영제와 관련해 TF팀이라도 구성해서 선진지 견학도 한 번 가봤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성공한 사례가 없다. 아직은 시기상조이고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얘기 했다”면서 “공영제가 도입되면 행정에서 친절 교육도 시키고 원래원칙대로 할 것 아니냐, 우리가 돈을 더 바라는 것도 아니다. 임금이 체불되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그 것뿐"이라며 부안군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부안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한 것은 아니"라면서 "공영제를 하려면 버스업체 인수 문제 등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예산도 없고 다른 지역도 공영제를 시행 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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