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습니다”

  • 기사입력 2021.10.24 23:35
  • 최종수정 2021.10.24 23:44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이세하 화가.
이세하 화가.

부안출신 화가 ‘4가지 경험’에게 헌정하는 이세하 展이 오는 11월 1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익산 모던갤러리 ‘Harmony-‘찰나’의 생명력‘ 展으로 끝을 맺는다.

앞서 지난 7월 대구 DCU갤러리 ‘Harmony-그럼에도 불구하고’ 展, 대구 프랑스문화원 알리앙스 프랑세즈 ‘Harmony-양극여행’ 展, 8월 전주 지후아트갤러리 ‘Harmony-순환’ 展이 열렸다.

이 전시회는 모두 초대전으로 화가 이세하의 작품 활동에 영감을 준 네 사람에게 헌정의 뜻이 담겨 있다.

이번 초대전에는 22점 정도의 작품이 전시되고, 회화 작품 이외에도 설치미술, 조각 작품 등을 선보인다.

설치미술과 조각 장르는 작가에게 있어 회화 중심의 작품의 틀을 벗어난 또 다른 시도다.

다른 미술 장르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회화 작품 세계의 깊이와 폭을 넓히겠다는 새로운 도전인 것.

화가 이세하에게 이번 전시회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 작품 활동 등 포부에 대해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올해 갤러리 4곳 초대전을 “4가지 경험”에게 헌정하는 이세하 展이라고 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A “‘4가지 경험’은 제 작품의 영감을 불러다준 네 사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모차르트, 헤르만 헤세, 헤밍웨이죠. 작품이 되기까지 특별한 분들이죠. 한 예로 제 20대는 우울한 시기였습니다. 자신감도 없었고 자존감도 낮았고 세상이 두려웠습니다. 굉장히 우울한 나날들을 보냈는데 그 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으로부터 용기와 교훈을 얻었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상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中)’는 내용이 가슴 속 깊이 와 닿았죠. ‘데미안’이 주는 메시지를 귀하게 붙들고 살아온 나는, 그때 받은 영감을 지금 50대에 와서 조형작품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한 작가의 자아가 형성되면서 막을 깨고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죠.”

Q 전시회에는 어떤 작품들이 전시됐고, 대표작품을 하나 소개한다면.

A “회화, 설치, 조각 등 22점 정도의 작품이 전시됐습니다. 전시장마다 크기나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3/4정도는 같은 작품들이고, 나머지는 전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여 다른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대표작품은 파랑색 단색화 회화로 200호가 넘는 작품이며 바이올린 현을 받쳐주는 브릿지가 주 소재입니다. 악기에 있어 어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겠지만, 작은 브릿지는 훌륭한 소리를 만드는데 있어 특별한 역할을 하지요. 작년에 완성한 작품인데 이번 갤러리 4곳에서 모두 전시되고 애정이 가는 작품으로 작년 인사아트센터(서울) 전시 때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Q 작품에 바이올린이 거의 빠지지 않는데 바이올린은 작품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A 그저 바이올린 음악이 좋아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체 각 부위의 명칭이 있듯이, 바이올린도 그러한데 그것이 인체와 흡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올린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형태는 사람의 형태로부터 왔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 작품에서 바이올린 한 대 한 대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Q 전시회 명칭마다 하모니가 앞에 붙어 있는데 하모니는 화가 이세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A “하모니 즉 조화는 제 작품의 주제입니다. 학창시절부터 바이올린 음악을 좋아했고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의 ‘화성’에서 제목을 불러왔고 작업이 진행되면서 동서양의 조화, 우주의 조화, 자연과 과학의 조화 등 그 내용과 해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오래전부터 바이올린 1대, 2대 수집한 게 지금은 300대가 넘습니다. 현악기를 좋아 하다 보니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제 작업이 회화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설치, 조각 등 여러 장르로 확장되며 수집된 악기들이 작업에 사용되고 있지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4가지 현악기는 우주의 4원소 물, 불, 공기, 흙과도 연관을 지어봅니다. 불은 화려하고 강한 바이올린 음색을 떠올리게 하고 비올라는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공기와 같습니다. 첼로는 묵직하고 힘 있는 물과 같은 존재, 더블베이스는 흙 곧 넓은 대지의 소리를 품고 있습니다, 이처럼 4원소와 현악기 4가지가 매칭이 됩니다. 이들이 속해있는 음악에서도, 우주의 질서 속에서도 완벽한 조화를 찾습니다.”

Q 작품 활동을 하면서 처음과 달라진 게 있다면, 또 변하지 않은 건 또 무엇인지.

A “처음엔 회화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처음 시작과 달라진 점이죠. 데미안에서 준 메시지처럼 과감하게 틀을 깨는 것입니다. 회화에 멈추지 않고 설치, 조각 등 여러 분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더 좋은 회화 작품을 위해서 입니다. 변하지 않은 건 제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는 신념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벽에 걸어 놓은 글이 생각납니다. ‘한 가지 뜻을 세우고 그 길을 가라, 잘못도 있으리라, 실패도 있으리라, 그러나 다시 일어나 앞으로 가라.’ 저는 이 말처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림은 저에게 있어 사명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이 나에게 창작능력을 주셨고 그래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저의 사명입니다.”

Q 끝으로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A “계획보다 앞당겨서 올해 말쯤 작업실 이사를 합니다. 남은 생은 고향 부안 백산에서 작업을 하려고요. 장르와 관계없이 저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더 좋은 작업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어려움 등 난관이 있겠지만 겁내지 않고 시도할 것입니다. 내년 고향에서 열 개인전 제목은 [광야의 광시곡]입니다. 아직 작업 중인데 전시제목이 먼저 나왔네요. 또 향후 저와 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앞서서 얘기 했지만 제 작품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게 가장 큰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작업에 전념할 것입니다.”

Hamony2021.
Hamony2021.
Harmony2012-12간지.
Harmony2012-12간지.
Harmony2010-데미안.
Harmony2010-데미안.
Harmony2020-내일.
Harmony2020-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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